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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언 기상청장 |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의 연 강수량은 평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일강수량, 즉 하루 동안 내리는 비의 강도는 점점 거세지고 있다. 충남 서산의 경우, 최근 30년 사이 일강수량이 200.0㎜ 이상인 해는 274.5㎜의 비가 내린 1999년을 포함해 5번이지만, 2022년 209.6㎜, 2023년 208.1㎜, 2024년 221.8㎜로 최근 3년간 일강수량이 200.0㎜가 넘는 집중호우가 연이어 발생했다. 이러한 기후통계자료는 집중호우의 강도가 최근 눈에 띄게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강도 높은 집중호우가 내리게 되면 도로 침수, 하천 범람, 주차장 및 지하공간 침수 등으로 이어지며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할 수 있다. 짧은 시간 동안 국지적으로 쏟아지는 집중호우는 예측과 대응 모두에 어려움을 주며, 빠르게 전개되는 위험한 상황 속에서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빠른 경고와 신속한 대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사전에 미리 위험을 알려 개인의 위기 대응을 지원하는 실시간 경고 시스템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목받는 것이 '호우 긴급재난문자'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1시간 동안 50㎜의 비가 오고 동시에 3시간 동안 90㎜의 강수량이 기록된 경우나, 1시간에 72㎜의 비가 온 경우 기상청이 해당 지역 주민에게 문자로 재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강한 경고음을 동반해 위기 상황에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지원한다. 2023년 수도권 지역에 처음 도입됐고, 작년에는 경북권과 전남권으로 확대되어 운영되었다.
2023년 8월 7일, 수도권 곳곳에 국지성 호우가 쏟아졌을 당시, 기상청은 오후 7시 22분 인천 연수구 송도동 지역 주민들에게 '인천 연수구 송도3동 인근에 시간당 50㎜ 이상 강한 비가 내려 침수 등 우려, 안전 확보를 위한 국민행동요령 확인 바람'이라는 호우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당시 인천 연수구와 부평구 일대에서는 일부 도로와 주택 침수 피해가 발생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빠른 경고와 주민들의 신속한 대응이 피해 최소화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례에 힘입어, 대전지방기상청도 올여름 호우 긴급재난문자 서비스를 시범 운영해, 강한 호우가 쏟아진 지역에 읍·면·동 단위로 상세한 재난문자를 발송할 예정이다. 대전·세종·충남의 특정 지역에서 1시간 동안 50㎜ 이상의 비가 오고 동시에 3시간 강수량이 90㎜ 이상을 기록하면, '인근 50㎜/h 이상 강한 비로 침수 등 우려'와 같은 구체적인 안내가 포함된 문자가 전송된다.
작년 7월, 충남 논산에서는 시간당 84.0㎜의 강한 비로 오피스텔이 침수됐고, 지하 2층 엘리베이터 안에 고립된 시민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이번 여름에는 충남권에서 시범 운영되는 호우 긴급재난문자가 작년과 같은 집중호우 발생 시 시민의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위험으로부터 사전에 대비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상기후는 더 이상 특별한 상황이 아니며, 집중호우, 폭염 등은 점점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재난은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재난 대응은 준비된 시스템을 통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우리는 국지적인 위험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기술을 통해 재난에 대비할 수 있다. '호우 긴급재난문자'는 국민에게 실시간으로 위험 정보를 전달하여 재난 대응의 골든타임을 확보해 줄 것이다.
많은 비가 예보된 날, 도심 한복판에서, 하천 인근에서, 출퇴근길 위에서… 한 통의 문자가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알림이 되길, 변화하는 날씨 속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작지만 강력한 수단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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