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이야기]혼인의 의미와 역사(4)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법률이야기]혼인의 의미와 역사(4)

김형태 변호사

  • 승인 2014-08-11 14:20
  • 신문게재 2014-08-12 16면
  • 김형태 변호사김형태 변호사
▲김형태 변호사
▲김형태 변호사
그러면 우리나라의 예전의 혼인제도는 어떠했을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고부간의 갈등으로 대표되는 시집살이를 연상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조선시대에 비로소 이루어진 혼인제도였으며 그 이전에는 처가살이가 보편화되어 있었다.

그 기원은 고구려의 데릴사위제도인데 남녀가 혼인하기로 약속을 하면 처가에서는 뒷마당에 서옥이라는 작은집을 짓는다. 해질 무렵 남자가 처가의 집에 찾아와 꿇어 앉아 자신의 이름을 대면서 그 집에서 하룻밤 잠자기를 청하는 것이다. 그래서 승낙을 받으면 그 날부터 서옥에 머물면서 처가를 위해서 열심히 일도 하고 결혼생활을 위해 재물을 마련하여 자식이 장성하면 비로소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던 것이다. 고려시대 역시 같은 제도를 유지하고 있었고 특히 남자가 장인 집에 머물면서 처가 집을 위하여 신부봉사까지 하면서 지내야 했기 때문에 머슴 같은 고달픈 생활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풍습은 어머니의 가족 속에서 자라난 아이들에게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었지만 그만큼 아버지 쪽은 아이들에 대한 영향력이 적을 수밖에 없었고 아버지들의 희생이 요구되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의미 있는 속담이 생겨난 것이다. “겉보리 서말만 있어도 처가살이하지 않는다.”라든지 “처갓집과 측간은 멀수록 좋다” 등 이다.

이러한 처가살이로 아이들은 외갓집에서 자라다보니 외가의 풍습을 배우게 되고 외가 쪽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게 되어 남자가 권력을 가지게 되면 외가에서 그 위세를 떨치게 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고려가 멸망하고 새로이 조선이 세워지는 과정에서 태종은 그의 아들인 세종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하여 그의 외척들은 제거한 것은 바로 외가의 권력농단을 막기 위한 조치였던 것이다. 그 당시에 정도전은 이러한 처가살이의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중국에서 시행하고 있던 시집살이로 혼인제도를 바꿀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게 되었고 이후 조선시대에는 이러한 시집살이가 자리를 잡게 되었던 것이다.

이를 친영례(親迎禮)라고 하는데 오랫동안 지켜온 풍습인 처가살이가 하루아침에 쉽게 변하지 않았고 중종 때에 이르러 비로소 관리들에게 이러한 친영례를 하도록 유도했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시집살이는 아마 조선시대 후기에 비로소 정착된 제도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이러한 혼인제도가 근간을 이루는 것이 사례(四禮)인데 이것은 중국의 육례(六禮)에서 유래되는 것이다. 첫 번째 단계가 의혼(議婚)이라는 것으로 혼담을 주고받는 단계로서 이러한 의혼이 많이 들어오는 여자의 집안은 이를 자랑으로 여겼다고 한다. 그 후 양가에서 혼인의 의사가 접근되면 신랑 측에서 납채(納采)를 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신랑 측에서 신부 측에게 신랑의 사주를 담은 사주단자를 보내는 것이다.

이것이 두 번째 단계이다. 이에 신부 측에서 신랑과의 궁합을 보고 좋으면 혼인일자를 정하고 그 내용을 적은 연길단자를 신랑집으로 보내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로 납폐(納幣)를 하게 되는데 바로 신랑 측에서 예물을 담은 함을 신부 측에 보내는 것이다. 혼례식 전날 함지기가 신부 집에 가게 되는데 신부 집에서는 받은 함을 백설기시루 위에 놓고 부부가 백년해로하기를 기원하였던 것이다. 그 때에 함지기에게 노자 돈을 주는 풍습이 있었는데 오늘날의 함 값이다.
그런데 이러한 납폐단계에 이르면 혼례식을 치루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파혼이 불가능하게 되고 이후 사고로 신랑이 사망한 경우에도 신부는 결혼한 사람으로 청상과부가 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계속)

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 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한우리·산호·개나리, 수정타운아파트 등 통합 재건축 준비 본격
  2. 대전충남통합市 명칭논란 재점화…"지역 정체·상징성 부족"
  3. 대전 유성 엑스포아파트 지구지정 입안제안 신청 '사업 본격화'
  4. <속보>갑천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현장에 잔디 식재 정황…고발에도 공사 강행
  5. 대전교육청 종합청렴도 2등급→ 3등급 하락… 충남교육청 4등급
  1. 이재석 신임 금융감독원 대전세종충남지원장 부임
  2. [중도초대석] 임정주 충남경찰청장 "상호존중과 배려의 리더십으로 작은 변화부터 이끌 것"
  3. 주택산업연구원 "내년 집값 서울·수도권 상승 유지 및 지방 상승 전환"
  4. 대전세종범죄피해자지원센터, 김치와 쇠고기, 떡 나눔 봉사 실시
  5. [행복한 대전교육 프로젝트] 대전둔곡초중, 좋은 관계와 습관을 실천하는 인재 육성

헤드라인 뉴스


김태흠-이장우, 충남서 회동… 대전충남 행정통합 방안 논의

김태흠-이장우, 충남서 회동… 대전충남 행정통합 방안 논의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주도해온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이 만났다. 양 시도지사는 회동 목적에 대해 최근 순수하게 마련한 대전·충남행정통합 특별법안이 축소될 우려가 있어 법안의 순수한 취지가 유지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다고 밝혔다. 가장 이슈가 된 대전·충남광역시장 출마에 대해선 김 지사는 "지금 중요한 것은 정치적인 부분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불출마 할 수도 있다 라고 한 부분에 대해선 지금도 생각은 같다"라고 말했다. 이장우 시장은 24일 충남도청을 방문, 김태흠 지사를 접견했다. 이 시장은 "김태흠..

정청래 "대전 충남 통합, 法통과 되면 한 달안에도 가능"
정청래 "대전 충남 통합, 法통과 되면 한 달안에도 가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4일 대전 충남 통합과 관련해 "충남 대전 통합은 여러 가지 행정 절차가 이미 진행되어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키면 빠르면 한 달 안에도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서울특별시 못지 않은 특별시로 만들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대통령실에서 대전 충남 의원들과 오찬을 가진 자리에서 "내년 지방선거 때 통합단체장을 뽑자"고 제안한 것과 관련해 여당 차원에서 속도전을 다짐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기획] 백마강 물길 위에 다시 피어난 공예의 시간, 부여 규암마을 이야기
[기획] 백마강 물길 위에 다시 피어난 공예의 시간, 부여 규암마을 이야기

백마강을 휘감아 도는 물길 위로 백제대교가 놓여 있다. 그 아래, 수북정과 자온대가 강변을 내려다본다. 자온대는 머리만 살짝 내민 바위 형상이 마치 엿보는 듯하다 하여 '규암(窺岩)'이라는 지명이 붙었다. 이 바위 아래 자리 잡은 규암나루는 조선 후기부터 전라도와 서울을 잇는 금강 수운의 중심지였다. 강경장, 홍산장, 은산장 등 인근 장터의 물자들이 규암 나루를 통해 서울까지 올라갔고, 나루터 주변에는 수많은 상점과 상인들이 오고 가는 번화가였다. 그러나 1968년 백제대교가 개통하며 마을의 운명이 바뀌었다. 생활권이 부여읍으로 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 신나는 스케이트 신나는 스케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