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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석 전시 모습 |
아미미술관(관장 박기호)은 당진의 폐교(구 유동초등학교)를 재생한 문화예술공간으로 다양한 기획전과 프로그램을 통해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사립미술관이다.
봄의 겹벚꽃, 여름의 수국, 가을의 단풍 등 자연을 가꾸고 적극 활용해 계절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명소이자 대표적인 생태미술관으로 자리잡았다.
아미미술관은 능선이 여인의 아름다운 눈썹을 닮은 아미산(蛾眉山) 자락에 위치하고 있으며 동시에 프랑스어로 친구(ami)라는 의미를 담아 '가깝고 친근한 미술관'을 지향하고 있다.
또 오섬의 소금창고를 복원하고 지역 작가를 비롯한 우수한 예술가들을 발굴·조명함으로써 지역 문화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특히 여름에는 수국 정원이 선사하는 싱그러운 풍광과 휴가철을 맞이해 방문하는 관람객을 위해 현대미술경향읽기展이 열리며 올해는 'Ami Art Ami Heart'라는 주제로 하트와 심장, 사랑에 관한 전시를 기획했다.
기원전 6세기 로마 화폐·페르시아 식기에서 처음 등장한 하트 도상(♥)은 식물을 본뜬 형태로 처음부터 사랑을 뜻하진 않았고 중세 유럽에 이르러서야 낭만적·종교적 사랑이 담긴 심장을 봉헌·숭배하면서 심장을 단순화한 하트가 사랑의 상징이 된 것이다.
이후 하트는 'I♥NY' 로고·팝아트·쥬얼리·초콜릿·이모티콘 등 대중문화에서 사랑의 시각 언어로 범용되고 있다.
하지만 간결한 형태에 담긴 의미는 결코 단순하지 않았고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다르게 인식한 심장과 사랑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 사포는 사랑을 '심장에 침투하는 신성한 광기'로 보았고 동양에서는 사랑[愛] 안에 심장[心]이 포함돼 있다. 심장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과 마음, 감정의 저장고로 여겨졌으며 하트가 이를 계승한 것이다.
이번 전시는 바로 하트 즉 심장(heart)에서 비롯한 다양한 사랑에 주목하며 연인 간의 사랑은 물론 가족·친구·반려동물·사물·우상·자기 자신을 향한 감정까지 아우른다.
특히 말조심은 세상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상처받은 자아를 마주함으로써 자기애와 회복을 모색한다.
이현정은 김치로 표현한 붉은 심장으로 개인의 고통을 시각화하고 타인과의 연대로 나아가는 치유의 힘을 보여준다.
윤종석은 일상 또는 역사적 사건들이 모티브가 된 사물들로 어머니와 영웅·롤 모델에 대한 서사를 은유적으로 풀어낸다.
한지민은 아버지와의 추억을 책에 담으며 사물과도 정서적 관계를 맺을 수 있음을 드러냈고 이지수는 현실과 비현실,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모호한 존재들로 사랑의 정체성에 질문하고 오지은은 유리잔과 강렬한 색채로 이별과 상실, 추억 역시 사랑의 또 다른 이름임을 제시한다.
현대 과학으로 사랑이 뇌의 작용임을 알게 되었지만 심장은 여전히 예술에서 사랑을 비유하며 상징성 역시 유효하고 증오와 혐오가 만연한 시대에서 하트가 유행하는 이유 역시 그러할 것이다.
하트(♥, heart)와 사랑을 말하는 이번 전시가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라는 오랜 진실을 되새기고 사랑을 재점화하는 작은 불길이 되기를 바란다. 이번 전시는 10월 28일까지 계속할 예정이다. 당진=박승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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