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대학의 현재와 미래: 미래융합형 대학을 생각하며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대학의 현재와 미래: 미래융합형 대학을 생각하며

김영상 충남대 교수

  • 승인 2019-09-22 12:05
  • 신문게재 2019-09-23 22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김영상
김영상 충남대 교수
대학(university)은 중세라틴어 universitas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이는 학자들이 모여 보편적 학문을 탐구하고 강의하는 공간이면서도 공동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유럽의 중세시대 대학들은 종교적 권위에 버금가는 권위를 가진 상아탑의 지위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고색창연한 건물들이 대학의 전통과 권위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오랜 역사에 대한 자부심만큼이나 대학 구성원들은 자치와 자율에 바탕을 둔 공동체로 가꾸면서 인류문화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학들은 국가 사회적으로 어떠한 역할을 해왔고 자치와 자율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 왔을까.

고려의 국자감(國子監)이나 조선의 태학관(太學館)과 같이 예로부터 고등교육기관을 운영해 왔지만, 오늘날과 같은 근대화된 대학교육제도는 19세기 말 외세에 의해 문호가 개방되면서 태동하기 시작했다. 일제의 식민지배 체제를 지나 1945년 해방 이후 특히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비교적 체계를 갖춘 수많은 대학들이 우후죽순처럼 설립되었다. 이를 통해 우리 대학은 국가경제발전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우수한 인재의 육성은 물론, 시민의식의 고양이나 사회문화발전에 큰 기여를 하는 등 그동안 대학을 중심으로 르네상스를 구가해 왔다.

그러나 지속적인 경기침체로 인한 등록금 동결,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따른 입학생 부족 등으로 인해 우리 대학들은 오늘날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에 기초한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과학기술이 기존의 생활패턴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고, 생명공학기술에 바탕을 둔 바이오테크놀로지가 불로초를 찾던 진시황의 고민을 덜어주고 있다.

이처럼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우리 대학들은 보다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사회 문제에 해결은 물론, 사회 구성원들에게 미래에 대한 비젼을 제시하는 역할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교수자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필자는 종종 강의실과 실험실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내가 지금 가르치고 있는 내용들이 제자들에게 과연 미래 사회를 개척해 갈 수 있는 밑천이 될 수 있을까를 반문해 보곤 한다.



최근 우리나라 대학의 현주소를 보면, 고등교육 등록률은 2017년 기준 OECD 평균을 크게 상회한 세계 2위이다. 그러나 대학 교육시스템 질은 138개국 중 75위였고, 4차 산업혁명에 필수인 ICT 분야의 고도 지식과 기능을 보유한 인재의 비율은 미국은 물론이려니와 중국에도 한참 뒤진다. 특히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 의하면 대학교육 경쟁력은 81위에 불과하다. 그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대학 내부적 요인에서 찾아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이다.

마이클 크로우 애리조나주립대학의 총장이 새로운 미국대학의 모델로서 지식 생산을 위한 학술 플랫폼 설계, 다양한 사회계층의 학생이 진입할 수 있는 개방적 설계, 대학의 사회발전에 극대화를 위한 설계가 필요함을 주장한 것처럼 우리 사회 환경에 맞는 새로운 대학 모델 연구가 절실하다.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이다. 기업만이 아니라 대학도 미래를 예측하고 그에 발 빠르게 대비하지 않으면 도산할 수밖에 없는 임계점에 도달했다. 따라서 대학 당국의 경영마인드도 탄력적으로 변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 대학들은 각각의 인프라에 기초한 성벽을 쌓고 각자도생해 왔지만, 유니콘 기업들을 탄생시킨 '공유경제' 개념에 기반을 둔 창업 현상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는 학, 연, 산, 관 그리고 지역 사이의 장벽을 허물면서 서로가 인프라를 공유하고 끊임없이 협업해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따라서 대학이 단순히 교육공간으로서가 아니라, 부단히 외부 주체들과 연대하고 상생을 도모하는 '플랫폼' 기능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이와 함께 대학 스스로 학문 간 또는 전공 간 칸막이를 과감히 허물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미래융합형 연구는 물론 미래융합형 인재양성을 위해 연구시스템과 학제개편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자치와 자율 그리고 공동체 의식에 기초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여는데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것이 대학이기에, 오늘날 대학교육은 인류보편의 가치관과 윤리의식에 기반을 두면서도, 창의와 혁신을 담아낼 수 있는 체제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 차원의 제도수립과 지원정책 등도 필요하지만, 대학 스스로 안이하고 방만한 점은 없었는지 되돌아보고 뼈를 깎는 자세로 난국 돌파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도 있듯이, 대학이 직면한 숱한 난제를 구성원 모두가 힘을 합쳐 담대히 응전한다면 우리 대학은 다시금 국가발전을 위한 혁신성장과 창의적 인재육성의 산실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김영상 충남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성추행 유죄받은 송활섭 대전시의원 제명 촉구에 의회 "판단 후 결정"
  2. 김민숙, 뇌병변장애인 맞춤 지원정책 모색… "정책 실현 적극 뒷받침"
  3. 천안 A대기업서 질소가스 누출로 3명 부상
  4. 회덕농협-NH누리봉사단, 포도농가 일손 돕기 나서
  5. "시설 아동에 안전하고 쾌적한 체육시설 제공"
  1. 천안김안과 천안역본점, 운동선수 등을 위한 '새빛' 선사
  2. 세종시 싱싱장터 납품업체 위생 상태 '양호'
  3.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4. '세종교육 대토론회' 정책 아이디어 183개 제안
  5. ‘몸짱을 위해’

헤드라인 뉴스


이재명 정부 해수부 이전 강행…국론분열 자초하나

이재명 정부 해수부 이전 강행…국론분열 자초하나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추진하면서 국론분열을 자초하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집권 초 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 등 매크로 경제 불확실성 속 민생과 경제 회생을 위해 국민 통합이 중차대한 시기임에도 되려 갈등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론화 절차 없이 해수부 탈(脫) 세종만 서두를 뿐 특별법 또는 개헌 등 행정수도 완성 구체적 로드맵 발표는 없어 충청 지역민의 박탈감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10일 이전 청사로 부산시 동구 소재 IM빌딩과 협성타워 두 곳을 임차해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두 건물 모두..

31년 만에 폐원한 세종 `금강수목원`...국가자산 전환이 답
31년 만에 폐원한 세종 '금강수목원'...국가자산 전환이 답

2012년 세종시 출범 전·후 '행정구역은 세종시, 소유권은 충남도'에 있는 애매한 상황을 해결하지 못해 7월 폐원한 금강수목원. 그동안 중앙정부와 세종시, 충남도 모두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사실상 어정쩡한 상태를 유지한 탓이다. 국·시비 매칭 방식으로 중부권 최대 산림자원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 수 있었으나 그 기회를 모두 놓쳤다.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와 인접한 입지의 금남면인 만큼, 금강수목원 주변을 신도시로 편입해 '행복도시 특별회계'로 새로운 미래를 열자는 제안이 나왔다. 무소속 김종민 국회의원(산자중기위, 세종 갑)은 7..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신탁계약 남발한 부동산신탁사 전 임직원들 뒷돈 수수 '적발'

전국 부동산신탁사 부실 문제가 시한폭탄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토지신탁 계약 체결을 조건으로 뒷돈을 받은 부동산신탁회사 법인의 임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전지검 형사4부는 모 부동산신탁 대전지점 차장 A(38)씨와 대전지점장 B(44)씨 그리고 대전지점 과장 C(34)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수재등)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또 시행사 대표 D(60)씨를 특경법위반(증재등)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A씨 등 부동산 신탁사 대전지점 차장으로 지내던 2020년 1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시행..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몸짱을 위해’ ‘몸짱을 위해’

  • ‘꿈돌이와 전통주가 만났다’…꿈돌이 막걸리 출시 ‘꿈돌이와 전통주가 만났다’…꿈돌이 막걸리 출시

  • 대전 쪽방촌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 대전 쪽방촌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

  • ‘시원하게 장 보세요’ ‘시원하게 장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