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다가구주택 중개시 공인중개사의 법적 책임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 다가구주택 중개시 공인중개사의 법적 책임

윤인섭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 승인 2024-07-09 14:45
  • 신문게재 2024-07-10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윤인섭
윤인섭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공인중개사가 자기가 조사, 확인해 설명할 의무는 없으나 의뢰인이 계약을 맺을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그릇된 정보를 진실인 것처럼 그대로 전달하여 의뢰인이 이를 믿고 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경우,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신의를 지켜 성실하게 중개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것일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여기서, '공인중개사가 조사하고 확인해 설명할 의무는 없으나 중개의뢰인이 계약을 맺을지 결정하는데 중요한 사항'이 무엇인지 최근의 대법원 판결을 통해 살펴보자. 대판 2022다212594 판결. 이 사건은 2심과 대법원의 판단이 엇갈린 첨예한 사건이었다. 甲이 임차한 다가구주택의 임대차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가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임대인이 알려 준 선순위 보증금 합계액을 그대로 기재하면서 임대인이 관련 자료제공을 거부하였다는 사실을 적었다. 즉 중개사는 위 설명서에 임대인이 각 호실별 보증금은 함구한 채 그 합계라고 알려 준 금액을 그대로 적었다. 그런데 위 선순위 보증금의 합계액이라는 게 사실 기존 임차인들의 실제 보증금 합계액에 크게 못 미치는 금액이어서 甲이 위 다가구주택의 경매절차에서 보증금 일부를 회수하지 못하게 되었다.

먼저 중개사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중개사로서는 임대인이 관련 자료제공을 거부해 매물의 융자 실상을 정확히 알기 어려웠다. 그래서 임대인의 자료제공 거부 사실을 계약서에 기재하면서 이 정도라면 자신의 도리는 다했고 위험은 임차인에게 충분히 고지했다고 생각한 듯하다. 그렇더라도 중개사에게 중개계약상 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있을까. 중개사는 자기가 조사·확인해 설명할 의무가 없는 사항이라도 의뢰인이 계약을 맺을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것이라면 그에 관해 그릇된 정보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중개사가 그 정보가 진실인 것처럼 그대로 전달하여 의뢰인이 이를 믿고 계약을 체결했다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성실하게 중개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개사는 보통 지역에 대한 물리적, 장소적 기반을 근거로 활동하게 되므로 적어도 해당 다가구주택의 규모와 전체 세대수, 인근 유사 부동산의 보증금 시세에 비추어 임대인이 구두로 알려 준 금액이 실제와 차이가 클 수 있고 상당수의 소액임차인도 있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위 사건에서 임대인이 제시했다는 내용이 불충분하거나 부정확할 수 있음은 알리지 않았으므로 결국 甲에게 그릇된 정보를 전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부작위에 의해 의무위반을 저지른 것이다.

이번엔 임차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특히 다가구주택에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다면, 먼저 대항력을 취득한 임차인의 보증금이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 또는 소액임차인의 수가 어느 정도인지는,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성을 따져보고 계약체결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항 중 하나이다. 기존 임차인들의 실제 보증금 합계액이 임대인이 중개사를 통해 알려 준 것보다 훨씬 많고 그중 상당수의 임차인이 소액임차인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을 사전에 알았다면 임차인은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 위와 같은 이유로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을 뒤집으며 중개사의 책임을 인정하였다.

임차인이 공인중개사를 통하는 것은 단순히 매물 물색에만 목적이 있는 게 아니다. 매물에 대한 권리분석, 즉 융자 등의 금융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 최소한의 사실관계와 주의사항을 고지받고자 하는 이유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상당한 액수의 중개수수료를 지불할 동기를 찾기가 어렵다. 중개사로서도, 설사 임대인의 태도에 따른 애로사항이 있더라도, 임차인은 물론이고 자신을 위해서라도 기본적인 사항들에 대한 설명의무는 진다고 생각하고 중개하는 게 안전하다. 중개는 법적으로 사실행위에 불과하므로 중개사의 책임을 만연히 확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지만, 경계선에 서 있는 위와 같은 사안에 있어서는 위 판결처럼 "과연 임차인이 이런 사정을 듣고도 계약을 체결할까"라는 상식적인 기준을 생각하며 중개하여야 할 것이다. /윤인섭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청주시 외평~북이 등 2개 도로 노선, 제6차 국도·국지도 예타 대상 선정
  2. 포항 해수욕장 제사 반대 10만 서명운동 본격화
  3. 대전 미분양 1년 새 23% 증가… 중구 미분양 대폭 증가
  4. [주말사건사고] 폐차장 화재부터 공장 폭발까지...대전·충남 사고 잇따라
  5. 한국마사회 글로벌 심판 영입… 서울경마 신뢰 높인다
  1. 충청 명운 가른다…정기국회 현안입법 예산 초당적 협력 시급
  2. 보완수사 기한 줄이고 절차 강화… 경찰 수사 완결성 시험대
  3. [2027 수시로 간다-대학의 색, 미래의 선택] 의료현장에 AI·데이터 더한다… 건양대가 여는 '데이터 의학'
  4. 국세청, 태국에 세정 선진 경험 전수… 글로벌 최저 한세 협력
  5. 농지관리 체계 전면 개편… 전담기구 신설 추진

헤드라인 뉴스


[중도일보 창간75주년 특집] 기록을 딛고, 충청의 미래를 점화한다

[중도일보 창간75주년 특집] 기록을 딛고, 충청의 미래를 점화한다

원자번호 75. Re. 레늄(Rhenium). 녹는점이 3000℃를 훌쩍 넘는 레늄은 초고온에서도 안정적인 특성을 유지한다. 극한의 열을 견뎌야 하는 항공기 제트엔진의 터빈 블레이드용 초합금과 로켓·미사일 추진기관의 연소실·노즐 등에 활용되는 이유다. 특히 니켈계 초합금에 소량만 더해도 고온 강도와 내구성을 높일 수 있어 항공우주와 국방산업에서 높은 가치를 지닌다. 그 희소성은 더욱 특별하다. 레늄의 대륙지각 내 평균 함량은 10억분의 1 미만으로 지구에서 가장 희귀한 원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극한의 열을 견디고 소량으로도 전체..

[창간75] AI 선도·반도체 성장축 떠오른 충청…초광역 ‘원팀 전략’ 관건
[창간75] AI 선도·반도체 성장축 떠오른 충청…초광역 ‘원팀 전략’ 관건

이재명 정부가 인공지능(AI) 대전환과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면서 민선 9기 대전·세종·충남·충북도 AI와 반도체 산업을 지역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천안·아산과 청주의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부터 대전의 연구개발(R&D), 세종의 첨단부품까지 충청권이 보유한 산업 기반도 탄탄하다. 정부의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392조 원 규모의 민간투자 계획까지 더해지면서 충청권이 국내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관건은 충청권의 공동 대응이다. 4개 시도가 개..

[창간75] 충청권 392兆 대규모 투자 마중물… `초광역 경제권` 발판 삼아야
[창간75] 충청권 392兆 대규모 투자 마중물… '초광역 경제권' 발판 삼아야

충청권 산업이 대전환기에 들어섰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민간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충청권 첨단산업 민간투자 규모는 총 392조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충남에서는 올해 202조 원 규모의 투자사업이 착공과 인허가 등 구체적인 실행 단계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이번 대규모 투자를 단기적인 생산과 고용 증가에 머물지 않고 지역 산업의 장기적인 성장 동력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기업 투자를 계기로 산업 기반을 확충하고 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물폭탄에 잠긴 교량 차지한 오리 물폭탄에 잠긴 교량 차지한 오리

  • ‘두 달째 파행하고 있는 대덕구의회 규탄한다’ ‘두 달째 파행하고 있는 대덕구의회 규탄한다’

  • 제17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여자부 8강 제17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여자부 8강

  • 제17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 3~4학년부 4강전 제17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 3~4학년부 4강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