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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경제부 차장 |
최근 본 한 인터넷 댓글이 눈에 확 띄었다. 요즘 내 마음과 같아서다.
올해 글로벌 경제 최대 이슈는 미국의 관세 조치로 전 세계는 지금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경제부 기자인 나 역시 자고 일어나면 말을 뒤집는 그의 관세정책에 피곤함을 느끼고 있다. 지역 경제계도 처음에는 그의 입에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몇 개월째 계속되자 지쳤는지 무뎌진 분위기다. 당장 생존과 직결된 기업인들조차 "이젠 잘 모르겠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자유무역주의를 선도해왔던 미국이 이제 와 자국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는 것도 아이러니하고, 동맹국을 비롯해 전 세계를 상대로 강도짓을 벌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코미디가 따로 없다.
트럼프는 제조업 부흥과 무역적자 개선이라는 명분으로 관세부과를 정당화하고 있지만, 이는 국가 간 신뢰를 저버린 몰상식한 행태다. 단순한 힘의 논리로 우리나라와 체결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도 한순간에 지워버렸다. 개인 간 약속인 계약을 넘어 국가 간 약속인 협정도 무의미한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신뢰를 쌓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신뢰를 무너뜨리는 건 한순간이라는 격언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그동안 세계 평화를 수호하며 지구방위대를 자처한 미국은 트럼프 집권 이후 180도로 변했다. 상호관세를 유예하며 시간을 끌어온 트럼프가 8월 1일부터 한국 등 세계 교역국들에 고율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서한을 보내와서다. 물론 그동안 'TACO(Trump Always Chicken Out·트럼프는 항상 꽁무니를 뺀다)'라는 조롱을 들을 정도로 말 뒤집기를 해왔던 그였기에 이번에도 번복할 수도 있지만, 최근 정세를 보면 끝까지 밀어붙일 것도 같아 보인다. 미국 내 반(反)트럼프 시위행진이 이어지고 있고, 지지율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라서다. 궁지에 몰린 트럼프가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이번에는 관세 카드를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현실적으로 단순 외교협상만으로 관세 면제 또는 인하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미국에 납작 엎드려 자국 언론으로부터 '굴욕외교'라는 비판을 받은 일본도 결국 우리와 같은 25% 관세율을 부과받아서다. 분단국가인 우리에게 한미동맹은 매우 중요한 가치지만, 영원한 우방인 줄 알았던 미국이 돌변한 현시점에 협상 타결만이 정답은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EU 등 세계 각국과 연대해 대응하는 것도 나쁜 선택지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물론 정부의 산업 보호와 굳건한 국방 안보정책이 뒷받침 돼야겠지만.
/김흥수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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