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지역인재유출과 '뚜껑'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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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지역인재유출과 '뚜껑'의 역할

강병수 충남대 평화안보대학원장

  • 승인 2019-10-22 08:17
  • 신가람 기자신가람 기자
충남대 강병수 평화안보대학원장
강병수 충남대 평화안보대학원장
지역인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지역에 좋은 대학이 없을 때 대거 유출된다. 대학진학으로 인해 서울로의 지역인재 유출은 심각한 수준이며 갈수록 더욱 악화하고 있다. 문제는 우수한 지역인재들이 차례차례로 유출된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대학이 서울을 중심으로 거리에 따라 수직적으로 서열이 정해지고, 출생률 저하와 인구 절벽으로 인해 비수도권 대학들의 입학생 수가 곧 급감할 것으로 예상한다. 최악의 경우 거의 과반수 비수도권 대학이 폐교될 수도 있다.

지역인재의 유출은 '뚜껑의 원리'와 같다. 병이나 항아리나 뚜껑이 열리면 그때부터는 안에 있던 내용물이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흘러나오거나 증발하게 된다. 지역인재 유출이 이 현상과 정확하게 닮았으며 지역에 있는 각 거점국립대학들이 그 동안 '뚜껑'의 역할을 해왔다.

거점국립대학은 지역별로 1개씩, 전국에 총 9개 대학이 있다. 대전·세종·충남에는 충남대가 있다. 1980년대 까지만 해도 거점국립대학들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해 대학을 진학하면서 잃는 지역인재의 유출은 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교육부가 거점국립대에 지원해 주던 지원금을 사립대까지 확대해 급기야는 사립대에 대한 지원액이 지역 중심 국립대를 포함한 모든 국립대에 대한 지원액을 훨씬 능가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 소재 사립대학과 유일하게 경쟁력을 가졌던 거점국립대학도 그 자리를 내주기 시작했다.

이전에 거점국립대학에 진학하던 학생들이 서울 소재 사립대학으로 진학하고 지역의 우수 사립대학을 진학하던 학생들이 거점국립대학을 진학하는 계단식 이동으로 인해 지역인재 유출이 심화하고 지역산업을 위한 기술개발의 공급기관으로서 위상이 흔들리면서 선진국들이 지역발전의 핵심적 동력으로 활용하는 산학협력도 지지부진해지고 말았다.

지역인재 유출의 최후 보루이자 뚜껑 역할을 하던 거점국립대학을 서울의 유수한 사립대학 수준으로 끌어올리지 못하면 교육의 기회균등이나 지역발전의 플렛폼 역할, 더 나아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목표도 사상의 누각이 된다.

거점국립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거점국립대에 대한 위상을 높이지 않으면 지역의 모든 국·사립대가 그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카이스트나 포항공대처럼 지방에 있으면서도 우수한 학생의 이미지를 갖도록 교사 및 교육·실습 등을 정비하고 모든 학생에게 등록금 면제 등을 추진한다면 거점국립대의 위상을 회복하면서 지역인재 유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현 상황에서 우리나라 거점국립대학의 모든 학생을 전면 장학생으로 하려면 연간 약 3,5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 예산에 비하면 그렇게 큰 액수는 아니나 정부는 그렇게 투자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앞당기는 가장 용이하고 확실한 정책의 하나가 거점국립대학교의 능력과 위상을 제고하는 것이므로 국가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강병수 충남대 평화안보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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