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세종 행정수도 논란, 첫삽이 중요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세종 행정수도 논란, 첫삽이 중요

성낙문 세종도시공사 경영본부장

  • 승인 2025-04-24 16:54
  • 신문게재 2025-04-25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성낙문
성낙문 세종도시공사 경영본부장
필자는 오랫동안 도시와 교통을 연구하였다. 세종시가 벤치마킹한 대표적인 행정수도인 미국의 '워싱톤'에 대해서도 잘 아는 편이다. 실제로 미 대통령 직무실인 백악관에서 한블럭 떨어진 곳에서 꽤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여 이곳 저곳을 둘러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백악관과 의회의사당을 중심으로 배치된 각종 상징물과 세련된 건축물들은 자연지형과 조화를 이루면서 아주 인상적이다. 세계정치의 중심이라는 함의와 공항, 철도등 각종 인프라들이 효율적으로 갖추어져 있어 수많은 내·외국인들이 항상 북적댄다. 우리와 유사한 형태의 행정수도인 터키의 '앙카라', 네덜란드의 '헤이그'는 매력적인 도시로 계획당시에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매력적인 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앙카라'는 50만명을 목표를 도시를 계획했지만 500만이 훨씬 넘는 도시로 성장하여 동로마와 오스만제국의 수도로서 아주 비대해진 '이스탄불'의 숨통을 터주는 역할을 해왔다. '헤이그'는 훌륭한 풍광을 갖춘 도시로 마이스(MICE) 산업의 메카로서 품격 있는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이처럼 외국의 행정수도는 헌법위반이니 뭐니 큰 다툼이 없이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있는데 세종시는 십 수년째 이러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큰 선거가 다가왔다. 그동안 몇 차례의 선거가 있었고 그때마다 후보들은 행정수도 완성을 외쳤다. 어떤 대통령 후보는 '행정'이란 걸 빼고 아예 대한민국 수도로 만들겠다는 아주 거창한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당선되자 함성은 멈추었고 많은 약속들은 뒤로 숨었다. 행정수도 완성은 고사하고 철도망이나 공항시설 등 필수적인 인프라조차 한참 부족하다.

그렇다면 일의 진행이 왜 이리 부진한가? 이것은 헌법논란 때문일 것이다. 헌법논란을 잠재울 뚜렷한 방법도 뚫고 나갈 의지도 없었다. 그렇게 십수년을 허비했다. 이건 중앙정치의 문제이고 세종 정치인의 한계이기도 하다. 헌법논란을 정면으로 뚫고 가는 방안은 두 가지, 즉 '헌법에 세종을 수도로 규정하여 국민투표에 붙이자는 방안'과 '행정수도법을 다시 만들어 헌재의 판결을 다시 받아 보자는 방안' 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실행의지가 매우 강했던 노무현 정부에서조차 실패했던 일이다. 이번에도 적지 않은 국론분열을 일으킬 것이고 자칫하면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 할 수도 있다. 또 한번의 실패는 세종에 회복불능의 타격을 주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네덜란드는 우리가 참고해 볼 수 있는 좋은 사례이다. 네덜란드 헌법은 제 1도시인 암스테르담을 수도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정부기관은 암스테르담에서 약 60km 떨어진 인구 60만명의 헤이그란 도시에 위치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대법원은 물론 의회도 이곳에 위치하고 있다. 국왕과 내각을 총괄하는 수상도 헤이그에서 직무를 본다. 어찌 이것이 가능하냐? 라고 물어보면 암스테르담이 너무 복잡하여 주요기관들을 헤이그로 옮겼다는 아주 단순한 대답이 돌아 왔다. 누구도 헌법을 들이대며 제동을 걸지 않았다.

서울은 대한민국 수도임을 인정하자. 수도권주의자들의 반대는 서울이 갖는 수도로서의 상징적인 지위를 잃는 것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실제 얘기를 하다보면 대통령실과 국회의사당 등의 세종이전에 대한 반감은 그다지 크지 않다. 또한 한곳에 모여 있어야 하는 국가의 주요기관이 멀리 떨어져 발생하는 부작용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헌법이니 뭐니 자극하지 말고 이들 기관들의 완공기한을 최대한 단축하고 이를 위해 빨리 첫삽을 뜨는데 역량을 집중 할 필요가 있다. 물론 대통령이 세종에서 직무를 수행한다면 일의 추진이 훨씬 용이 할 것이다. 그동안 추진한 국가균형발전 전략은 실패 했다. 그 결과, 총인구의 51%, 청년인구의 70%, ICT 종사자의 85%가 수도권에 산다. 또한 정부의 주요기관들이 서울과 세종으로 나뉘어 있어 우리가 지불하는 사회적 비용은 연간 수천억원에 달한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없다. 세종 행정수도 논란은 이와 같은 망국적인 현실을 바로잡겠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서구 괴정동서 20대 남성 전 연인 살해 후 도주
  2. [사설] 광역교통사업도 수도권 쏠림인가
  3. 과기계 숙원 'PBS' 드디어 폐지 수순… 연구자들 "족쇄 풀어줘 좋아"
  4. 이재명 정부 첫 '시·도지사 간담회'...이전 정부와 다를까
  5. 의대생 복귀 방침에, 지역 의대도 2학기 학사운영 일정 준비
  1. 등목으로 날리는 무더위
  2. '전교생 16명' 세종 연동중, 5-2생활권으로 옮긴다
  3. 농식품부 '인공지능 융합 미래 식·의약 첨단바이오 포럼' 개최
  4. [대입+] 정원 감소한 의대 수시, 대응 전략은?
  5. [춘하추동]폭염과 열대야,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헤드라인 뉴스


이대통령 "지역균형발전, 성장위한 불가피한 생존전략"

이대통령 "지역균형발전, 성장위한 불가피한 생존전략"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지역균형발전은 대한민국 성장을 위한 불가피한 생존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TF 3차 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대선 과정에서부터 강조한 5극(5개 초광역권) 3특(3개 특별자치도) 등 국가균형발전 국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공정한 성장을 통해 대한민국 모든 문제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양극화를 완화해 나가겠다"며 갈수록 심각해 지는 수도권 1극체제 극복을 위한 노력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성장 전략..

"법 사각지대가 만든 비극"…대전 교제폭력 살인에 `방지 법 부재` 수면 위
"법 사각지대가 만든 비극"…대전 교제폭력 살인에 '방지 법 부재' 수면 위

대전 괴정동 전 연인 살해 사건으로 교제폭력 특별법 부재, 반의사불벌죄 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사건 한 달 전 피해자가 가해 남성의 폭행에도 처벌을 원치 않았고 경찰의 안전조치 권유도 거절했으나, 그 기저에는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피해자 의사와 관계없이 가해자를 처벌하고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장치가 시급하지만 관련 법 제정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30일 중도일보 취재 결과, 대전 서구 괴정동의 주택가에서 A(20대)씨가 전 연인 B(30대·여성)씨를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세종시 `상가 공실 해소` 칼 뺐다… 업종 확대 등 규제 완화
세종시 '상가 공실 해소' 칼 뺐다… 업종 확대 등 규제 완화

상가 공실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세종시가 상가 허용 업종을 대폭 확대하고, 관광숙박시설 입점 조건을 완화한다.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통해 상가 활성화를 저해하는 '족쇄'를 일부 풀겠다는 전략인데, 전국 최고 수준인 상가공실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중도일보 7월 5일 온라인 보도> 세종시는 행복도시 해제지역의 상가공실 해소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관련 지구단위계획 결정(변경)을 고시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지구단위계획 변경은 상가의 허용업종 확대, 일반상업지역 내 관광숙박시설 입지 허용(총 8필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이동 노동자 위한 얼음물 및 폭염 예방 물품 나눔 이동 노동자 위한 얼음물 및 폭염 예방 물품 나눔

  • ‘대전 0시 축제 구경오세요’…대형 꿈돌이 ‘눈길’ ‘대전 0시 축제 구경오세요’…대형 꿈돌이 ‘눈길’

  • 물감을 푼 듯 녹색으로 변한 방동저수지 물감을 푼 듯 녹색으로 변한 방동저수지

  • 등목으로 날리는 무더위 등목으로 날리는 무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