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소방차 길 터주기 현장... 대전판 '모세의 기적' 아쉽다

  • 사회/교육
  • 사건/사고

[르포] 소방차 길 터주기 현장... 대전판 '모세의 기적' 아쉽다

안골~큰마을네거리 비키는 차량 거의 없어
"2차선을 소방전용차로로 사용하고 있다"

  • 승인 2019-11-19 16:17
  • 신문게재 2019-11-20 5면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0000
19일 오전 8시 28분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하는 소방차의 블랙박스 영상 중 일부.
"모세의 기적은 그냥 기적인가요?"

19일 오전 7시 58분경 대전둔산소방서에서 소방차들이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8시 8분이 되자 지휘차와 구급차, 펌프차, 물탱크차, 고가사다리차 등 6대의 소방차가 훈련을 위해 출발했다.



소방차량 대열에서 가장 앞에서 출발하는 지휘 차량에는 대전둔산소방서 현장대응팀 조규흔 팀장이 무전기로 지휘하고 운전은 이충구 대원이 했다.

초반부터 차량 정체가 시작됐다. 특히 갈마초교 삼거리에서 한밭대로로 나가는 길은 갓길 주차로 2차선 차로 중 1차로밖에 사용할 수가 없었다.



이충구 대원은 "갓길 주차는 한 대만 있어도 한 차로가 막혀버리기 때문에 긴급 출동 상황에서 가장 애로사항 중 하나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3333
무전으로 훈련 시작을 알리는 조규흔 팀장.
훈련 시작점인 정부청사네거리에 도착하자, 조규흔 팀장의 무전 지휘로 훈련은 시작됐다.

"훈련차량은 무전 채널 9번에 맞추고 사이렌을 울리며 출발"

훈련을 시작한 뒤 안골네거리 방면은 차량정체가 거의 없었고, 다시 안골네거리에서 유턴해 다시 큰마을네거리로 가는 길에서 진짜 훈련이 이뤄졌다.

안골네거리에서 큰마을네거리로 가는 고가도로는 차량정체가 심각했다. 대전판 '모세의 기적'을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기도 했으나, 현실은 달랐다.

사이렌을 울리며 정체 차량 뒤에 다가갔다. 사이렌이 울리는 소방차에 길을 터주는 움직임을 보이는 차량은 전방 15m 앞 승용차 한 대뿐이었다.

지휘차량은 외부로 "진로를 양보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방송했다. 하지만 묵묵부답이다. 이에 다시 "좌·우측으로 피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반복으로 방송했다.

멈춰 서 있는 차량이 조금씩 길을 터주려 하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어떻게 어느 방향으로 비켜줘야 하는지 모르는 듯 망설이고 있었다.
444444
소방차 길 터주기가 전혀 되지 않는 모습.
대부분의 차가 정체가 이어지면 소극적으로 길을 터주는 움직임을 보이고, 정체 길이 풀리면 다시 주행을 시작했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가운데 소방차 길 터주기는 전혀 되지 않는 답답한 상황이 계속 이어졌다.

조규흔 팀장은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 바로 그 자리에서 비켜주기가 시작돼야 하는데, 실전에서도 적극적으로 길을 터주는 차량은 거의 없다"라고 했다.

아쉽게도 대전판 '모세의 기적'은 없었다.

8시 26분경 안골네거리에서 출발해 8분이 지난 34분에 큰마을네거리에 도착했다. 일반 차를 타고 지나가도 10분 정도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길 터주기로 소방차가 빨리 지나가 단축한 시간은 고작 2분뿐이었다. 응급환자나 대형 화재로 인한 출동이었다면, 골든타임을 놓쳤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20191119-소방통로 확보훈련2
사진=이성희 기자
8시 41분경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현장대응팀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조규흔 팀장은 "3차선 이상의 시내도로에선 양 갈래로 피할 수 있는 2차선을 소방전용차로로 사용한다"라면서 "앞으로 출동하는 소방차 길 터주기에 많은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현제 기자 guswp3@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박재명 신임 농협중앙회 대전본부장 부임
  2. 노희준 전 충남도정무보좌관,'이시대 한국을 빛낸 청렴인 대상'
  3. 천안문화재단, 2026년 한 뼘 갤러리 상반기 정기대관 접수
  4. 천안시농업기술센터, 2026년 1~2월 새해농업인실용교육 추진
  5. 천안법원, 토지매매 동의서 확보한 것처럼 기망해 편취한 50대 남성 '징역 3년'
  1. 천안중앙도서관, '1318채움 청소년 놀이터' 운영
  2. [독자칼럼]센트럴 스테이트(Central State), 진수도권(眞首都圈)의 탄생
  3. 대전 아파트 화재로 20·30대 형제 숨져…소방·경찰 합동감식 예정
  4. 은둔고립지원단체 시내와 대전 중구 청년센터 청년모아 업무협약
  5. 백석대학교 물리치료학과, 성장기 아동 척추 건강 선제적 관리 나서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반대 여론` 어쩌나

대전충남 행정통합 '반대 여론' 어쩌나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지역사회에서 주민 동의가 필요하다며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이달 초 이재명 대통령이 내년 지방선거 전 추진 의지를 밝히면서 강한 추진 동력을 얻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내년 3월까지 통합 관련 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의 시작점인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도 24일 만나 통합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속도를 내면서 지역에서 '주민 의견 부족' 등 졸속 추진에 대한 우려..

대전·충남통합 추진 속 민주당 대전시장 후보 경쟁 `3자 구도`로
대전·충남통합 추진 속 민주당 대전시장 후보 경쟁 '3자 구도'로

대전·충남통합 추진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 경쟁이 3파전으로 재편된다. 출마를 고심하던 장종태 국회의원(대전 서구갑)이 경쟁에 뛰어들면서다. 기존 후보군인 허태정 전 대전시장과 장철민 국회의원(대전 동구)은 대전·충남통합과 맞물려 전략 재수립과 충남으로 본격적인 세력 확장을 준비하는 등 더욱 분주해진 모습이다. 장종태 국회의원은 29일 대전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전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그동안 장 의원은 시장 출마를 고심해왔다.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며 민주당의 대전·충청권 지방선거 승리를 견인해야 한..

정부 개입에 원·달러 환율 1440원대 진정세… 지역경제계 "한숨 돌렸지만, 불확실성 여전"
정부 개입에 원·달러 환율 1440원대 진정세… 지역경제계 "한숨 돌렸지만, 불확실성 여전"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원·달러 환율이 정부의 본격적인 시장 개입으로 1440원대로 내려앉았다. 지역 경제계는 가파르게 치솟던 환율이 진정되자 한숨을 돌리면서도,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며 우려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28일 금융시장과 지역 경제계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의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1440.3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4일 1437.9원 이후 약 한 달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환율은 지난주 초 1480원대로 치솟으며 연고점에 바짝 다가섰으나, 24일 외환 당국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세밑 주말 만끽하는 시민들 세밑 주말 만끽하는 시민들

  •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기름값은 하락세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기름값은 하락세

  • 성탄 미사 성탄 미사

  •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