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튤립 피버- 튤립 광풍에 치정멜로가 맥을 못추네

  • 전국

[영화]튤립 피버- 튤립 광풍에 치정멜로가 맥을 못추네

  • 승인 2017-12-30 09:00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AKR20171208164000005_02_i
연합뉴스 제공
솔직히 이 영화를 본 이유는 영화 카피 때문이었다. '치정멜로'. 구미가 확 당겨 휴일 조조영화를 볼 심산으로 아침 댓바람에 양치질만 하고 극장으로 달려갔다. 사실 요즘 영화 너무 묵직해서 보고 나면 가슴이 뻐근해질 지경이다. 사회성 짙은 영화와 사내들이 폼 잡는 누아르 영화가 판 친다. 말랑말랑하고 들척지근한 영화에 목말라 있던 참이었다. 엄혹한 군사정부 시절, 전두환은 작정하고 우매한 백성 만들기에 골몰했다. 하여, '3S 정책'에 돌입한 것. 섹스, 스크린, 스포츠. 대학 시절 뒷골목 극장에서 동시상영 영화를 무지하게 봤다. 뽕, 산딸기, 애마부인 1·2·3, 어우동, 무릎과 무릎사이…. 서정주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라지만 나를 키운 청춘의 팔할은 극장에서 본 끈적한 야한 영화였다.

그 시절이 그리운 건 단순히 지나간 추억만일까. 아, 친구와 강의 땡땡이 치고 본 '와일드 오키드'의 미키 루크의 끈적한 눈빛과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어찌나 가슴 설레게 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오금이 저린다. 아쉽다. 잘 만든 에로영화 한 편 왜 안 나오는 거지? 알고 보면 인생 참 별 거 아니다. 페르시아 고양이 털처럼 가벼운 게 인생살이다. 인생 뭐 있나.

치정멜로를 내세운 영화 '튤립 피버'는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진 맥빠진 영화였지만 주제는 나름 가볍지 않다.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광풍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남녀의 덧없는 사랑을 버무렸다. 지금 한국 사회가 가상화폐(비트코인) 열풍에 몸살을 앓는 것처럼 그 당시 네덜란드는 튤립 투기에 빠져 튤립 종자가 하루아침에 천정부지로 올랐던 사회였다.

소피아는 동생들을 먹여 살리려 튤립 장사로 거부가 된 중년의 남자와 결혼한다. 노인이 되어가는 남편과 한송이 꽃처럼 이제 막 피어오르는 소피아. 남편은 자식을 바라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아 소피아는 초조하기만 하다. 그 둘 사이에 화가 얀이 비집고 들어온다. 돈을 보고 결혼한 탓에 삶이 지루한 소피아는 잘생긴 젊은 화가 얀과의 불같은 열정에 빠진다. 튤립 광풍에 휩쓸린 사람들처럼 이 청춘남녀는 사랑의 열병에 허우적거린다. 얀이 소피아를 그리는 장면은 흡사 '타이타닉'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릿이 떠올라 웃음이 쿡 나온다. 얀 역의 데인 드한이 어찌나 디카프리오를 닮았는지 영화에 몰입을 방해한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는 법. 튤립도 하루아침에 똥값이 되어 강에 뛰어드는 사람이 속출하 듯 남녀 간의 사랑도 한 순간이다. 열정은 사라지고 음모와 오해를 돌고 돌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원위치로 돌아와 다같이 잘 살게 될 거라는 암시가 영 시시하다. 청교도정신이 근간을 이루는 할리우드 영화가 권선징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다시 한번 관객에게 선사한다. 대단한 치정극을 기대하고 봤다가 눈만 버렸다고 툴툴거릴 영화. 소피아로 나오는 배우의 몸매가 아름다운 건 인정! 우난순 기자 rain4181@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공사장 관리부실 대전 도마동 골목 물바다…공사장 물막이둑 터져
  2. 논란의 금속보호대 대전교도소 1년간 122회 사용… 기록누락 등 부실도
  3. 이철수 폴리텍 이사장, 대전캠퍼스서 ‘청춘 특강’… 학생 요청으로 성사
  4. 고교학점제 취지 역행…충청권 고교 사교육업체 상담 받기 위해 고액 지불
  5.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1. 서울대 10개 만들기·탑티어 교수 정년 예외…교육부 새 국정과제 본격 추진
  2.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전충청본부, 치매안심센터 찾아 봉사활동
  3. 세종 BRT예정지 미리알고 땅 매입한 행복청 공무원 "사회적 신뢰 훼손"
  4. "치매, 조기진단과 적극적 치료를" 충남대병원 건강강좌
  5. 새 정부 교육 국정과제 '시민교육 강화' 대전교육 취약 분야 강화 기대

헤드라인 뉴스


충남도 5년간 11조 투입해 서해안 수소벨트 구축

충남도 5년간 11조 투입해 서해안 수소벨트 구축

충남도가 석탄화력발전소 밀집 지역인 서해안 일원에 친환경 수소산업 벨트를 구축한다. 도는 수소 생산부터 저장, 활용까지 국내 최대 수소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해 글로벌 수소 허브로 탈바꿈시킨다는 목표다. 김태흠 지사는 18일 서산 베니키아호텔에서 열린 '제7회 수소에너지 국제포럼'에서 19개 기관·단체·대학·기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서해안 수소산업 벨트 구축 본격 추진을 선언했다. 이날 포럼에는 김 지사와 제프 로빈슨 주한 호주 대사, 니쉬 칸트 씽 주한 인도 대리 대사, 예스퍼 쿠누센 주한 덴마크 에너지 참사관 등 500여 명이 참석..

불꽃야구, 한밭야구장에서 직관 경기 열린다
불꽃야구, 한밭야구장에서 직관 경기 열린다

리얼 야구 예능 '불꽃야구'가 대전 한밭야구장(대전 FIGHTERS PARK)에서 21일 오후 5시 직관 경기를 갖는다. 18일 대전시에 따르면 이번 경기는 한밭야구장을 불꽃야구 촬영·경기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한 협약 이후 시민에게 개방되는 첫 무대다. '불꽃야구'는 레전드 선수들이 꾸린 '불꽃 파이터즈'와 전국 최강 고교야구팀의 맞대결이라는 예능·스포츠 융합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21일 경기는 수원 유신고와 경기를 갖는다. 유신고는 2025년 황금사자기 준우승, 봉황대기 4강에 오른 강호로, 현역 못지않은 전직 프로선수들과의..

추석 앞두고 대전 전통시장 찾은 충청권 경제단체장들 "지역경제 숨통 틔운다"
추석 앞두고 대전 전통시장 찾은 충청권 경제단체장들 "지역경제 숨통 틔운다"

충청권 경제 단체들이 추석을 앞두고 대전지역 전통시장을 찾았다. 내수 침체로 활력을 잃은 지역경제에 숨통을 틔우기 위한 캠페인을 위해서다. 특히 이번 캠페인에는 이상천 대전세종중소벤처기업청장이 취임 직후 첫 공식일정으로 민생현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대전세종충남경제단체협의회(회장 정태희)는 지난 17일 오전 대전 서구 한민시장에서 '지역경제 활성화 캠페인'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이상천 중기청장을 비롯해 정태희 회장(대전상의 회장), 김석규 대전충남경영자총협회장, 송현옥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전지회장, 김왕환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 지급 준비 만전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 지급 준비 만전

  • 2025 적십자 희망나눔 바자회 2025 적십자 희망나눔 바자회

  • 방사능 유출 가정 화랑훈련 방사능 유출 가정 화랑훈련

  •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