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삼일운동정신의 뿌리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삼일운동정신의 뿌리

이승훈 을지대학교병원 의료원장

  • 승인 2019-02-28 14:50
  • 신문게재 2019-03-01 15면
  • 원영미 기자원영미 기자
을지대학교의료원 이승훈 의료원장1
이승훈 을지대병원 의료원장
올해는 삼일 운동이 100주년 되는 해이다. 삼일운동이 발생한 배경을 살펴보면 1910년 일제에 의해 강제로 합병된 뒤 의병들이 전국 각지에서 독립투쟁을 하였고, 일부는 중국과 미국 등 해외로 망명하여 독립운동을 전개하였다. 그러던 중에 미국의 윌슨 대통령이 발표한 민족자결주의에 자극을 받은 동경 유학생들이 2·8 독립선언을 하였고, 이어서 국내외 민족지도자와 국민의 참여로 독립을 위한 시민운동인 삼일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그런데 삼일운동이 한순간에 우연히 이루어진 일은 아닐 것이다. 삼일운동이 일어나기까지 우리 국민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독립정신, 국민의식 그리고 주권의식을 갖게 되었을까?

필자는 우리나라 근대 모금캠페인의 역사를 조사하던 중에 최초의 근대적 모금운동은 1897년에 시작된 독립문 건립을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청나라, 러시아, 일본 등 열강에 의해 우리 국권이 위태로울 때, 서재필 선생은 우리 민족이 자주독립 국가임을 국내외에 천명하는 국가적인 상징물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그래서 청나라 사신을 영접하던 영은문과 모화관 자리에 독립문과 독립관을 세우는 사업을 계획하고, 조선이 자주 독립국임을 국내외에 알리고자 하였다. 그리고 그 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실행 주체로 1896년 독립협회를 설립하였다. 그런데 독립문 건립은 정부의 재원이 아닌 국민의 참여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모금 캠페인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뜻을 독립신문에 밝혔다. '정부 돈만 가지고 하는 것이 마땅치 않은 까닭은 조선이 자주 독립된 것이 정부에만 경사가 아니라 전국 인민의 경사라.' 그리고 이에 동참하여 기부한 사람은 남녀, 노소, 신분의 귀천에 상관없이 그들의 이름을 독립신문에 게재하였다. 독립협회는 독립문 건설을 통해서 조선 사회에 독립정신, 국민의식, 주권의식을 심으려고 하였다.

그 결과 국민 모금이 이어졌는데 7000여 명이 기부하였고, 당시 금액으로 약 6000원이 모였다. 놀라운 것은 기부자의 94%가 일반 국민으로 소액 기부자였고, 1원 미만의 기부자가 80%를 차지하였다는 점이다. 이런 일반 국민의 호응으로 독립협회는 독립문과 독립관을 착공 1년 만에 완공시켰다.

또한 독립협회는 수천 명이 모인 거리의 민중 토론 행사인 만민공동회를 개최해 시민들의 자주독립 정신과 정치 참여를 촉발시킨다. 만민공동회는 헌의 6조를 정부에게 건의하고, 의회 만드는 일을 추진하는 등 활발한 시민운동을 전개하였다. 이에 당혹감을 느낀 정부는 황국협회라는 어용단체와 보부상 그리고 군대를 동원하여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해체시키고 만다.

그러나 이러한 자주독립, 시민 주권의식은 나라가 위태로워지자 국민이 국가를 살리자는 운동으로 되살아났다. 국채보상운동이 전국적인 조직으로 확산되자 일본은 모금의 주도자인 대한매일신보의 베델과 양기탁 선생을 모금 횡령으로 재판에 회부하는 등 방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금에 참여한 국민의 수는 31만 여명, 총모금액은 27만원에 달했는데 현재 가치로 약 60억에서 10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역시 그중 대부분인 70%가 1원 이하의 기부를 한 서민들이었다. 그러나 이런 국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무능한 정부와 매국노들에 의해서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게 되었다.

그리고 9년 뒤에 전국적으로 일어난 삼일운동은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고자 하는 우리 국민에 의한 자발적인 시민운동인 것이다. 이러한 3·1운동정신은 독립문 건립 모금, 독립협회, 만민공동회 그리고 국채보상운동의 정신과 맥을 같이 한다. 이 운동들이 자주독립과 국민의식, 주권의식을 조선인들에게 심어주고 참여를 이끌어냈고, 삼일운동 이후에도 민립대학기성회, 조선기근구제회 등의 시민운동의 근간으로 그 정신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동구, 동심으로 물든 하루 '2025 어린이날 큰잔치'
  2. K리그1 1·2위 맞대결…대전하나시티즌vs전북현대 승자는?
  3. 6연승의 한화이글스, 리그 선두 도약까지 이제 한 걸음
  4. 천안시, '안심보안캠 설치 지원' 1인 가구 청년 지원자 모집
  5. 대전시 올해 첫 모내기, 유성구 교촌동에서 시작
  1. 천안시복지재단, 제2회 어린이 나눔 공모전
  2.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건설현장 체불임금 9억원 전액 청산
  3. 천안시 서북구, 상반기 지방세 미환급금 일제 정리 기간 운영
  4. 천안희망쉼터, 부처님오신날 맞아 '희망한줌, 연꽃한송이'나눔 행사 펼쳐
  5. 국힘 세종시당, '이재명 대선 후보' 사퇴 촉구

헤드라인 뉴스


대통령실·국회 세종시 완전이전 대선 화약고 부상하나

대통령실·국회 세종시 완전이전 대선 화약고 부상하나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 이슈가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6·3 대선 최대승부처인 금강벨트 민심향배를 판가름할 화약고가 될 전망이다. 각 후보마다 장밋빛 공약으로 충청에 구애하고 있지만, 각론에서 견해차가 큰 데다 워낙 휘발성이 큰 사안으로 본선 과정에서 충돌을 배제할 순 없기 때문이다. 국가균형발전 백년대계이자 560만 충청인의 염원인 이 사안이 또다시 정쟁의 소용돌이로 휘말릴 우려가 크다. 지금까지 윤곽을 드러낸 대진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김문수, 무소속 한덕수,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격돌이 점쳐진다. 김문수 후보와..

국힘 중앙선대위 출범…충청권 인사 빠졌다
국힘 중앙선대위 출범…충청권 인사 빠졌다

국민의힘이 제21대 대통령 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를 공식 출범한 가운데 주요 보직에서 충청권 인사가 제외되면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본격적인 본선레이스 돌입을 앞두고 충청권 핵심현안을 대선 공약에 반영해야 할 시점에서 중앙선대위에서 지역의 목소리가 뒷전으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걱정 때문이다. 6일 국힘에 따르면 전날 오후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중앙선대위 및 시도당선대위 구성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김문수 후보가 지난 3일 당내 경선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지 이틀 만이다. 중앙선대위 주요 인선에는..

[사상 초유 대대대행 체제] 지역 경제계 컨트롤 타워 부재 우려감
[사상 초유 대대대행 체제] 지역 경제계 컨트롤 타워 부재 우려감

사상 초유의 '대통령 권한 대대대행 체제'에 돌입하면서, 지역 경제계에서 컨트롤 타워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가 잇따라 사퇴하면서 2일 0시부터 국무위원 서열 4위인 이주호 사회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이어받게 됐다. 이에 따라 당장 미국의 통상압박을 어떻게 풀어나갈지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이주호 대행의 중대한 과제가 됐다. 다행인 점은 이주호 권한대행의 과거 주요 이력이다. 이 대행은 서울대에서 무역학 학사·경제학 석사를,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한화이글스 공동 1위…야구장은 매진 행렬 한화이글스 공동 1위…야구장은 매진 행렬

  • 제21대 대선 선거인명부 작성 제21대 대선 선거인명부 작성

  • 물총 싸움으로 연휴 즐기는 시민들 물총 싸움으로 연휴 즐기는 시민들

  • 산책과 물멍으로도 힐링이 되는 ‘명상정원’ 산책과 물멍으로도 힐링이 되는 ‘명상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