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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화 대전보건대학교 총장 |
배움은 교실 안에서만 이뤄지지 않습니다. 처음 접하는 개념을 붙잡고 이해해보려 애쓰는 시간, 익숙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방향을 찾으려는 망설임, 실수와 반복을 통해 조금씩 나아가려는 결심, 그 모든 순간이 마음속에 서서히 불을 밝혀줍니다.
누구나 마음속에 불씨를 지니고 있지만, 그 불은 스스로 타오르기보다 함께 있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불씨가 사그라들지 않도록 옆에서 숨을 불어넣고, 쉽게 꺼지지 않도록 조용히 지켜보는 사람이야말로 교육자가 돼야 할 모습입니다. 마음을 지핀다는 것은, 스스로 삶을 돌아보고 자신의 길을 발견하게 돕는 일입니다. 이 길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내가 꿈꾸는 모습은 어떤 형태인지, 내 배움이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길 바라는지를 조심스레 묻고 기다려주는 것. 그 질문들 속에서 우리는 삶을 배우고, 그 울림 속에서 진정한 열정이 시작됩니다.
물론 지식과 기술은 교육의 중요한 축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실력 위에 인격이 더해지고, 능력 속에 태도가 깃들 때 비로소 배움은 지속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점수보다 방향을, 속도보다 깊이를, 결과보다 과정의 의미를 더 오래 바라보려 합니다.
불은 한순간에 타오르지 않습니다. 천천히, 조용하게, 자기만의 호흡으로 빛을 키워갑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누구는 금세 가능성을 드러내지만, 누구는 오랜 시간 끝에 비로소 스스로의 불을 만납니다. 그 속도를 인정하고, 그 과정을 소중히 여기는 것. 그 안에 교육의 진정한 자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은 결과를 빠르게 내는 곳이 아니라, 불씨를 끝까지 지켜내는 공동체여야 합니다. 수업이 끝난 오후의 교정에서, 실습 후 남겨진 피드백 노트 속에서, 조용한 사색과 깨달음이 쌓이는 그 시간들이 결국 한 사람의 삶을 움직이는 힘이 됩니다.
우리는 가르치는 사람이기 이전에 함께 배우고, 함께 기다리고, 함께 걷는 사람이고자 합니다. 정답을 주기보다 질문을 존중하고, 이끄는 대신 곁에 머무르며, 불빛을 비추기보다 함께 어둠을 지나려는 마음. 그 안에 대학의 역할이 있다고 믿습니다.
'마음에 불을 지피는 대학'이라는 말은 따뜻한 수사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책임이 있고, 실천이 있으며, 사람에 대한 신뢰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도 누군가의 가능성을 믿고, 그 믿음으로 불씨 하나를 지켜냅니다. 그리고 그 불이, 어느 날 세상을 따뜻하게 비추는 등불이 되길 소망합니다.
불은 한 사람의 손에서 시작되지만, 오래 타오르려면 서로의 온기가 필요합니다.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사는 학생의 마음에 불을 지피지만, 그 불을 이어가는 힘은 주변의 환경과 관계에서 자랍니다. 함께 배우는 친구,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선후배, 조용히 지켜봐주는 행정의 손길, 그리고 늘 그 자리에 있는 캠퍼스의 나무 한 그루까지, 모든 것이 학생의 열정을 지켜주는 연료가 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누구나 누군가의 배움에 불을 지필 수 있다는 사실을. 당신의 말 한마디, 당신의 관심 하나, 당신의 선택이 또 다른 사람의 내면을 밝히는 작은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대학은 그 가능성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곳입니다.
이제 우리 앞에 놓인 날들 속에서도, 그 불이 꺼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작지만 따뜻하고 오래가는 불이 되어, 더 많은 마음을 데우고 더 많은 삶을 밝혀주는 대학, 그 안에 우리가 지켜야 할 교육의 본질이 담겨 있다고 믿습니다. /이정화 대전보건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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