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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주 경제부장 |
최근 대전과 충남은 행정통합 통해 새로운 지방시대를 열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도지사 또한 애정을 드러내며 속도감을 높이고 있다. 최근 한 여론 조사에서도 시·도민 절반 이상이 행정통합에 찬성하는 등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는 지역 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이와 달리 지역 상공업계는 갈등을 빚고 있다. 법정 민간경제단체로 설립된 대전상공회의소와 오랜 동고동락해온 충남 남부권 8개 시·군(논산, 공주, 부여, 청양, 보령, 서천, 금산, 계룡)이 분가((分家) 절차를 밟고 있어서다.
'충남남부상공회의소(가칭)' 설립을 추진하는 이들은 산업 구조와 행정 여건상 지역 맞춤형 경제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오랜 기간 소외됐다는 게 주된 이유다.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관할 자치단체와 독립체제를 구축해 지역발전을 위한 방향성을 갖고 활동한다는 데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상공업계 위주의 추진이 아닌 관(官) 주도로 진행하는 게 문제다. 충남도가 남부상의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을 설득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충남도는 올해 초 충남남부상공회의소 설립 검토를 하고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8개 시군 기업인협의회 발송하고 간담회까지 개최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8개 시군 경제 관련 부서에 '남부상공회의소 설립추진 설문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해 해당 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독려에 적극 협조를 당부했다. 덧붙여 설문 대상에 해당하는 기업은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성실한 설문조사를 부탁한다는 내용까지 담았다
기업들은 지자체가 추진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충남 남부권 8개 시군에 본사를 둔 한 기업인은 이달 예정된 발기인대회 참여 요청에 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자체 공무원이 다소 불편한 발언을 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미 상의 소재지를 충남 논산에 두기로 하고, 초대 회장에 해당 지역 기업인이 선출됐다는 소문도 돈다.
충남도는 주도적으로 나서기보다 설립 이후 자치단체로서 지원을 협의하는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대전상의는 94년간 함께한 충남 8개 시군의 분리에 대해 불만을 표명했다. 오랜 기간 대전상의 회원으로 활동해왔음에도 별다른 설명 없이 분리 절차를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전상공회의소는 이달 초 성명을 발표하려다 중단했다.
특히 8개 시군은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이 오랫동안 관심을 갖고 공을 들였던 지역이다.
제24대 대전상의 회장 출마 당시 선대 회장들이 돌보지 못한 '충남 시군 상공인의 활발한 참여'를 공약에 넣었을 정도로 애착을 갖고 있다. 취임 후에는 8개 시·도지회를 설립을 위해 동분서주했고, 계룡을 제외한 7개 지역에 지회를 설립하며 상호교류 확대와 회원 서비스를 강화해왔다.
이번 남부상의 설립에서 아쉬운 건 첫 단추부터를 잘 못 꿰었다는 데 있다. 2018년 대전상의에서 세종상의로 분리할 당시 이처럼 큰 잡음이 없었다. 사전 협의를 통해 불협화음을 최소화하면서 숙원이었던 지역 상의를 출범시켰다.
일각에선 현재 상황을 지역 상공인의 명운을 가를 중차대한 사안으로까지 여긴다. 이러한 갈등은 단순히 경제적 이해관계에 그치지 않고 지역 정체성과도 연결된다.
상공회의소의 분리는 지역 경제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문제다. 따라서 서로 의견 조율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각계의 이해관계자들이 협력해 실마리를 풀고 문제를 풀어나가길 기대한다. /박병주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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