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자가 목록에서 빠진 게 없는지 꼼꼼히 살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라는 취지다. 원래 고의로 누락한 채권은 면책이 안 되지만, 채권자가 채무자의 파산 신청·선고 사실을 알고 있는 경우에는 면책될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11일 서모씨가 '채권이 면책됐음을 확인해 달라'며 김모씨를 상대로 낸 청구이의 소송 상고심에서 '채권이 면책되지 않았다'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채무자가 채권의 존재를 알면서도 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경우에는 책임이 면제되지 않지만, 그 경우에도 채권자가 (채무자의) 파산 선고가 있음을 알았다면 면책이 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채무자가 원금을 목록에 기재한 이상 채권자는 면책 절차에 참여할 수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한데도 원심은 이를 심리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600만원을 빌려간 서씨가 돈을 갚지 않자 이를 갚으라며 2009년 법원에 소송을 냈다.
법원은 "서씨는 빌린 돈 600만원, 연체이자 240만원, 매달 이자 10만원을 갚아야 한다"는 내용의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서씨가 제 때 갚지 않을 경우 세들어 사는 집을 집주인에게 돌려주고 받을 임대차보증금으로 김씨에게 변제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하지만 서씨는 빌린 돈과 이자를 갚지 않고 버티다가 2013년 법원에서 파산 선고를 받았다.
이에 김씨는 서씨가 파산 신청 당시 채권자목록에 원금 채무 600만원만 적었으므로 다른 채무와 화해권고 결정 당시의 조건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번엔 서씨가 소송을 냈다.
1·2심은 고의로 채권을 목록에 적지 않은 채권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서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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