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를 향한 연구 현장의 요구가 분출하는 가운데 고 최종현 SK 선대 회장을 기려 출범한 '최종현학술원'이 '기술 패권 시대, 흔들리지 않는 과학기술 국가 전략' 보고서를 냈다. 수십 년간 이어온 '추격자' 전략에서 기초 역량 강화로 '대체 불가한 기술'을 만들 수 있도록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국내 대표적인 석학들이 인수위 없이 출범하는 새 정부에 정파를 초월한 시각으로 내놓은 정책 제언이다.
석학들은 보고서에서 선진국의 과학기술을 조금 늦게 따라가며 품질 좋은 상품을 만드는 추격자 모델은 한계에 부딪혔다고 지적했다. 막대한 투자와 방대한 인구·시장을 무기로 특정 산업 분야를 압도하는 중국을 이젠 한국이 같은 방식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의견이다. '선택과 집중' 전략도 필요하지만 모든 과학기술 혁신의 토대가 되는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 확대와 고급 인재를 확보해야 대체 불가능한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
과학기술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 근간을 바꾸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정부의 대규모 R&D 예산 삭감은 연구 생태계를 훼손하고, 이공계 기피 현상을 낳는 등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을 빠르게 약화시켰다. 과학기술의 성장은 현장 과학기술자에 대한 존중에서 시작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술 패권이 국가 전략산업 등 국운을 좌우하는 시대, 이재명 정부가 연구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여 과학기술 백년대계의 초석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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