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 칼럼] 꼴좋다, 쌤통의 심리학

  • 오피니언
  • 문화人 칼럼

[문화人 칼럼] 꼴좋다, 쌤통의 심리학

김홍진 한남대 교수/문학평론가

  • 승인 2025-07-30 17:04
  • 수정 2025-07-30 22:50
  • 신문게재 2025-07-31 19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2025062501001784400075671
김홍진 교수.
전직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파면된 후 3대 특검이 가동 중이다. 연일 언론을 장식하는 등장 인물들은 어마어마한 권력과 기득권을 가진 인사들이다. 악행을 저지른 이들의 명성과 권력의 몰락이 주는 대중적 쾌감은 아마도 '꼴좋다', '쌤통이다', '고소하다'는 감정일 것이다. 강상중은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에서 이런 감정을 독일어 샤덴프로이데에서 찾는다. 우리말로 '고소하다', 이 형용사는 사투리 '꼬방시다'나 '꼬숩다'고 말할 때 찰지다. 이런 쌤통의 심리는 인간의 파괴욕망을 충족시키지만 특별히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게 이점이다

쌤통의 심리는 타인의 불행을 보며 죄책감 없이 쾌감을 느끼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문제는 타자의 불행을 기대하다가 직접 유발하려는 욕망으로 이어진다는 게 문제다. 나치 시대 광기 어린 집단적 유대인 박해가 한 예다. 인간의 파괴 본능을 죄책감 없이 충족하는 방식이 고소한 쌤통의 심리학이다. 그러나 권력자들과 기득권자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것을 보며 고소해 하는 감정에 그치고 만다면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고소해 하는 것보다 먼저 우리는 참된 민주주의의 모습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정치적 성찰이 필요하다



인류 역사는 악으로 넘쳐난다. 강상중의 이 책은 일상에 내재한 악의 힘을 고찰하는 데 주력한다. 저자는 엽기적인 살인, 잔혹한 테러, 악과의 거래를 통해 무한 증식하는 자본과 조직 논리가 자행하는 범죄에 이르기까지 일상에 만연한 악의 숨겨진 진면목을 응시한다. 그리고는 이런 악이 과연 '나'와는 무관한 것인지 묻는다. 세간을 경악케 한 내란과 같은 악행은 과연 광기와 음모론에 사로잡힌 한 집단이나 악인에 의한 것일까? 강상중의 통찰은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환기하기도 한다. 악은 우리의 보편적 무의식과 일상에 편재한다.

강상중은 엽기적 살인이나 잔학무도한 테러, 시스템 속의 얼굴 없는 악 등 여러 끔찍한 악행들을 따라간다. 여기서 자연스레 최근 우리가 경험한 수많은 광기 어린 악행과 악의를 떠올리게 된다. 세월호 참사, 강남역 살인사건, SPC나 김용균, 국정 농단, 내란 사태가 보여주는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추악한 행태와 치밀한 범죄들 말이다. 악의 시대라 해도 무방할 경악스러운 일이 하루가 멀다 벌어지지만, 우리는 분노하거나 슬퍼하거나 두려워만 할 뿐이다. 우리는 악행이 광기에 사로잡힌 한 인간이나 집단의 일로 치부하고는 나는 안전하다 안도하고 위안할 뿐이다.



강상중은 또 인간이 죽음을 향해 갈 수밖에 없는 태생적 공허함을 품은 존재인 한 악의 출현은 불가피하다는 생각으로 '성서'를 비롯한 '실락원', '파리 대왕', '파우스트 박사', '카라마 조프가의 형제들', '변신' 등등 여러 소설을 통해 인간이 품은 넘쳐나는 악의 표상을 포착한다. 악은 존재론적 공허함, 세상과 단절되어 있다는 느낌, 특히 내란의 사례처럼 특권적이며 중독적 자기인식이나 나르시시즘 속에 깃든다. 하지만 이런 악을 향한 우리의 분노 역시 용서 할 수 없다는 감정 하나로 묶여 있다. 무소불위 호가호위 권력을 휘두른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되거나 수사 대상으로 소환되는 사태에서 대중이 느끼는 감정도 이와 같으리라.

강상중은 우리에게 악이 왜 발생하는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다양한 논점을 제시하며 사유의 물꼬를 터준다. 그 결과 우리가 사회에 절망하면서도 함께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신뢰를 포기하지 말아야 함을 강조한다. 인간을 믿고 스스로를 세상의 일부라 느끼는 공생의 철학과 실천 윤리학 외에는 번성하는 악의 시대를 건널 방도는 없다. 꼴좋다는 쌤통의 심리보다는 자신을 들여다보고 내가 어떤 존재와 이어져 있다는 인간성에 대한 믿음을 확신하는 게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일 것이다.

김홍진 한남대 교수/문학평론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분양시장 미분양 행보 속 도안신도시는 다를까
  2. 무너진 발화지점·내부 CCTV 없어… 안전공업 원인규명 장기화 우려
  3. 여야 6·3 지방선거 대전 5개 구청장 대진표 확정
  4. [전문인칼럼] 문평동 화재 참사가 우리에게 남긴 것
  5. 안전공업 참사 이후에도 잇단 불길…대전·충남 하루 새 화재 11건
  1. 사기 벌금형 교사 '견책' 징계가 끝? 대전교육청 고무줄 징계 논란
  2. "배달 용기 비싸서 어쩌나"... 대전 자영업자 '한숨'
  3. [현장스케치] "올해는 우승"…한화 이글스의 대장정 막 올라
  4. 2차 석유 최고가격제 사흘새 지역 내 휘발유, 경유 50원↑
  5. [기고] 주권자의 선택, 지방선거의 의미와 책임

헤드라인 뉴스


충남도 금강수목원 매각 강행… 세종 시민사회단체 "불가" 규탄

충남도 금강수목원 매각 강행… 세종 시민사회단체 "불가" 규탄

중부권 최대 규모인 금강수목원이 존폐 기로에 선 가운데, 충남도의 민간매각 절차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금강수목원 공공성 지키기 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는 30일 충남도의 매각 입찰 대상구역에 매각 불가한 세종시 30여 필지가 포함돼있다고 지적하며, 세종시에 조속한 공공재산 이관 행정절차 추진을 촉구했다. 특히 인허가권을 가진 세종시가 충남도의 민간 매각 움직임에 방관하고 있다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금강수목원 공공성 지키기 네트워크와 세종·대전환경운동연합, 공주참여자치시민단체는 이날 오전 세종시청 브리핑실에서 금강수목..

대전 안전공업 화재 유가족들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대전 안전공업 화재 유가족들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근로자 14명이 사망하고 60명이 부상 당한 대전 안전공업 화재피해 유가족이 30일 사고 후 처음으로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의 철저한 조사를 통해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대전 안전공업 희생자 유가족들은 이날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서 화재 사망자 중 가장 마지막에 장례를 치르는 고 오상열 씨의 발인식에 참석하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위로할 시간을 갖기 위해 고 오상열 씨 유족은 28일 빈소를 마련해 이날 발인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경찰과 소방 등의 화재현장 합동감식에 동행한 유가족 대표가 입장을 밝히고 기자들과 질..

`강물아, 흘러라` 4대강 재자연화 합의에 700일 천막 농성 종료
'강물아, 흘러라' 4대강 재자연화 합의에 700일 천막 농성 종료

"금강아 흘러라! 강물아 흘러라!" 2024년 4월 29일부터 세종보 상류 금강변에서 전국 각지의 활동가와 시민 등 2만여 명이 이끌어온 천막 농성이 단체 구호와 함께 700일 만에 막을 내렸다. 현 정부가 시민사회와 합의안을 도출, 4대강 재자연화에 대한 의지를 내보이면서다.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30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세종보 천막 농성장에서 해단식을 가졌다. 최근 기후부는 시민사회와 도출한 4대강 재자연화 추진안을 발표했으며 연내 보 처리 방안 용역 추진과 국가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로수 가지치기 가로수 가지치기

  • 안전공업 화재 참사 희생자 마지막 발인 안전공업 화재 참사 희생자 마지막 발인

  •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이틀째 전석매진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이틀째 전석매진

  • 프로야구 개막…한화이글스 18년 만에 홈 개막전 승리 프로야구 개막…한화이글스 18년 만에 홈 개막전 승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