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사도광산, 아픈 역사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사도광산, 아픈 역사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김재석 소설가

  • 승인 2024-07-29 17:10
  • 신문게재 2024-07-30 18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김재석 소설가
김재석 소설가
지금 세계는 파리올림픽의 열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 있다. 첫날부터 태극전사들의 승전보가 날라들 정도로 한국은 세계 속에 스포츠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오늘이 있기까지 이 땅을 지켜낸 선조들의 피눈물 나는 역사 또한 잊을 수 없다. 그런데 올림픽 열기의 와중에 들려온 일본의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뉴스(7월27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는 아픈 역사의 한 파편을 끄집어내게 한다. 이웃나라의 세계유산 등재가 신경 쓰이는 이유는, 서양의 광산채굴기술을 도입하여 일본 메이지유신(근대화)을 이끈 보존가치가 높은 유산으로 일본인들은 평가할 수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일제강점기 때 강제동원의 뼈아픈 역사가 쓰린 곳이다. 따지고 보면 일제강점기 때 조선인이 강제징집되어 총알받이 전쟁터로, 군수물품제조공장으로, 위안부로, 광산채굴 막장까지 끌려가지 않은 곳이 어디 있겠는가!

2015년에 세계유산에 등재된 군함도와 이번에 사도광산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와 맞물러 오히려 우리에게 강제징용의 상징성을 띄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아이러니하게 나는 강제징용의 한 현장이었던 군함도에 대해서 '군함도' 영화를 보고 알았다. 이번 사도광산도 유네스코 등재 추진과 관련하여 한국 방송국의 뉴스를 통해 접했다. 대부분의 한국인이 역사를 보는 방식이 그렇겠지만 사안이 있을 때 반짝 기억하고, 쉽게 잊어버린다. 아픈 역사를 기억해야할 만큼 마음에 여유도 없고, 과거의 망령을 들춰내어 곱씹는 것이 마음 아프고, 미래지향적이라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그런 점에서 일본의 세계유산등재에 딴죽을 걸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단지 기억하고 보존하는 일은 그들만의 문제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본은 근대화를 이끈 유산에 대한 자부심과 지역관광자원으로 개발하려는 명분을 얻기 위해 유네스코 세계유산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다른 나라에 상처준 역사도 유산의 일부로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세계유산에 등재(1979년)될 때 가해국이었던 독일은 다시는 홀로코스트의 망령이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는 사죄의 마음으로 유산이 잘 보존되도록 지금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일본은 독일과는 달리 일정시기의 역사는 자랑하면서 그 후 강제동원의 역사는 기억에서 지워버리려는 의도와 왜곡이 심하다. 조선인들이 스스로 돈 벌려고 왔지 강제동원한 사실은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들의 일관된 주장이기도 하다.

일제시기 때는 일본총독부가 조선사편수회를 만들어 자기들 입맛대로 한국역사를 왜곡해 놓은 것만 봐도 더 이상 말해서 뭐하겠는가! 더 아이러니한 것은 해방이 되어 주권도 찾고, 지금은 경제성장에서도 일본을 앞지를 정도로 한국은 발전했는데도 역사문제만큼은 일제의 잔재가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한국 상고사의 단군 할아버지를 할아버지라고 제대로 부르지도 못한다.



뉴스에서는 한국 외교부가 강제동원의 역사를 기록에 남긴다는 약속을 받고 유네스코세계유산위원회에서 만장일치에 합의해 주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일본의 약속은 지켜볼 일이지만 나는 적어도 한국위원은 반대표를 던져야 한다고 본다. 딴죽을 거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라는 것이다. 적어도 강제동원되어 희생된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를…. 윤석열 정권이 친일외교를 하더라도 이런 민족정신이 결여된 것은 아쉽지 않을 수 없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인 송기정 선수가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기미가요가 울려 펴지는 가운데 시상대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진이 당시 식민지 한국인의 가슴에는 위로이자 한으로 남았다. 이제 한 세기가 지난 오늘, 역사인식에서 한국인은 더 당당하고 떳떳하게 가슴에 태극기를 휘날려야 한다. 파리올림픽에서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 첫 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립대·지방대와 동반성장"
  2. '개원 53년' 조강희 충남대병원장 "암 중심의 현대화 병원 준비할 것"
  3. 법원, '초등생 살인' 명재완 정신감정 신청 인용…"신중한 심리 필요"
  4. 33도 폭염에 논산서 60대 길 걷다 쓰러져…연일 온열질환 '주의'
  5. 세종시 이응패스 가입률 주춤...'1만 패스' 나오나
  1. 필수의료 공백 대응 '포괄2차종합병원' 충청권 22곳 선정
  2. 폭력예방 및 권리보장 위한 협약 체결
  3. 임채성 세종시의장, 지역신문의 날 ‘의정대상’ 수상
  4. 건물 흔들림 대전가원학교, 결국 여름방학 조기 돌입
  5. (사)한국청소년육성연맹, 관저종합사회복지관에 후원물품 전달식

헤드라인 뉴스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이재명 정부가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보수야권을 중심으로 원심력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충청권에서만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행정수도 완성 역행과 공론화 과정 없는 일방통행식 추진되는 해수부 이전에 대해 비(非) 충청권에서도 불가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원내 2당인 국민의힘이 이 같은 이유로 전재수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등 향후 정치 일정에서 해수부 이전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경우 이번 논란이 중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전북 익산 출신 국민의힘 조배숙..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이재명 정부가 민생 회복을 위해 지급키로 한 소비쿠폰이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이로써 충청권 시도의 지방비 매칭 부담이 사라지면서 행정당국의 열악한 재정 여건이 다소 숨통을 틀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어 13조2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행안위는 이날 2조9143억550만원을 증액한 2025년도 행정안전부 추경안을 처리했다. 행안위는 소비쿠폰 발행 예산에서 중앙정부가 10조3000억원, 지방정부가 2조9000억원을 부담하도록 한 정부 원안에서 지방정..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과 충남의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대거 선정되며, 딥테크 기술창업 거점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2025년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전국 197개 기업 중 대전·충남에선 33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전체의 16.8%에 달하는 수치로, 6곳 중 1곳이 대전·충남에서 배출된 셈이다. 특히 대전지역에서는 27개 기업이 선정되며, 서울·경기에 이어 비수도권 중 최다를 기록했다. 대전은 2023년 해당 프로젝트 시행 이래 누적 선정 기업 수 기준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