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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희 충남대 의과대학 재활의학교실 교수 |
초면이지만 많은 분들이 "아! 좋은 일 하시네요. 힘든 일 하시는군요!" 등 칭찬을 해준다. 보통 모임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고, 과분하게 좋은 말씀을 해주시면 쑥스러워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내가 그렇게 좋은 일 하지는 않는데…. 재활의학과 의사로서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장애에 준하는 심한 신체적인 질병을 가진 환자분들을 내 능력과 현실적인 동원 가능한 수단을 사용하여 최선을 다해 치료하는 것은 다른 전공과목 의사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25년 이상 재활의학과 전문의로 일 해오면서, 항상 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아직 조금 더 해야 하는데 하는 일이 하나 있다. 장애인의 기능 회복과 유지를 위한 치료 외에 내 환자분들이 원하는 건 불편하지만은 장애가 생기기 전의 생활, 가정이나 직장, 학교로 돌아 갈 정도로 회복이 되거나, 돌아갈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동안 저자의 전공분야인 척수손상재활치료를 받고 대학을 졸업하여 공무원으로, 교사로 다시 학교에 복귀하고, 연구소로 복귀한 환자들도 있었지만 많은 환자들이 가정과 사회, 직장 복귀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내 자신이 재활의학과 의사로 좀 떳떳해졌다. 5명도 안되는 척수손상 환자이지만 이 분들에게 사회복귀까지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재활치료를 해주기 때문이다. 재활의학과 치료에 대한 법적인 개념은 장애인건강권법에 정의되어 있다. '재활의료'란 손상이나 질병으로 인한 장애의 최소화 및 장애인(손상이나 질병 발생 후 완전한 회복이 어려워 일정기간 내에 장애인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을 포함한다)의 기능 회복과 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의료행위를 의미한다. 나 역시 이런 장애를 가진 환자의 증상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그리고 내 환자의 생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료를 해왔다.
하지만 장애를 초래하는 손상이나 질병에 대한 치료와 장애로 인한 기능 회복을 하기 위한 치료도 다른 의학 분야 치료와 마찬가지로 의학적인 효과가 있는 기간 동안에만 제공되는 것이기에,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는 중지하고, 합병증 예방을 위한 소극적인 치료를 해야 하고, 이런 과정에서 더 많은 최고수준의 적극적인 재활치료를 계속 원하는 환자와 보호자와 마찰이 적지 않아 왔다.
이럴 때마다 내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이 분야는 의료가 아닌 복지의 대상이고, 그러므로 이젠 내 손을 떠났고, 장애인들이 사회복귀가 안되는 것은 내 잘못이 아니라 국가, 지자체, 각종 복지단체의 복지서비스가 아직도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각종 회의나 학술 발표할 때마다 장애인복지의 확대 및 효율적 집행으로 장애인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올해 초부터 보건복지부 지원으로 중증척수장애인을 대상으로 일상홈을 이용하여 가정복귀프로그램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보행이 불가능하고, 스스로 배뇨가 불가능한 척수손상으로 심한 장애를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재활센터 내 설치된 원롬 아파트에서 척수장애 환자들이 집에서 해야 하는 모든 것, 청소, 식사준비, 빨래, 대소변처리, 목욕, 외출, 장보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자가용 운전 등을 혼자 할 수 있도록 척수장애가 있지만 완전하게 독립생활을 하는 동료 환자가 생활코치의 도움을 받아 약 3-4주 동안 집중 훈련하는 것이다.
이런 일상생활동작 훈련은 재활병원에서 전문재활치료 형태로 제공되지만 많이 부족하여, 실제 가정이나 직장에서 혼자 지내기 위해서는 동료 척수손상환자에게서 어깨 너머로 배워야 한다. 이제 시범사업형태로 시작하지만 모든 재활병원에서 건강보험급여 가능한 정규 재활치료로 만들기 위해 일상홈재활치료의 의학적 근거와 자료를 축적하고 있다.
장애인 복지와 관련한 정부 지출은 특수교육 2조 7595억(2018년), 보건복지부 장애인복지 예산 2조 7326억원(2019년) 등 약 6조 6천억, 그 외 건강보험, 산재보험 등으로 지출되는 재활치료 및 장애인복지 관련 예산 등이 있다. 장애를 가진 환자들의 재활치료와 사회복귀를 위해서는 보건의료와 복지서비스가 물 흐르듯이 연계돼야 하지만 많이 부족하다. 앞서 일상홈을 이용한 사회복귀와 같은 재활치료와 장애인복지가 통합되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형태로 제공되어야만 부족한 장애인 복지 예산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조강희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재활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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