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마음에 불을 지피는 대학

  • 오피니언
  • 중도시평

[중도시평] 마음에 불을 지피는 대학

이정화 대전보건대 총장

  • 승인 2025-07-15 10:21
  • 신문게재 2025-07-16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이정화 총장
이정화 대전보건대학교 총장
이른 아침, 투명한 햇살이 캠퍼스를 스치듯 내려앉으면 그 속을 걷는 발걸음마다 오늘에 대한 마음가짐이 담겨 있습니다. 대학은 지식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하지만 앞서 사람의 마음에 불을 지피는 곳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길을 걷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묻는 그 마음에 작은 불씨 하나를 건네는 일. 그것이 대학의 본질적인 사명입니다.

배움은 교실 안에서만 이뤄지지 않습니다. 처음 접하는 개념을 붙잡고 이해해보려 애쓰는 시간, 익숙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방향을 찾으려는 망설임, 실수와 반복을 통해 조금씩 나아가려는 결심, 그 모든 순간이 마음속에 서서히 불을 밝혀줍니다.

누구나 마음속에 불씨를 지니고 있지만, 그 불은 스스로 타오르기보다 함께 있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불씨가 사그라들지 않도록 옆에서 숨을 불어넣고, 쉽게 꺼지지 않도록 조용히 지켜보는 사람이야말로 교육자가 돼야 할 모습입니다. 마음을 지핀다는 것은, 스스로 삶을 돌아보고 자신의 길을 발견하게 돕는 일입니다. 이 길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내가 꿈꾸는 모습은 어떤 형태인지, 내 배움이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길 바라는지를 조심스레 묻고 기다려주는 것. 그 질문들 속에서 우리는 삶을 배우고, 그 울림 속에서 진정한 열정이 시작됩니다.

물론 지식과 기술은 교육의 중요한 축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실력 위에 인격이 더해지고, 능력 속에 태도가 깃들 때 비로소 배움은 지속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점수보다 방향을, 속도보다 깊이를, 결과보다 과정의 의미를 더 오래 바라보려 합니다.

불은 한순간에 타오르지 않습니다. 천천히, 조용하게, 자기만의 호흡으로 빛을 키워갑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누구는 금세 가능성을 드러내지만, 누구는 오랜 시간 끝에 비로소 스스로의 불을 만납니다. 그 속도를 인정하고, 그 과정을 소중히 여기는 것. 그 안에 교육의 진정한 자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은 결과를 빠르게 내는 곳이 아니라, 불씨를 끝까지 지켜내는 공동체여야 합니다. 수업이 끝난 오후의 교정에서, 실습 후 남겨진 피드백 노트 속에서, 조용한 사색과 깨달음이 쌓이는 그 시간들이 결국 한 사람의 삶을 움직이는 힘이 됩니다.

우리는 가르치는 사람이기 이전에 함께 배우고, 함께 기다리고, 함께 걷는 사람이고자 합니다. 정답을 주기보다 질문을 존중하고, 이끄는 대신 곁에 머무르며, 불빛을 비추기보다 함께 어둠을 지나려는 마음. 그 안에 대학의 역할이 있다고 믿습니다.

'마음에 불을 지피는 대학'이라는 말은 따뜻한 수사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책임이 있고, 실천이 있으며, 사람에 대한 신뢰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도 누군가의 가능성을 믿고, 그 믿음으로 불씨 하나를 지켜냅니다. 그리고 그 불이, 어느 날 세상을 따뜻하게 비추는 등불이 되길 소망합니다.

불은 한 사람의 손에서 시작되지만, 오래 타오르려면 서로의 온기가 필요합니다.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사는 학생의 마음에 불을 지피지만, 그 불을 이어가는 힘은 주변의 환경과 관계에서 자랍니다. 함께 배우는 친구,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선후배, 조용히 지켜봐주는 행정의 손길, 그리고 늘 그 자리에 있는 캠퍼스의 나무 한 그루까지, 모든 것이 학생의 열정을 지켜주는 연료가 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누구나 누군가의 배움에 불을 지필 수 있다는 사실을. 당신의 말 한마디, 당신의 관심 하나, 당신의 선택이 또 다른 사람의 내면을 밝히는 작은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대학은 그 가능성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곳입니다.

이제 우리 앞에 놓인 날들 속에서도, 그 불이 꺼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작지만 따뜻하고 오래가는 불이 되어, 더 많은 마음을 데우고 더 많은 삶을 밝혀주는 대학, 그 안에 우리가 지켜야 할 교육의 본질이 담겨 있다고 믿습니다. /이정화 대전보건대 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장성군, 힐링 맞춤형 여행 명소 '각광'
  2. 홈플 세종점, 정상화 수순 밟나… 운영 재개 '숨고르기'
  3. 대전 무인점포 17차례 절도·미수… 청소년 2명 집행유예
  4. KAIST와 엔비디아 AI 공동연구소 출범…한글과 국내산업 맞춤 에이전트 개발
  5. 천안동남소방서, 건강한 일터 조성 위해 조직문화 개선 교육 실시
  1. 한기대, 폭염 속 건설현장 찾아 '안전동행 간담회' 개최
  2. 천안서북경찰서, 여름철 오토바이 폭주·난폭행위 총력대응
  3. 충남교육청평생교육원, 직속기관장 협의회 개최
  4. 대전혁신센터, 지역 중견기업 노하우 스타트업 전수 '밋업데이' 성료
  5. [박현경골프아카데미]골프와 술, 과연 득일까? 실일까?

헤드라인 뉴스


먹거리 물가 안정 총력…계란·고등어 공급 늘리고 할인행사 확대

먹거리 물가 안정 총력…계란·고등어 공급 늘리고 할인행사 확대

정부가 계란과 고등어를 비롯한 주요 먹거리의 공급을 늘리고 농·축·수산물 할인행사를 확대하는 등 생활물가 안정 대책을 강화한다. 재정경제부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는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중동 정세에 따른 물가와 공급망 대응 방안을 점검하고 먹거리 가격 안정을 위한 후속 조치를 발표했다. 정부는 이달과 다음 달 농·축·수산물을 대상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할인행사를 진행한다. 할인행사 참여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도 다음 달부터 기존 75곳에서 90곳으로 확대해 소비자 부담..

홈플 세종점, 정상화 수순 밟나… 운영 재개 `숨고르기`
홈플 세종점, 정상화 수순 밟나… 운영 재개 '숨고르기'

지난 13일 임시 휴업에 들어간 홈플러스 세종점이 본사의 영업 재개 명단에 포함되면서 운영 정상화 수순을 밟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중도일보 2026년 4월 16일자 3면, 7월 10일자 5면 보도> 앞서 조치원점이 지난 4월부터 휴점에 들어간 만큼, 홈플러스 세종점의 영업 재개 여부에 세종시민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8월 초 전국 67개 마트의 재오픈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 주요 점포가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갈 수 있을지가 홈플러스의 진정한 '회생'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4일 세종시에 따르면 어진동 홈플..

KAIST와 엔비디아 AI 공동연구소 출범…한글과 국내산업 맞춤 에이전트 개발
KAIST와 엔비디아 AI 공동연구소 출범…한글과 국내산업 맞춤 에이전트 개발

KAIST와 엔비디아(NVIDIA)가 한국어와 국내 산업에 특화된 차세대 에이전틱 AI(Agentic AI) 연구를 위해 전략적 공동연구 체계를 구축한다. KAIST(총장 배충식)는 글로벌 AI 컴퓨팅 기업 엔비디아와 김재철AI대학원 서울캠퍼스에 'NVIDIA-KAIST AI 공동연구소(NVIDIA-KAIST Joint AI Research Lab)'를 설립하고 차세대 인공지능 핵심기술 공동연구를 본격화한다고 24일 밝혔다. 공동연구소는 대한민국의 산업과 언어 환경에 특화된 에이전틱 AI 모델과 에이전트 시스템을 개발하고, AI 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머드에서 놀자’…보령머드축제 개막 ‘머드에서 놀자’…보령머드축제 개막

  • 도심 속 공원에서 즐기는 물놀이 도심 속 공원에서 즐기는 물놀이

  • 개인형 이동장치 수거차량 ‘무법 질주’ 개인형 이동장치 수거차량 ‘무법 질주’

  • 대전 동부소방서, 온열질환 예방 총력 대전 동부소방서, 온열질환 예방 총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