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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색안경은 멋쟁이의 필수품이었다. 요즈음은 안경이 장식의 요소라기보다는 시력을 교정하고 눈을 보호하는 실용적인 목적으로 쓰이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안경, 특히 색안경은 귀하고 비쌌기 때문에 신분을 과시하거나 멋쟁이로서 뽐내기 위한 용도로 많이 쓰이곤 하였다. 요즈음은 유리나 플라스틱 가공기술이 뛰어나서 성능이 뛰어난 안경마저도 싸게 사서 쓰고 다닐 수 있고, 여러 가지 모습의 색다른 안경들을 언제 어디서나 구해서 마음대로 쓸 수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림없는 일이었다. 유리나 플라스틱 안경알이 유행하기 전에는 돌로 안경알을 깎아 만들어 썼다. 요즈음 생각해보면 돌로 안경알을 어떻게 만들어 썼을까? 의아해 할 수도 있다. 마치 안경이 단순히 외국의 산물처럼 여겨질지 모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안경의 흔적은 임진왜란 무렵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특히 경주 남산에서 안경알을 만들기에 좋은 수정이 찾아져서 소위 남산 수정돌이라는 뜻의 남석으로 안경알을 만들어 유리로 만든 안경알이 쓰이기 전까지 아주 귀하게 취급되었다. 담배 피우기와 자전거 타기와 마찬가지로 안경을 쓰는 데는 지켜야 할 예절이 있었다. 어른들 앞에서는 반드시 벗어야만 했다. 어른들 앞에서는 피우던 담뱃불도 끄고, 자전거도 타고 가다가 걸어갔듯이…. 임금님을 뵈올 때 안경을 쓰고 있었다가 잘못을 뉘우치고 자결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시설창조관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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