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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제40회 대한민국 관악경연대회가 열린 국립중앙과학관 사이언스홀. 마침내 영예의 대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예산중 관악부 윈드오케스트라(Wind Orchestra) 유재봉(53·사진) 지도교사는 눈을 질끈 감았다. 터질 듯한 기쁜 마음과 벅차오르는 감정을 진정시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동안의 기억이 떠올라 감긴 눈에 눈물이 차기 시작했다. '대상을 받고야 말겠다'는 각오 하나로, 아이들과 함께했던 7년의 시간이 한편의 영화처럼 펼쳐졌다.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감정을 억눌러봤지만, 소용없었다. 단원들의 눈물 섞인 기쁨의 환호성이 들려오자 결국 유 씨도 함께 부둥켜 안고 울었다.
유 씨는 “대상 발표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깜짝 놀라기도 했고, 긴 시간동안 이 순간을 위해 피나는 연습을 해오고, 각자 노력한 것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며 당시 심정을 설명했다.
유 씨와 윈드오케스트라 학생들의 대상을 향한 욕심은 누구보다 컸다. 이 대회에서만 4년 연속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 2인자로 있을 수 없다”는 유 선생과 아이들의 마음은 같았다. 관악경연대회는 국내 관악인들에게 꿈의 무대로, 40년간 한국관악을 이끌어왔다.
유 씨는 “최우수상을 4년 연속으로 받다 보니 대상에 대한 욕심이 나는 물론이고 학생들에게 클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에는 꼭 받겠다는 각오로 연습에 항상 임했고, '예산이 관현악의 중심'이라 불리던 옛 영광을 되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예산중 윈드오케스트라는 1992년 창단 초기엔 여러 대회를 휩쓸며 명성을 떨쳤지만,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맞았다. 이때 예산중으로 부임한 유 씨에게 윈드 오케스트라의 부활과 재건 임무가 떨어졌다.
그는 관현악이 아닌 작곡이 주 전공이었지만, 최선을 다했다. 발령 유보까지 신청하며 7년간 윈드 오케스트라와 동고동락했다.
유 씨는 “여름방학이 팀워크를 맞추고 톤을 조율하는 등 아주 중요한 시기인데 한번은 아이들이 가족여행이니, 학원이니, 슬슬 게으름을 피워 지휘봉을 던지고 나간 적도 있다”며 “잘못했다는 아이들과 함께 펑펑 운 기억도 있는데, 정말 대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자부할 만큼, 열심히 노력해준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에서 예산중 윈드 오케스트라는 지정곡인 '여명의 아침(Daybreak Morning March)'과 자유곡인 '마추피추(Machu Picchu-City in the Sky)'를 선보였다. 오케스트라 전체 화음과 조화는 물론 웅장하면서도 신비로운 곡의 느낌을 살려 심사위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예산중 윈드 오케스트라는 11일부터 16일까지 서울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되는 제6회 국제관악제에서 초청 공연을 펼친다.
유 씨는 “대상을 받아 아이들의 들뜬 마음은 이해되지만, 아직 큰 공연이 하나 남아있는데, 긴장이 풀어져 조금 걱정이 된다”며 “관악경연대회 대상팀으로서 서울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르는 만큼, 최선을 다해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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