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 문화칼럼]신바람난 독도새우

  • 오피니언
  • 문화칼럼

[최충식 문화칼럼]신바람난 독도새우

  • 승인 2017-11-15 12:03
  • 수정 2017-11-15 15:42
  • 신문게재 2017-11-16 22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사진
독도새우가 바람이 났다. 신바람이다.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속초 등의 취급점이 북새통이다. 새우 요리는 일본에서도 나왔지만 조명을 받지 못했다. 일본은 독도새우에 이어 중국 인민대회당 만찬의 생선요리인 둥싱반(東星斑) 무늬바리 찜도 못마땅해 했다. 남중국해 분쟁지역에서 잡혀 중국의 자국 영토 주장 메시지라며 우겼다.

일본이 문제적으로 본 것은 국빈 만찬장에 오른 '독도'라는 이름이다. 도화새우, 꽃새우, 가시배새우, 물렁가시붉은새우로 소개됐으면 묻히고 말았을 일이다. '독도새우 잡채를 올린 송이돌솥밥 반상'의 부재료일 뿐인데 그 난리였다. 일상의 음식도 외국 정상 앞에서 당연히 이미지의 탈을 쓴다. 정치 무대에서도 그렇다. 홍어 정치학과 과메기 정치학이 그것이다. 권력 이동으로 가자미 정치학이 나올지는 알 수 없다. 트럼프는 거제도 가자미 맛을 봤다.

메뉴 읽는 법에 '출처를 확인하라'가 있다. 외교 밥상의 소고기는 원산지를 가린다. 조지 부시 방한 때는 한우갈비구이와 미국산 안심스테이크를 준비했다. 광우병 민심을 달랜다는 의도였지만 당시에는 이중구속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번에는 음식에 있는 어떤 위계를 봤다. 한우 갈비구이에 미국 역사보다 긴 360년 된 씨간장 소스를 곁들였다. 궁핍했던 시절의 곡물 죽까지 내놓아 6·25로 맺어진 동맹을 환기시켰다. '초딩 입맛' 트럼프를 위해 미국산 소고기 햄버거를 골프장으로 공수한 일본보다 품격 있다. 스토리텔링도 앞선다.

그 스토리를 풍부하게 해준 것이 일본이다. 기본적으로 음식 속에 개인, 지역, 국가의 문화사가 있다. 인천의 밥상에는 개항의 역사가, 대전의 밥상에는 철도 부설의 역사가 서려 있다. 역사적으로 19세기 중국이 개항을 당할 땐 피를 뚝뚝 흘리는 스테이크 요리가 동원됐다. 루스벨트는 영국 왕실을 초대해 잔디밭에서 핫도그 외교를 펼쳤다. 고려를 무릎 꿇린 몽골 군대는 일본을 치려고 안동과 제주에 주둔하면서 소주와 설렁탕을 남겼다. 미국인의 단 것 선
최충식(문화칼럼용)
▲최충식 논설실장
호와 프랑스인의 포도주 선호가 '문화재' 같다던 롤랑 바르트가 한국인의 매운 것 선호를 눈여겨봤으면 역시 같은 말을 했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음식은 이제 적과 동지 구분에 또 쓰인다. 독도새우를 외교적 고려 없이 준비했다지만 지극히 외교적이 됐고 반일 만찬이 됐다. 그게 도리어 잘됐다. 사쿠라에비(벚꽃새우)를 올리든 독도새우를 올리든 남의 집 반찬 투정이나 하는 태도가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독도새우라고 부르는 새우는 알고 보면 일본 오호츠크해나 홋카이도에서도 잡힌다. 확실히 음식은 외교였다.

외신은 "미국보다 오래된 콩소스(간장)"에 대해서도 보도했다. 만약 '가을 새우는 굽은 허리도 펴게 한다'에 곁들여 '혼자 여행할 땐 새우를 먹지 마라', '총각은 새우를 먹지 마라'는 말뜻까지 설명했으면 트럼프의 표정이 어땠을까?

새우 외교를 물론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얻은 것이 많았다. 이번 한중일 미식외교(美食外交)를 중국 드라마 제목을 살짝 고쳐 '삼국삼색 십리도화(三國三色 十里桃花)'로 평하고 싶다. 그 현생의 언저리 어디쯤을 똑똑하게 거닐었다. 4강 틈바구니에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거나 고래 그물에 새우 걸리는 일은 모두 없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새우'가 아니다. 음식좌파, 음식좌파 이데올로기나 위장(胃腸)의 애국주의, 그보다 이제까지 부족한 것은 외교적 당당함이었다. 외교가 국제정치 전면에 나선 독도새우만 같다면 '코리아 패싱' 따위 불경한 용어는 꽁무니를 빼버릴 것 같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김해 국·공립 산림휴양시설 10월 동시 개장
  2. 경기 광주시, 환승부터 역동 개발까지 살핀다
  3. 충남신보, 천안-아산 소상공인에 특례보증 지원
  4. 대전시 "선도지구 2차 선정 공모 또는 제안 방식으로"… 두 방식 차이점은?
  5. 해외 증권사 사칭해 현금·골드바 15억 가로챈 일당 검거
  1. 대전 가장교 시멘트 떨어짐 현상…시민들 안전 ‘위협’
  2.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교장에 김도경 KAIST 명예교수 선임
  3. 대전중수청 '대전 이전' 속도… 행안부 차관 "내년 설계비 반영" 확답
  4. 최저 건보료 2만원 넘는데… 대전시 지원 기준은 18년째 ‘1만원’
  5. '피지컬AI 1㎜ 에러를 잡아라' 대전창업포럼서 스타트업 '주목'

헤드라인 뉴스


행정수도 완성의 중대 분수령… 특별법 연내 제정 총력전 돌입

행정수도 완성의 중대 분수령… 특별법 연내 제정 총력전 돌입

세종시의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범국민적 연대 조직이 13일 공식 출범하며, 특별법 연내 제정을 향한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됐다. 행정수도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9시부터 11시 30분까지 세종시청 여민실에서 창립대회와 출정식을 개최하고, 국가균형발전의 새로운 역사적 출발점을 알렸다. 이번 대책위 출범은 과거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 오랜 기간 지속돼 온 소모적인 논란을 종식하고,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행정수도로 법제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조상호 세종시장은 "행정수도 완성이 수도권 일극체제와 지방소멸..

[기획] 문화를 행정수도 핵심 산업으로… 시설 정체성 살리고 특화해야
[기획] 문화를 행정수도 핵심 산업으로… 시설 정체성 살리고 특화해야

'문화예술 도시 세종'을 향한 청사진은 화려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역 예술 꿈나무들은 설 무대를 찾지 못해 인근 타 도시로 향하고, 시민들은 문화공연을 즐길 시설이 부족해 문화 향유에 목말라 있다. 여기에 재정난으로 주요 문화시설 건립까지 지연되면서, 세종의 문화예술 인프라가 도시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은 언제쯤 행정수도를 넘어 시민 누구나 문화를 누리고 예술가가 지역에서 꿈을 펼칠 수 있는 도시로 나아갈 수 있을까. 세종 문화예술 인프라의 현주소와 과제를 3차례에 걸쳐 들여다본다. <편..

대전 당정, 공공기관 유치·CTX 조기 착공 힘 모은다
대전 당정, 공공기관 유치·CTX 조기 착공 힘 모은다

대전시와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이 2차 공공기관 이전과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 조기 착공 등 지역 현안 해결과 내년도 국비 확보를 위해 공조에 나섰다. 특히 올 하반기 이전기관과 지역 선정 등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로드맵 발표가 예정된 만큼 전략적인 공공기관 유치에 당정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13일 대전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옛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는 허태정 대전시장과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박범계·조승래·장철민·박용갑·박정현·황정아 국회의원, 대전시와 시당 관계자 등 60여 명이 참석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가장교 시멘트 떨어짐 현상…시민들 안전 ‘위협’ 대전 가장교 시멘트 떨어짐 현상…시민들 안전 ‘위협’

  • ‘무궁화 축제에서 나라사랑 의미 되새겨요’ ‘무궁화 축제에서 나라사랑 의미 되새겨요’

  • 폭염에 농작물도 피해 폭염에 농작물도 피해

  • 중장년 재취업을 향한 열기 중장년 재취업을 향한 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