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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형 대전을지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
# 30대 환자가 자전거 사고로 발뼈가 골절되어 나사못으로 골절 부위를 고정하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무사히 잘되었고 수술 후 영상 검사상으로 골절된 뼈가 서로 잘 붙은 것도 확인되었다. 운동치료와 재활치료를 병행하며 걷기도 잘 걷고 있었는데, 비가 오는 날이나 추운 날이 되면 발뒤꿈치가 아리고 걸을 때마다 통증이 뒤따랐다. 또 수술을 위해 절개한 발의 흉터 부분이 쩌릿하면서 걸음까지 방해했다. 집도의에게 물었지만 수술한 부위의 뼈는 잘 붙었고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통증이 온다는 말인가?
예시의 두 환자는 공통으로 수술 후 수술 부위의 지속적인 불편감과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본인을 집도의라고 가정해보자. 환자의 수술은 예상한 대로 잘 진행되어 회복도 됐고, 영상 검사나 다른 검사에서도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런데 환자가 수술 후에 계속 아프다고 하니, 상당히 당황스러울 것이다. 혹시 수술 전 진단이 잘못된 것인지 검토해 보아도 문제가 될 만한 이유를 찾을 수 없는 경우라면 더욱 그럴 테다.
자동차 사고를 당하거나 상해로 인해 수술한 경우라면 2차적 합의금 도출을 위한 꾀병이라고 오해를 받는 경우도 있으며, 실제로 그러한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꾀병을 부려야 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면, 수술 후 수술 부위에 발생하는 통증은 명쾌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 '수술 후 신경통'을 의심해봐야 한다.
우리 몸의 모든 장기가 상호 협력해 일정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서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일종의 교통 시스템이 필요한데, 그런 기능을 하는 곳이 바로 '신경계'다. 신경계는 굵은 것부터 매우 가느다란 것까지 굵기가 다양한 신경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거의 모든 신체에 분포한다. 디스크 증상이 있을 때 흔히 이야기하는 좌골신경은 매우 굵은 신경이며, 피부를 만질 때 느끼는 감각은 아주 미세한 신경을 통해 느끼게 된다. 이렇게 미세한 신경은 현미경과 특수 염색을 통해서만 구분할 수 있으며, 육안으로는 전혀 확인할 수 없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미세한 신경이라 하더라도 일련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신경계 내에서 항시 서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두 환자의 예에서처럼 폐암과 골절 수술을 시행할 때는 수술을 위해 피부절개는 물론 여러 조직을 해치고 인체의 내부로 접근을 해야 하는데, 이때 당연히 피부와 여러 조직에 분포하는 미세한 신경들이 손상을 받게 된다. 눈에 보이는 굵은 신경은 수술하면서 가능한 손상이 없이 피해갈 수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신경은 그럴 수가 없다.
수술 시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신경이 불가분 손상을 받게 되고, 이것이 원인 되어 수술 후 신경통이 발생할 수 있다. 물론 굵은 신경이 손상됐을 경우에 발생하는 신경통의 빈도보다 통증이 유발되는 확률은 훨씬 낮지만, 가능성은 늘 존재한다.
만성통증은 초기에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통증의 악순환고리에 의해 점차 몸의 다른 부위로 통증이 퍼져 나간다. 수술 후 신경통도 발생 가능성은 낮다 하더라도 일단 증상이 있으면 신경블록과 약물을 복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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