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대전의 봄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대전의 봄

김흥수 경제부 차장

  • 승인 2024-12-18 17:14
  • 신문게재 2024-12-19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KakaoTalk_20191013_171443825
김흥수 경제부 차장
서울의 봄. 지난해 연말 개봉한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이 일으킨 군사 쿠데타를 시간대별로 그려낸 천만관객 영화다. 사전적 의미로는 우리나라에 민주화 운동 열풍이 불었던 1979년 10월 26일부터 1980년 5월 17일까지를 일컫는다.

그날도 나는 한가로이 소파에 누워 아들과 함께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이라는 네 글자를 말하는 순간까지는 말이다. 처음에는 내가 헛것을 들은 게 아닌가 싶었지만 '국회 종북세력 처단'이라는 표현에 제대로 들었구나 싶었다. 비상계엄을 떠올리자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수 많은 영화들이 주마등처럼 머리 속을 스쳐갔다. 서울의 봄, 택시운전사, 화려한 휴가, 변호인 등이었다. 그때부터 내 가슴은 두근거리기, 아니 벌렁거리기 시작했다. 종편부터 지상파까지 모든 TV채널에서 국회 현장을 생중계했고, 시민과 계엄군이 대치하는 장면들이 속속 포착됐다. 계엄군이 유리창을 깨고 국회에 진입하는 순간에는 공포감을 느낄 정도였다. 이후 국회가 비상계엄을 해제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내 생전에 계엄이라니!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됐다. 2시간 30분 동안 대작 액션스릴러 영화를 본듯한 느낌이었다. 누군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했던가. 이 영화가 끝나고 알았다. 장르가 코미디였다는 것을 말이다.

영문도 모른 채 계엄군으로 끌려간 특수부대원들의 어설픈 대처(?)도 너무 고마웠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상부의 명령은 거부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 대원들도 책으로 배운 민주화 운동보다 수 많은 영화들이 먼저 떠올라 그처럼 대처했을 것이다.

그리고 얼마 뒤인 2차 탄핵소추안이 제출된 14일. 대전 둔산동 타임월드 근처를 지나가게 됐다. 시민들이 집회를 연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엄청난 인파에 놀랐다. 대전에서 30년 가까이 살아왔지만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운집한 모습은 처음이었다. 이후 탄핵안이 가결되자 집회현장은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시민 스스로 힘으로 주권을 지켜낸 성취감 때문이리라.

하지만 시민들이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비상계엄 사태로 우리나라 경제가 멈췄다는 사실이다. 국제 신용도는 떨어졌고, 증시는 급락했으며, 원·달러 환율은 치솟았다. 특히 최악의 불경기를 버텨내며 연말특수를 기대했던 지역 내 영세 자영업자들의 상실감은 말할 수 없이 컸다. 나라 전체가 혼란스러웠던 만큼 정부 기관은 물론 민간기업들도 연말 송년회를 잇따라 취소했기 때문이다. 각계에서 시민들의 일상 복귀를 강조하는 이유다. 시민들이 각자 제자리를 찾았을 때 지역경제는 안정될 수 있다. 다가오는 새해, 대전의 경제계에도 봄이 오길 바란다. /김흥수 경제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한 마리 학이 알려준 기적의 물! 유성 온천 탄생의 전설
  2. [현장취재]정민 한양대 명예교수 에 대해 특강
  3. 서남학교 설계 본격화… 2029년 개교 추진
  4. 올해 충남 집값 17주 연속 하락… 아산 누적 하락률↑
  5. 대전우리병원, 혼합현실(MR) 기기 착용한 척추수술 첫 시행… 첨단 디지털과 의료 결합 시험무대
  1. 정청래, 어린이날 맞아 대전 방문…"허태정은 민주당 필승카드"
  2. '5점대 평균자책점'…한화 이글스, 투수진 기량 저하에 고초
  3. 한국산림아카데미재단 총동문회·중부지방산림청, 합동 산불방지 캠페인 벌이다
  4. ‘뜨개화풍’ 정우경 초대전…관저문예회관서 12일 개막
  5. 2027학년도 지역의사 전형 충청권 모집 118명 확정

헤드라인 뉴스


[지선 D-30]지역발전 위한 정책 선거 중요

[지선 D-30]지역발전 위한 정책 선거 중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진영에서 내건 선거 구호다. 이 구호는 경제 불황에 시달리던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으면서 당시 객관적 열세였던 클린턴 전 대통령을 대선 승리로 이끌었다. 유권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 즉 먹고 사는 문제를 제대로 짚은 것이 승리로 이어졌다. 지역을 책임지는 '일꾼'을 뽑는 6·3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3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지방의원과 교육감을 뽑는 지방선..

대전의료원 건립, 본격 시동 걸 수 있을까
대전의료원 건립, 본격 시동 걸 수 있을까

지역 숙원 사업 중 하나인 대전의료원 건립 사업이 사업비 조정을 거쳐 본격 시동을 걸 수 있을지 주목된다. 3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대 인근 용운동 11번지 일원에 건립되는 대전의료원은 총사업비 1759억(국비 530억, 시비 1229억)을 투입해 지하 2층 지상 7층 연면적 3만3148㎡에 319병상 규모로 2030년 준공을 목표로 본격 추진될 예정이다. 1996년 건립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경제성 문제 등으로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코로나19사태로 상황이 급변했다. 메르스와 코로나19 등 각종 감염병 유행에 따른 공공의료 필요성..

대전·세종·충남 기름값 ‘2000원 시대’ 굳어져… 소비자 부담 계속
대전·세종·충남 기름값 ‘2000원 시대’ 굳어져… 소비자 부담 계속

대전·세종·충남지역 주유소 기름값이 리터당 '2000원 시대'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지역별로 2000원대 돌파 시점은 달랐지만, 현재 대부분 지역이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며 소비자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대전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2002.53원으로 전날보다 0.12원 올랐다. 경유는 1997.39원으로 0.07원 상승하며 2000원 선에 근접한 상태다. 대전의 휘발유 가격은 4차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4월 24일 처음 2000원을 넘어선 뒤 현재..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분주한 선관위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분주한 선관위

  • 다양한 체험과 공연에 신난 어린이들…‘오늘만 같아라’ 다양한 체험과 공연에 신난 어린이들…‘오늘만 같아라’

  • 대전 찾아 지원유세 펼치는 정청래 대표 대전 찾아 지원유세 펼치는 정청래 대표

  • 첫 법정 공휴일 된 노동절…차분히 즐기는 휴일 첫 법정 공휴일 된 노동절…차분히 즐기는 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