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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현 충남대 교수 |
우리나라의 장애 인구는 전체 국민의 5% 정도로 이 중 89%는 후천적 장애인이라고 한다.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자 장애인이 고통을 이겨내고 인간승리를 일궈내는 동영상을 자주 보여준다.
양팔이 없고 다리도 비정상적인 가스펠가수 레나마리아와 양팔과 다리가 모두 없는 닉부이치치는 단연 최고의 영웅이다. 이들은 수영을 하고 골프와 드럼을 치며, 운전을 하고 장애인에게는 희망전도사가 돼 각종 강연과 공연을 다니며 수익금을 장애인 지원 사업에 기부하고 있다.
이들은 처음부터 어렵게 세상에 태어나 삶의 희망이 없었을 때 깨달음을 얻고 피나는 고통을 이겨내며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 자신의 삶을 훌륭하게 일궈낸 위인들이다.
그런데 지금 소개할 분들은 이분들보다는 좀 낫다. 처음부터 장애인은 아니었다. 이분들은 지극히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었지만, 불의의 사고로 많은 것을 잃고 절망의 삶을 보내던 중 누군가의 도움으로 운동을 하게 됐고, 불가능에 도전하며 피와 눈물로 죽음의 훈련을 견뎌내며 올림픽에 참가한 분들이다.
평창 동계패럴림픽에 참가한 570명의 참가선수들은 팔 다리가 없거나 불편하고, 누구보다도 힘겨운 삶을 이겨낸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들이다. 이 선수들의 경기결과는 어느 누구의 성공 스토리와 비교해도 감동적일 수밖에 없고, 한분 한분의 삶이 다 영화의 한 장면과 같다.
우리나라는 이번 패럴림픽에 알파인스키, 바이애슬론, 크로스컨트리, 아이스하키, 스노보드, 휠체어 컬링 등 6개 전 종목에 36명의 선수가 참가했는데 그 분위기가 평창 동계올림픽과는 사뭇 다르다.
그리고 드디어 문제가 터졌다. 크로스컨트리 남자 15km 좌식경기에서 신의현 선수가 동메달을 획득했는데도 아무도 중계를 하지 않았다. 인기가 없거나 돈이 안 된다고 주최국이 중계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의 첫 번째 메달이자 역대 동계패럴림픽에서 나온 한국의 세 번째 메달임에도 중계방송은 없었다. 우리는 여기서 하지 절단 장애인이 15㎞ 크로스컨트리를 한다는 점을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동안 얼마나 많이 좌절했을까'라고 생각해보면 안타까운 마음에 저절로 눈물이 났고, 미안한 마음에 죄의식이 느껴졌다.
전 국민이 함께 응원하며 기뻐했어야 할 영광의 순간을 지상파 3사는 왜 중계를 하지 않았을까?
그나마 중계되는 프로그램도 수화 통역 방송을 안 해줘서 청각 장애인이 방송을 보는데 매우 큰 어려움이 있었고 이것이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입장권 판매가 32만 매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 판매를 기록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이는 지난 2010 밴쿠버 동계패럴림픽 21만 매, 소치동계패럴림픽 20만 매보다 12만 매 많은 수치이며 국민적 관심과 응원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장애를 극복하고 패럴림픽에 도전하여 멋진 인간승리를 일궈내는 선수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또 다른 삶의 희망과 사랑, 그리고 엄청난 삶의 긍정적 에너지를 얻게 된다.
다행히 백종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장애인 컬링 대표 팀이 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영미' 신화를 이어주고 있다.
이제라도 방송 3사가 평창 동계패럴림픽을 잘 중계해 주어 선수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어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이 하나 되는 자리를 만들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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