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조선시대의 캣맘(Cat Mom), 묘마마

  • 오피니언
  • 문예공론

[문예공론] 조선시대의 캣맘(Cat Mom), 묘마마

최정민/평론가

  • 승인 2024-09-25 14:59
  • 수정 2024-09-25 15: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반려동물 인구수 천만이 넘는 시대이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반려동물 'pet'과 가족 'family'의 합성어)'도 늘고 있다. 인간과 반려동물의 역사는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시대에는 곡식을 훔쳐먹는 쥐를 잡기 위해 고양이를 길렀다고 전해진다. 문헌 기록과 그림을 통해 선조들의 남다른 고양이 사랑을 엿볼 수 있다.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李奎報, 1168-1241)의 「책묘(責猫, 고양이를 나무라다)」는 고양이에 대한 시이다. "감추어 둔 나의 고기를 훔쳐 배를 채우고, 천연스레 이불 속에 들어와 잠을 자구나. 쥐들이 날뛰는 게 누구의 책임이냐.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마구 다니네." 그의 시에서 고양이는 쥐를 잡기는커녕 말썽꾸러기로 묘사하였지만, 애정이 엿보인다.

조선후기 문인 이규경(李圭景, 1788-1856)이 작성한 백과사전『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는 고양이에 관한 항목이 있다. 지금의 '캣맘(고양이를 뜻하는 cat과 엄마를 뜻하는 mom의 합성어로 길거리와 들에서 살아가는 고양이의 사료를 정기적으로 챙겨주는 사람을 일컫는 말)' 격인 '묘마마(猫??)'가 언급된다. 기록 속 묘마마는 길고양이를 돌보면서 음식을 나눠주고 보살필 뿐만 아니라 손수 옷을 만들어 입혔다고 전해진다.

조선초기 학자이자 문인인 성현(成俔, 1439-1504)은 4년간 키우던 흰 고양이가 개 떼에 물려 죽자 슬픔에 젖어 제문(祭文)을 지었다. 그의 시문집 『허백당집(虛白堂集)』에 실린 ?예백묘문(?白?文, 흰 고양이를 묻어 주며)?의 일부이다. "…바른 색을 타고 났고, 용모는 흠이 없구나. 눈 같은 털 고결하고, 눈 같은 털 곱기도 하지…사람 위해 해악을 제거하였으니 그 공이 작지 않았지. 개가 사납게 짖어 대며 무리 지어 와서 속이는데, 너는 피할 줄을 모르고 이리저리 따라 다니다가 마침내 물리는 횡액을 당하였네…너를 생각하는 이때 더욱 슬프고 더욱 보고 싶구나." 기록을 통해 먼저 세상을 떠난 고양이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느껴진다.

조선 17대 왕 효종(孝宗, 재위 1649∼1659)의 셋째 딸 숙명공주(淑明公主)는 혼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만 끼고 돌았다고 한다. 효종이 숙명공주에게 보낸 편지 일부에는 효종의 부정(父情)이 눈길을 끈다. "너는 시댁에 정성을 다한다고 하거니와 어찌 고양이는 품고 있느냐. 행여 감기에 걸렸거든 약이나 지어 먹어라." 혼인한지 얼마되지 않은 어린 딸이 눈치 없이 고양이만 끼고 도는 애묘가(愛猫家)였던 탓에, 시댁 눈 밖에 날까 염려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편지에 담겨있다.

조선 19대 왕 숙종(肅宗, 재위 1674-1720)은 조선시대 이래 제일가는 애묘가이며, 고양이 이야기에선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조선후기 학자 김시민(金時敏, 1681-1747)의 『동포집(東圃集)』에 쓰인 ?금묘가(金猫歌)?에 따르면, 숙종은 부친의 묘소에서 우연히 발견해 궁으로 데리고 온 고양이를 '금손(金孫)'이라 부르고 항상 곁에 뒀다고 한다. 숙종은 수라상에 올라간 고기를 남겨 두었다가 주는가 하면, 잠자리에 들 때에도 곁에서 자도록 허락했다. 엄격한 분위기의 조선 왕실도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은 숨길 수 없었던 것이다. 숙종은 말년에 건강이 악화되어 1720년 7월 12일에 승하하였다. "임금 돌아가신 소식이 다다르자 금묘가 먹지 않고 사흘 동안 통곡하니…울음소리 너무 슬퍼 차마 못 듣겠어라 보는 이마다 눈물로 옷깃을 적시었네. 스무날을 통곡하다 기어이 죽고 마니 앙상하게 야윈 몸이 더욱 참담했어라. 비단으로 머리 감싸 상여로 묻어주니 묻힌 곳이 명릉에서 바로 지척이라오." 금손은 왕을 뒤따르듯 20일 만에 죽은 금손은 숙종의 무덤[명릉] 근처에 묻혔다.

1
(그림 1) 변상벽, <묘작도(猫雀圖)>,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선조들의 고양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그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영조연간(英祖, 재위 1724-1776)에 활동한 화가 변상벽(卞相璧, 1730-?)은 고양이 그림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그림 1, 2). 『진휘속고(震彙續攷)』에 따르면 워낙 고양이를 잘 묘사하여, 변고양이(卞猫), 변닭(卞鷄)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고양이는 한자어인 '묘(猫)'와 70세 노인을 뜻하는 '모(?)'의 중국어 발음이 같았기 때문에 조선시대에는 고양이가 장수(長壽)를 상징했다. 선조들은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고양이 그림을 선물을 하곤 했다.

2
(그림 2) 변상벽, <국정추묘도(菊庭秋猫圖)>, 간송미술관 소장
조선 시대에도 지금의 캣맘과 같은 의미의 묘마마가 있었던 만큼, 현대 못지않게 애묘가들이 많았다. 기록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옛 시대에도 고양이를 싫어하는 자들도 공존했을 것이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캣맘 사건이 메스컴에 나올 때마다 찬반의견이 나뉜다. 캣맘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으로는 고양이에게 밥만 주는게 아니라 타인의 사유지와 주거지에 급식소를 무단으로 설치 및 훼손하고 협박문을 남기는 등 여러 이유에서이다.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면서까지 행동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들은 따스한 마음을 가진 사람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본인이 선의로 했던 행동일지라도 타인에게는 피해가 되는 경우에는 자제하는 것이 옳다. 여러 지역에서는 이 상황을 중재하기 위해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대안 외에도 인간과 고양이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들의 도덕적인 행동이 바탕되어야 한다. 나아가 캣맘에 대한 무분별한 비판과 혐오도 자제된다면 공존할 수 있는 시발점이 마련될 것이다.

최정민/평론가

최정민
최정민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진 뒤흔든 폭로… "김기재, 시장 자격 없다" 피해자 측 초강수
  2. 통합 앞둔 충남대 중복학과 이견, 교수회 "약속 파기" vs 본부 "학과 자율 특성화"
  3. [대전에서 신화 읽기] 제15장-별봉, 세상의 중심을 꿈꾸다
  4. 안전공업 참사 73일 만에 또… 충청권 산업현장 안전 경고음
  5. 또 한화에어로 대전사업장 사망사고… 2018·2019년에도 8명 숨졌다
  1. [기고] 법화경 리더십과 한국 핵무장의 시대정신
  2. 김기웅 서천군수 후보 배우자, 검찰 고발
  3. 초록우산 대전세종지역본부, 이수진요가로부터 후원금 전달 받아
  4. 박수현 "집권여당 핫라인 통해 현안 해결" vs 김태흠 "도민, 민주당 독주 허락하지 않을 것"
  5. 중국대학생 대상 한국어말하기대회 성황리에 개최

헤드라인 뉴스


6·3지선에 달린 충청 백년대계, 560만 충청인의 손으로 정한다

6·3지선에 달린 충청 백년대계, 560만 충청인의 손으로 정한다

'552명.'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로 선출하는 충청의 지역 일꾼 숫자다. 지방행정 전반을 책임지는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이를 견제·감시하는 광역·기초의원, 교육행정을 총괄하는 교육감까지, 새로운 '충청시대'를 열어갈 우리 동네의 참된 일꾼을 560만 충청인의 손으로 뽑는다. 그동안 지방자치는 발전해 왔지만, 이론과 현실의 괴리는 컸다. 거대한 중앙 정부의 틀 속에서 충청권 4개 시·도 광역정부와 지역별 기초지자체의 자율성과 권한은 제자리에 머물렀고, 지역민들의 실질적인 참여 또한 제한적이었다. 지방자치 산실..

통합 앞둔 충남대 중복학과 이견, 교수회 "약속 파기" vs 본부 "학과 자율 특성화"
통합 앞둔 충남대 중복학과 이견, 교수회 "약속 파기" vs 본부 "학과 자율 특성화"

충남대와 공주대의 통합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충남대 내부에서 중복학과 유지 여부를 두고 이견이 나오고 있다. 교수회는 통합 논의 과정에서 제시됐던 '중복학과 현행 유지' 약속 이행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대학본부는 학과 자율에 따라 통합 또는 특성화를 선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충남대 교수회는 1일 입장문을 내고 "대학 발전을 위한 노력은 필요하지만 대학 통합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며 "통합 추진 과정에서 구성원들에게 설명한 내용을 대학본부가 책임 있게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수회는 충남대와 공주대가..

또 한화에어로 대전사업장 사망사고… 2018·2019년에도 8명 숨졌다
또 한화에어로 대전사업장 사망사고… 2018·2019년에도 8명 숨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폭발과 화재로 인한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과거 반복됐던 한화 방산사업장 폭발 사고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해당 사업장은 과거에도 로켓 추진체 관련 공정에서 대형 인명피해가 난 곳이다. 한화 대전사업장에서는 2018년 5월에도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51동 충전공실에서 로켓 추진 용기에 고체연료를 충전하던 중..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꼭 투표하세요’ ‘꼭 투표하세요’

  • 대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 폭발사고…5명 사망·2명 부상 대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 폭발사고…5명 사망·2명 부상

  • 지방선거 전 마지막 주말…대전시장 후보들 ‘뜨거운 호소’ 지방선거 전 마지막 주말…대전시장 후보들 ‘뜨거운 호소’

  • 사전투표함 보관장소 ‘이상무’ 사전투표함 보관장소 ‘이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