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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은석 목원대 교수·국제디지털자산위원회 이사장 |
정치후원금에 디지털 자산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두 군데의 정부 기관을 고려해야 한다. 정치자금을 관리하는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와 디지털 자산을 주관하는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다. 금융위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기관에서 디지털 자산으로 모금한 자금을 투명하지 않게 활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에서 가장 엄격하게 자금의 활용을 관리 감독하는 기관은 오랫동안 정치자금 관리에 특화된 선관위다. 그리고 선관위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대상이나 불분명한 경로를 통해 불법적으로 정치자금이 조성되는 것인데, 이렇게 자금의 출처를 명확하게 관리하고 감독하는 역량은 디지털 자산 사업자를 관리하면서 경험을 쌓아온 금융위가 최고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즉, 각 기관이 우려하는 지점이 각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특화된 역량으로 보완이 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또한, 기존 정치자금법과 가상 자산법을 바꿀 필요 없이 시행령 차원에서 충분히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금융위는 5월 2일 보도 자료를 통해 대학, 비영리단체(지자체, 외부감사를 받는 기부금 단체)를 대상으로, 디지털 자산으로 모금을 할 수 있는 시행규칙을 발표했다. 즉, '디지털 자산'으로 '모금'을 할 수 있는 제도는 이미 마련되어 있는 셈이다. 문제는 모금의 주체인데, 정치후원금을 모금하려면 후원회를 조직한다. 금융위에서 비영리단체의 범주에 이 후원회를 포함하면 디지털 자산으로 모금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마련된다.
그리고 지금까지 가장 풀기 어려웠던 숙제인 코인 가격의 변동성 문제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활용으로 해결할 수 있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환전과 이체는 이미 엄격한 금융위의 심사와 관리를 통해 사용자 보호와 안정적인 자산 이체와 보관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사업자(Virtual Asset Service Provider) 자격을 보유한 디지털 자산 사업자가 이미 고도화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선관위에서는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모금된 후원금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업무에 집중하면 된다.
디지털 자산을 통한 정치 후원의 가장 큰 장점은 투명성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거래는 조작할 수 없으며, 후원금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청렴 가치의 확산과 궤를 같이한다. 그리고 디지털 자산을 활용한 후원금 모금은 새로운 후원자층을 발굴하고 후원 문화를 확산시킬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디지털 자산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정치참여를 유도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2026년 지방선거에 디지털 자산을 활용하게 된다면 디지털 자산의 실용적 활용 사례로 자리 잡으며, 한국의 디지털 자산 생태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충분히 준비되어 있고, 충분히 가능하다./ 원은석 목원대 교수·국제디지털자산위원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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