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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콘센트 안에 있는 벌집 |
산골에서 조용하게 지내다보면 한가하기 짝이 없을 것 같은데, 게으름을 피우지 못하게 하는 자연의 섭리가 집 주위에 널려있다. 그중에서 잡초가 단연 으뜸이다. 며칠만 돌보지 않아도 금방 표가 난다. 일주일가량 서쪽 언덕에 있는 꽃밭 관리를 하지 않았더니 잡초는 말할 것도 없고, 여기저기에 아카시아, 칡넝쿨도 제법 자랐다. 원래 아카시아 여러 그루를 베어내고 언덕을 뒤덮고 있던 칡넝쿨을 걷어낸 곳이라서, 조금만 한눈을 팔아도 흙속에 묻혀있던 뿌리에서 싹이 올라온다.
2년 전에 심은 감나무 묘목을 칡넝쿨이 감고 올라가기에 치우다가 변을 당했다. 근처 땅속에 있던 벌집을 건드린 것이다. 벌떼가 달려들어 쏘기에, 평소에는 조심스레 다니던 제법 가파른 언덕을 단숨에 뛰어내려왔다. 달라붙는 벌들을 정신없이 털어내며 집안으로 황급히 들어왔는데, 땅벌 한 마리는 거실까지 따라왔다. 벌에 쏘인 곳을 세어보니 12군데나 되었고, 물린 곳마다 피부가 붉게 부풀어 오르면서 심히 가렵고 아팠다. 약간 어지럽기에 누어서 맥박을 세어보니 분당 100회를 넘나들었다. 다행히 증상이 더 심해지지는 않아 병원 신세는 지지 않았다.
민간요법에 봉침이란 치료방법이 전해 내려온다. 살아있는 벌을 이용하기도 하고, 몸통 끝 침이 있는 곳을 떼어내어 사용하기도 한다. 또 봉독(蜂毒)만을 분리·정제하여 만든 주사제를 이용하기도 한다. 나는 그 효과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그러나 이미 공짜 봉침을 잔뜩 맞고 나니, 오래 지속되는 큰 효험이 있었으면 하는 간사한 마음이 든다.
집 주위에 갖가지 꽃들이 피어 있으니, 그만큼 벌들도 많이 모여든다. 오늘은 데크에 있는 전기 콘센트 뚜껑을 위로 젖힌 순간, 속에 집을 짓고 몰래 살림을 차렸던 벌 두 마리가 놀라 날아갔다. 나도 얼마나 놀랐던지, 전에 열두 방을 쏘였을 때보다 더 어지럽다.
아무리 몸에 좋다고 해도, 봉침을 또 다시 맞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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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 전문의 노승무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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