[맛있는 여행] 30-복사꽃 피는 조치원이 원조인 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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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여행] 30-복사꽃 피는 조치원이 원조인 파닭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 승인 2024-05-13 16:55
  • 신문게재 2024-05-14 8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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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조치원역. (사진= 김영복 연구가 제공)
예부터 연기군 조치원 읍에는 경부·충북선 철도 분기점인 조치원역이 있다.

천안에서 차령을 넘어 공주 · 부여 · 논산으로 통하는 도로는 한성과 호남지방을 잇는 역로(驛路)로서 중요했고, 금강도 20세기 초까지 물자수송에서 큰 몫을 하였다. 1905년에 개통된 경부선 철도가 천안·조치원·대전을, 조치원~청주 구간 충북선 철도가 1921년 11월 1일 개통하여 교통체계에 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어렸을 적 가끔 아버님과 지인이었던 조치원 역전약방 주인을 뵈러 다닌 적이 있었는데, 봄에 버스를 타고 조치원을 가다 보면 색 고운 복사꽃이 가슴 설레게 했다.

원래 복숭아나무를 복사나무라 했지만 요즘에는 잘 쓰지 않기 때문에 보통 복숭아나무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꽃은 복사꽃이라고 부른다.

오죽하면 1985년 12월 9일 동아일보에는 '해마다 4월 하순께면 조치원읍 주변은 복숭아 꽃이 만발하여 무릉도원 같은 절정을 이룬다. 잎이 돋아 나기 전 희끗희끗 발가벗은 복숭아나무 가지에서 피어 난 복숭아꽃이 이 복숭아밭의 절경은 이 곳 소도시의 몇몇 문인들을 심취하게 만들어 일찍이 55년도에 백수문학이라는 알찬 문학동인지의 씨를 뿌렸다'고 기사가 나올 정도다.

이렇듯 조치원의 복숭아는 1955년 백수문학(白樹文學)을 창간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정도로 유명하였다.

이 조치원역에서 불과 10여 분을 걸으면 옛 조치원재래시장이었던 세종재래시장이 있는데, 이 시장의 역사는 조선시대 청주목(淸州牧) 관할로 4일장이 열렸으며, 시장과 교통의 요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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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꽃. (사진= 김영복 연구가 제공)
1770년(영조 46)에 홍봉한(洪鳳漢) 등이 왕명에 의하여, 우리나라의 역대 문물제도(文物制度)의 전고(典故)를 모아, 13고(考)로 편한 책인 『동국문헌비고(東國文獻備考)』와 조선후기 식학자 풍석(楓石) 서유구(徐有, 1764~1845)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 충청북도 연기군 조치원읍 조치원리 소재한다고 나온다.

한편, '조치원'의 유래에 대하여 신라시대의 최치원(崔致遠)으로부터 유래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즉, 최치원이 이곳에 시장을 개설하고 상업을 권장하여 '최치원시장'이라고 불렀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와전되어 '조치원'이 되었다는 것이다.

1931년 조치원읍 원리와 정리에 걸쳐 정식 5일장(4, 9일장)이 들어서게 된다.

특히 인근의 천안, 공주, 대전 등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자 저절로 상가가 들어서게 돼 재래시장의 면모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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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재래시장. (사진= 김영복 연구가 제공)
당시 조치원시장의 북쪽 입구는 초입부터 좌우측으로 길게 닭을 직접 잡아 파는'닭집'들이 있었다.

이 시장에서 닭을 언제부터 튀겨 팔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장에서 가마솥을 걸어 놓고 닭을 튀겨 판 역사는 오래되는 것 같다.

1964년 8월4일 경향신문 기사에 튀김 닭에 대해 재미있는 내용이 나온다.

당시는 재래시장 외에도 해수욕장 등지에서 닭을 튀겨 팔았던 것 같다.

67년 5월30일 조선일보에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최대의 학생식당 문을 열었는데, 이때 첫 메뉴가 닭튀김이 포함되었다는 기사가 보인다.

그 당시 우동이 20원 음식 값이 보통 80원정도인데, 닭튀김이 200원의 폭리를 위한다고 나온다.

2012년 7월 1일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하면서 조치원재래시장은 세종재래시장으로 바뀌었는데, 이 시장에는 파닭의 맛이 입소문을 타고 널리 알려지면서 지금은 세종시 가서 파닭 한번 먹지 않고 지나쳤다면 세종시를 지나쳤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유명세가 남다르다.

갓 튀겨낸 튀김 닭 위에 파채를 올리면 뜨거운 열기에 파가 익게 되어 파의 매운 맛이 매콤한 것이 현지인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

특히 파닭은 일반 치킨에 비해 엄청나게 많다. 하나를 시키면 그 양이 최소 1.5마리 정도는 되는 수준이다. 이 많은 양 역시 세종시에서는 일반적인 것으로 굳어져 있었기에 어느 집에서 시키든 닭 하나를 주문하면 우리가 요즘 생각하는 치킨 한 마리의 1.5배에서 두 배 가까운 양이 나온다. 비결은 다른 게 없고 그냥 큰 닭을 쓰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치킨 대부분이 10~11호 닭을 쓰는데 1.5배면 15호 닭쯤 되며, 심지어 어떤 점포는 후라이드 조각 치킨 16호, 통 파닭 18호라는 미친 스펙을 자랑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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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천파닭. (사진= 김영복 연구가 제공)
필자 역시 파닭 한 마리를 사가지고 왔는데, 둘이 다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양이 많았다.

크기가 작으면 작은 대로 값이 월등히 싼데, 시장에서 통 파닭 사보면 일반 저가 후라이드치킨 업체들보다도 싸다는 생각이 금방 느낌으로도 다가온다.세종재래시장에 파 닭이 유래된 것은 1980년대 그 이후부터라고 한다.

조치원재래시장 골목 통에 들어서면 시장 한 귀퉁이에 왕천파닭집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 치킨집이 조치원 파닭의 원조로 알려지고 있다.

1970년대 김연규씨는 결혼한 지 5년이 지난 후 요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중동건설현장의 요리사로 취직하게 된다. 중동 현지에서 김연규씨는 갖가지 요리를 만들어 현지인에 선보였는데, 어느 날 튀김 닭을 선보였지만 느끼하다는 반응을 보여 느끼함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파의 매운맛을 생각했다고 한다.갓 튀겨낸 튀김 닭 위에 파채를 올리면 뜨거운 열기에 파가 익게 되어 파의 매운 맛이 매콤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현지인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고 한다.튀김 닭에 파와 마늘, 레몬을 곁들여서 만들었다1980년 귀국한 김연규씨는 중동 현지에서 반응이 좋았던 파닭 요리를 조치원재래시장에서 왕천파닭의 이름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왕천파닭은 2005년 상표등록을 하고 전국에 약 100여 곳 이상의 가맹점이 운영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종재래시장에서 파닭을 튀겨 팔고 있다. 물론 또 다른 설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60~70년대 조치원재래시장에는 각 닭집마다 닭장이 구비되어 있고 그 닭장 안에 실제로 튀겨질 닭들이 키워지는 형태 였다고 한다.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닭 한마리 튀겨주세요' 라고 하면 즉석에서 닭을 직접 골라 주문이 이루어 졌으며, 닭집 주인이 손님이 고른 닭을 그대로 잡아다가 도살한 후 바로 닭털을 뽑고, 털이 뽑힌 닭을 뼈 채로 도마에 올려 엄청난 소리와 함께 부엌칼로 분리한 후 그대로 튀김 옷을 입혀 펄펄 끓는 기름통에 넣어 튀겨냈다고 한다.

당시는 주문을 받아야 닭을 잡았기 때문에 30~40분의 보통 기다렸으며, 지금은 무허가 도살이 금지되어 업자들로부터 납품을 받는다고 한다. 현재 조치원시장에서 이 옛 닭집과 그나마 비슷한 곳을 찾자면 시장 한복판 네거리에 있는 왕장닭집 정도가 있다. 이곳도 지금은 그냥 생닭을 공급받아 사용한다. 그리고 닭을 통째로 튀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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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닭. (사진= 김영복 연구가 제공)
당시는 '요리'라고 불릴 정도가 아니고, 그냥 닭을 튀겨낸 정도에 불과 했지만 워낙에 여러 닭집이 모여 있는 관계로 서로 레시피를 공유하며 닭의 비린내를 잡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한다. 그 결과, 튀긴 닭의 비린내를 잡기 위해 닭을 밑간한 후 튀기고 나서 파채를 썰어 넣은 상태로 신문지에 돌돌 말아 비닐봉지에 넣어 주면 그렇게 싸간 닭을 집에서 포장을 풀게 되면 파의 향이 갇힌 상태에서 닭튀김에 배어들어 파 향이 짙은 파닭을 맛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이야 '파닭' 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지만 당시에는 조치원에 살고 있던 사람들에게 '통닭'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원조 파닭들의 경우는 튀김옷을 만드는 파우더에 모든 양념이 들어가 튀김 껍질만으로도 맥주 안주를 할 수 있다.

왕천파닭의 경우 두꺼운 튀김옷으로 유명해졌고 일부 업체들도 비슷한 방식을 보이기는 하나, 모든 조치원 파닭이 이러한 방식인 것은 아니다. 신흥파닭 만해도 왕천파닭보다 훨씬 얇은 튀김옷이고, 세종시장 안에서도 왕장유통의 닭다리치킨을 비롯해 얇은 물반죽 형태를 고수하는 업체들도 적지 않으며, 특히 통파닭 계열은 대부분 물반죽식 치킨이라고 보면 된다. 조치원 파닭의 또 다른 계파로는 아예 튀김옷을 안 입히고 가마솥 기름에 생닭을 튀겨낸 통파닭이 있는데, 신흥파닭이나 주공파닭 등 몇몇 업체에서 고수하고 있다.

어쨌든 튀긴 닭에 파채와 마늘편, 레몬을 섞어 담는 모양새가 모두 동일해서 조치원 지역의 튀김 닭을 '파닭'이란 명칭으로 부르게 된다. 파닭의 발원지에서의 특징은 함께 곁들여지는 파라기보다 대학생층에 어필할 수 있는 푸짐한 양에 있다 볼 수 있다.

파닭은 대전과 조치원 일대의 지방의 닭집을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했기에 처음에는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았다.

더욱이 파닭이 알려 지게 된 동기는 1980년대 초에 조성된 고려대와 홍익대 세종캠퍼스에는 1만3천여 명의 대학생이 재학 중이었고, 이 대학생들의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돌면서 알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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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닭 튀기는 모습. (사진= 김영복 연구가 제공)
급기야 2000년대 중후반경에 지방에서 올라온 전국구 파 브랜드들이 대학가를 중심으로 상륙하게 되고, 2020년대 대부분의 유명 치킨 브랜드 중 파닭을 취급하지 않는 곳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졌다.

이러한 영향으로 세종시 조치원읍은 치킨집이 모두 124곳으로, 경남 김해시 내외동 128곳에 이어 전국 2위일 정도다.

그러나 파닭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기는 했지만 파의 가격 변동이 심하다보니 파닭의 열기가 식게되고 BBQ 등에서도 단종에 이르게 된다.

물론 호불호가 있는 지역도 있다. 대표적으로 대구에 본점을 둔 땅땅치킨의 경우 파닭을 출시했으나 본점 대구에서 그리 큰 반향을 못 이끌어 저조한 매출로 인해 단종 시키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파닭이 알려지게 되자 양파닭이 개발되고, 이 양파닭은 전국적으로 입맛이 통해서 왠만한 프랜차이즈 치킨집에서도 만들어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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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닭. (사진= 김영복 연구가 제공)
양파채는 파채와는 달리 독하지도 않고 처음에는 알싸하다가 씹으면 단맛이 나오며 각종 치킨집에서는 양파에 화이트 소스를 끼얹어 모양새도 이쁘고 화이트 소스맛을 가볍게 해줄 수 있어서 아삭한 식감이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파채 대신 깻잎을 채썰어 얹은 '깻잎치킨'도 간혹 눈에 띤다.

그러나 깻잎향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매우 맛있게 먹지만, 깻잎 향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호불호가 분명 갈린다.

때문에 깻잎치킨 프랜차이즈들은 깻잎을 잘게 잘라서 치킨반죽에 첨가하기도 한다.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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