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충청 출신 정치인의 선전을 기대한다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 충청 출신 정치인의 선전을 기대한다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 승인 2025-09-23 16:08
  • 수정 2025-09-23 16:56
  • 신문게재 2025-09-24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유재일 대표님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많은 이들은 고향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을 노래한다. 서양에서 가장 오래된 시인 중 한 명인 그리스의 호메로스는 '오디세이아'(기원전 8세기경)에서 10년에 걸친 원정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가는 오디세우스 왕의 험난한 10년 여정을 그리며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묘사했다. 중국의 도연명은 '귀거래사'(歸去來辭, 405)에서 벼슬살이를 접고 낙향하는 기쁨을 노래했다. 옥천 출신의 정지용 역시 '향수'(1923)를 통해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라며 어릴 적 아름다운 고향을 그리워했다. 정겨운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이 시기, 때맞춰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리라.

보통 고향이라면 태어나서 자라고 살아온 곳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고향에 대한 관념은 태어나서 오래 생활했던 곳일수록 짙다. 설령 그곳에서 태어나지 않았더라도, 초·중·고 학창 시절을 보냈던 곳도 자연스레 고향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처럼 고향은 단순히 시간과 공간에 얽힌 장소만이 아니다. 사람의 마음과 관련된, 추억, 애정, 그리움이 담긴 곳도 고향이라 한다. 즉 고향은 마음속 깊이 간직한 정든 장소다. 비록 타향이지만 자신의 꿈을 꾸고 펼쳤던 곳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한 삶을 꾸렸던 곳도 고향이 될 수 있다. 어쨌든 고향에 대한 애착심과 그리움은 귀소(歸巢) 본능이자 본원적 정서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를 공동체라고 하는데, 범주와 기능에 따라 세계공동체, 국가공동체, 지역공동체로 나눠볼 수 있다. 이들 공동체는 고유한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를 세계주의, 국가주의, 지역주의의 개념으로 구분할 수 있다. 대체로 보편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들 세 가지 정체성을 나름대로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환경과 여건에 따라 정체성 간의 관계는 때로는 친화적으로, 때로는 길항적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면, 영국이나 스웨덴의 경우 세 가지 정체성의 관계가 공존 적인 데 반해, 미국과 중국은 갈등적인 측면이 강하다. 국가주의와 지역주의 간의 관계에서 일본은 도쿄 중심의 관동지방과 교토 중심의 관서지방이 포용적인 데 비해, 한국은 영남과 호남은 물론이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배타적이다.

한국은 영토가 협소하고 단일민족적 동질성이 강한데도 불구하고, 국가주의와 지역주의를 둘러싼 갈등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뚜렷하다. 이러한 현상은 불균형적 산업화과정, 적대와 배제의 정치문화 및 제도, 정치행위자들의 근시안적 행태 등이 맞물려 나온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지역민이든 출향인 이든 고향을 애틋하게 떠올리는 한가위를 앞두고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중앙 정계와 이재명 정부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은 충청 출신 정치인이 이 문제를 진지하게 성찰한다면,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잘 알다시피, 지난달 금산 출신의 정청래 국회의원과 보령 출신의 장동혁 국회의원이 각각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제1야당인 국민의힘 대표에 선출되어 정치 전반을 이끌고 있다. 이 덕분으로 양당 지도부에 충청 출신인 이 적지 않게 포진한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 일찌감치 실질적인 권력서열 2인자 인 대통령비서실장에 아산 출신의 강훈식 전 국회의원이 임명되면서 지역균형과 탕평인사에 대한 기대가 한층 높아졌다. 아마도 이처럼 충청 출신인 이 정치·행정 영역에서 중심이 된 경우는 김종필, 이해찬, 이완구 국무총리 이후 오랜만일 것이다. 다소 지나친 예단이지만, 충청 출신 정치인에게는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를 마주한 것이 분명하다. 이에 이들의 선전을 기대하면서 몇 마디 당부를 덧붙이고자 한다.

정치지도자는 리더십과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본래의 고귀하고 올바른 뜻을 이룰 수가 없다. 따라서 항상 진실, 용기, 관용, 통찰이라는 정치적 덕목을 디서플린(disciplin)하고, 시대정신을 포착하며, 정치력과 공감력을 발휘해야 한다. 특히 충청인의 심성과 기질에는 중용과 조화를 중시하고, 온화함과 친화력을 지니고 있다. 혹시나 기상이 열정적이고 준엄하더라도, 선공후사(先公後私)와 통합정치를 위해 겸허하고 사려 깊은 언행이 더욱 필요하다.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배려하며 인정미를 베푸는 것은 정치인 자신의 성공뿐만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길이기 때문이다.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세계백화점 앞 6중 추돌사고…1명 숨지고 2명 중상 등
  2. 김진명 작가 '세종의 나라'에 시민 목소리 담는다
  3. 대전문화방송과 한화그룹 한빛대상 시상식
  4. 세종 '행복누림터 방과후교육' 순항… 학부모 97% "좋아요"
  5. 전교생 6명인 기성초등학교 길헌분교 초대의 날 행사
  1. 사나래복지센터, 이웃들과 따뜻한 정 나누기 위한 사랑의 김장나눔
  2. [인터뷰]장석영 대한언론인회 회장
  3. 대한전문건설협회 대전시회, 한국건축시공학회와 업무협약 체결
  4. 대전 향토기업 '울엄마 해장국'...러닝 붐에 한 몫
  5. 따르릉~ 작고 가벼운 '꼬마 어울링' 타세요!

헤드라인 뉴스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에서도 태평양전쟁을 겪은 세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80년이 지났고, 전쟁의 참상과 평화를 교육할 수 있는 수단은 이제 전쟁유적뿐이죠. 그래서 보문산 지하호가 일본군 총사령부의 것이었는지 규명하는 게 중요합니다."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후쿠오카 시즈야(48) 서울지국장은 5일 대전 중구 보문산에 있는 동굴형 수족관 대전아쿠아리움을 찾아왔다. 그가 이곳을 방문한 것은 올해만 벌써 두 번째로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의 종결을 앞두고 용산에 있던 일본군 총사령부를 대전에 있는 공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지하호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올해 고1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고교학점제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시행 첫 학기를 경험한 응답자 중 10명 중 8명 이상이 '제도를 폐지하거나 축소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학생들은 진로 탐색보다 대학입시 유불리를 기준으로 과목을 선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로학원은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고1 학생과 학부모 47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5.5%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6일 밝혔다. 반면 '만족한다'는 응답은 4.3%, '매우 만족한다'는..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이 개장 한 달여 만에 누적 방문객 22만 명을 돌파하며 지역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6일 대전시에 따르면 갑천생태호수공원은 9월 말 임시 개장 이후 하루 평균 7000명, 주말에는 최대 2만 명까지 방문하는 추세다. 전체 방문객 중 약 70%가 가족·연인 단위 방문객으로, 주말 나들이, 산책과 사진 촬영, 야간경관 감상의 목적으로 공원을 찾았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에는 10일간 12만 명이 방문해 주차장 만차와 진입로 혼잡이 이어졌으며, 연휴 마지막 날에는 1km 이상 차량 정체가 발생할 정도로 시민들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 수능 앞 간절한 기도 수능 앞 간절한 기도

  •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