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연 실험용 원숭이 수입 업무처리 등 부적절 NST 감사 지적

  • 경제/과학
  • 대덕특구

생명연 실험용 원숭이 수입 업무처리 등 부적절 NST 감사 지적

NST 감사위 감사 결과 징계 처분 요구
부적절한 업무 처리 절차 발견 잇달아
생명연 "깊이 사과, 영장류 관리 개선"

  • 승인 2025-02-20 18:05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clip20250220180240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하 생명연)이 실험을 위해 수입한 원숭이에서 치사율 70% 바이러스가 발견됐지만 이를 관계 당국에 알리지 않은 사실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감사 결과 드러났다. 문제가 된 원숭이를 반환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았으며 처리까지도 시간이 소요되면서 사육 비용으로 2억 원 이상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생명연·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등에 따르면 생명연의 원숭이 국내 도입 업무 부당처리 등이 확인되면서 관계자 징계 처분 요구가 내려졌다.

생명연은 2020년부터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위해 캄보디아에서 영장류(원숭이)를 들여왔다. 2020년 정읍과 오창센터에서 연구에 쓰일 원숭이 340마리가 국내로 반입됐는데, 이중 219마리에서 바이러스 5종이 발견됐다. 영장류 헤르페스바이러스인 B바이러스를 비롯해 에이즈와 유사한 영장류 면역결핍바이러스, 백혈병과 유사한 영장류 T 림프구 바이러스 등을 보유한 상태였다. 특히 B바이러스는 원숭이에겐 가벼운 임상증상만 나타나지만 사람에겐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치사율이 70~80%에 달한다.

바이러스 양성 반응을 보이는 원숭이는 연구에 사용될 수 없는 데다 애초 생명연이 외자물품구매계약 시 작성한 규격서의 수입 조건과 특수계약조건에 맞지 않는 상태였다. 이런 경우 '가축전염병 예방법 시행규칙'에 따라 수입 검역 기간인 30일 내 농림축산검역본부와 '야생생물법' 관련 부처인 환경부에 알려 수입 원숭이 처리 방안을 협의해야 하지만 생명연은 이를 알리지 않은 채 캄보디아가 발행한 B바이러스 비반응 검역증명서를 첨부해 국내 통관되도록 했다.



이러한 원숭이 수입은 이듬해도 이뤄졌다. 2021년 11월 국내 입항한 2차 반입에서 340마리 중 62마리에서 B바이러스가 발견되는 등 90마리에서 바이러스 반응이 나타났지만 1차 납품 때처럼 별도 보고 없이 반입 처리를 완료했다.

생명연은 1차 반입 후 폐사한 3마리를 제외한 337마리를 계약 업체의 계열사로 돌려보냈다. 해당 계열사와 공식적인 거래나 회계처리는 없었다. NST 감사위는 이 같은 행위에 대해 "결과적으로 정부출연연인 생명연이 계열사에 원숭이를 공급하는 중개업체 역할을 수행했다"고 지적했다. 또 반환할 원숭이를 바로 보내지 못하고 최대 7개월까지 시간이 걸리면서 원숭이 사육에 총 2억 4300만 원(감사위 추정치)가량을 지출했다.

2차 납품 이후에도 실험에 부적합한 90마리를 반환하려 했으나 관계기관인 환경부 산하 지역환경청이 이를 허용하지 않아 14마리만 계열사로 돌려보내고 나머지는 안락사시키거나 인수했다. 이 과정서도 '구매계약 규격조건에 맞지 않는 반환'이라고 적어야 할 양도사유를 '연구장소 변경'이라고 적어 지적을 받았다.

또 2023년 추가로 국내서 원숭이 45마리를 구입했는데, 앞서 생명연이 B바이러스 감염 등 규격 미달로 돌려보냈던 원숭이 18마리가 포함된 것으로 감사 결과 확인됐다. 다만 해당 원숭이들은 B바이러스엔 감염되지 않은 개체들이다.

NST 감사위원회는 "구입 당시 업체로부터 제공받은 정보를 확인하면 입수 경위와 원숭이의 마이크로 칩, 생년월일 등이 같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생명연은 이를 확인하지 않아 감사가 진행되던 2024년 12월 현재까지도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위 원숭이들을 사육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생명연은 이날 별도 자료를 통해 "B 바이러스 항체 보유 사실을 숨기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국민께 염려를 끼친 점 깊이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B바이러스를 포함해 영장류 관리에 대해 국민께서 걱정하지 않도록 관계 기관과 적극 협의해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임효인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일과 중 가방 메고 나간 아이들, 대전 유치원서 아동학대 의혹
  2. 1기 신도시 재건축 '판 깔렸지만'…못 웃는 지방 노후계획도시
  3. K-water 안전기동점검반 임명식...‘안전을 심다’
  4. 이장우 "0시축제 3대하천 준설…미래위해 할일 해야"
  5. 밀알복지관 가족힐링캠프 '함께라서 행보캠'
  1. 대전행복나눔무지개푸드마켓 1호점 공식 카카오톡 채널 개설
  2. 교정시설에서 동료 수형자 폭행 '실형'…기절시켜 깨우는 행위 반복
  3. 축산업의 미래, 가축분뇨 문제 해결에 달렸다
  4. 1년치 단순통계 탓에 400여개 환자병상 사라질판…"현저한 의료격차 만들어"
  5. 농산 부산물, 부가가치 창출...환경과 경제 살리는 동력

헤드라인 뉴스


대전도시철도 무임손실 지난해 125억… 정부, 국비요청 묵묵부답

대전도시철도 무임손실 지난해 125억… 정부, 국비요청 묵묵부답

대전을 포함해 전국 도시철도가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액이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뒷짐을 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 정책에 따라 법정 무임승차를 이어오고 있지만, 정부는 수십 년간 요청됐던 국비 보전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재정 문제는 지자체와 운영기관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8일 대전을 포함해 전국 6개 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철도운영기관 무임승차 손실액은 7228억 원에 달했다. 대전은 지난해 125억 원으로 4년 전(76억 원) 대비 약 64.4%나 늘어난 셈이다. 도시철도 운영기관은 도시철..

올해 수능 55만 4174명 지원… 10명 중 6명이 `사탐런` 최대변수
올해 수능 55만 4174명 지원… 10명 중 6명이 '사탐런' 최대변수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지원자가 전년보다 3만1504명 늘어나며 55만 명을 넘어섰다. 또 응시자 10명 중 6명은 사회탐구(사탐) 영역을 선택하면서 '사탐런'이 이번 수능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8일 발표한 원서접수 결과에 따르면 올해 수능 응시생은 55만4174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도(52만 2670명)보다 3만1504명 늘었다. 이는 2007년 '황금돼지 해' 출생자가 올해 고3에 진학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번 수능은 고3 재학생이 37만 1897명(67.1%), 졸업생 15만 9922명..

국회에 ‘기념사’ 해명하러 왔다가 혼쭐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국회에 ‘기념사’ 해명하러 왔다가 혼쭐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항일 독립운동 폄훼와 친일 논란을 빚고 있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8일 국회를 찾았다고 혼쭐이 났다. 8·15 광복절 기념사 왜곡과 광복회원 농성의 부당성 등에 대해 입장을 밝혔지만, 독립운동가 후손과 시민단체의 반발을 사면서 쫓기듯 국회를 벗어날 정도였다. 김 관장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은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이 주선했다. 김민전 의원은 12·3 비상계엄 후 올해 1월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키겠다’며 한남동 공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자신들을 ‘백골단’으로 소개한 ‘반공청년단’의 국회 소통관 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한국의 情을 고향에 전하세요’ ‘한국의 情을 고향에 전하세요’

  • K-water 안전기동점검반 임명식...‘안전을 심다’ K-water 안전기동점검반 임명식...‘안전을 심다’

  • 물에 잠긴 도로 달리는 차량들 물에 잠긴 도로 달리는 차량들

  • 맨발로 느끼는 힐링 오감 축제…‘해변을 맨발로 걸어요’ 맨발로 느끼는 힐링 오감 축제…‘해변을 맨발로 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