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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수 회장 |
2011년 여름 아파트 모퉁이에 조그만 평상마루가 있고 나무 한 그루가 고마운 그늘막이 돼 있어 아파트 어르신들의 안식처이며 웃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산들바람에 땀을 식히는 곳이기도 했는데 여름이 가고 가을이 지날 무렵 아내로부터 경로당 문제에 대한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노인들이 저렇게 나무 밑 평상마루에서 보내는데 겨울이 되면 어찌하겠어요? 경로당을 한번 만들어 편안한 겨울을 보내시게 해 드리는 것이 좋겠어요”라는 좋은 제안에 "알겠소, 그럼 내가 한번 추진해 보겠다"고 흔쾌히 대답했다.
즉시 아파트 관리사무소 아래층에 관리원 휴게소가 있어 건축물 관리대장을 확인하니 할아버지 방과 할머니 방으로 나누어진 경로당으로 돼 있어 이를 관리사무소장과 어르신들께 말씀을 드리니 모두 좋다고 해 회원들 십시일반으로 모금해 우선 필요한 물품을 구입해 임시허가 없는 경로당으로 사용하게 됐다.
경로당 설립을 위해 서구청에 동분서주하며 허가에 필요한 관계 서류를 제출해 심사 끝에 허가를 받아 천수경로당이 탄생하게 됐다.
회장 선출에서 만장일치로 회장에 추대했으나, 본인은 첫째 청각장애가 있어 의사소통이 어렵고 둘째는 봉사활동으로 경로당에 소홀히 할 수 있어 사양했다. 하지만 6개월만 맡아 달라는 부탁에 6개월만 하고 내놓는다고 했는데, 벌써 10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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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수 회장은 20여 명이 아코디언 공연을 하면서도 막상 규모가 적은 우리 아파트에서는 공연할 수 없음을 깨닫고, 50∼60년대 흑백 실버영화를 상영을 하면 박수 소리가 울려 퍼질 것 같다는 생각에, 즉시 빔과 스크린, 음향장치와 어르신들이 장시간 앉아 있기 편한 등받이 의자까지 준비했다.
이어 영화를 상영하니 호응이 너무 좋아 인원 장소 구애 없이 ‘해설과 함께하는 무료영화 상영’을 통해 어르신들에게 봉사해 보람이 있었는데, 지금은 코로나19가 모두 멈춰 아쉽다고 했다.
2020년 7월 30일 퇴임한 최병수 회장은 “열악한 경로당을 설립하고 급식 도우미를 하면서 모은 돈 100만원을 서구청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던 일은 잊을 수 없다”며 “대전광역시연합회 서구지회와 서구청, 갈마동 관계자의 도움 아래 퇴임함에 감사하며, 특히 천수경로당 총무를 비롯해 회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김기갑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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