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난순의 필톡] 약자에게 잔인한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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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난순의 필톡] 약자에게 잔인한 인간

  • 승인 2019-12-04 11:12
  • 신문게재 2019-12-05 22면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약자
약육강식(弱肉强食). '약자의 살은 강자의 먹이가 된다'. 덤불 속에서 납작하게 몸을 낮춘 사자의 눈이 이글이글 타오른다. 먹잇감을 노려보다 드디어 행동 개시! 사자는 재빠르게 몸을 일으켜 목표물을 향해 돌진해 얼룩말의 목에 송곳니를 박고 숨통을 끊는다. 자, 이제 성대한 만찬을 즐겨볼까. 사자 무리가 아직 온기가 식지 않은 얼룩말의 몸통을 찢어발기며 허기진 배를 채운다. 강자에게 먹히는 약자의 운명은 자연의 법칙이다. 이것이 어디 세렝게티에서만 벌어질까. 약자에 대한 강자의 공격성은 인간의 내면에도 도사리고 있다.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은 나를 부끄럽게 한다. 나 역시 공안몰이 광풍에 휩쓸려 이석기에게 돌을 던진 가해자였다. 2013년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은 긴급 체포돼 9년형을 선고받았다. 죄목은 내란 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당시 박근혜 정부는 이석기 의원이 RO라는 지하혁명 조직을 만들어 사제폭탄을 만들고 총기를 구입해 국가를 전복하려 했다고 발표했다. 검찰과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언론에 피의사실을 공표하면서 재판도 하기 전에 '내란음모 사건'은 마녀사냥식 여론 재판으로 전국이 들끓었다. 종편·보수 언론은 물론이고 진보 언론과 정치인, 진보 논객, 지식인 등 온 세상이 다 덤벼들어 이석기를 하이에나처럼 물어뜯었다. 결론은 내란음모 사건은 조작됐고 양승태의 재판거래 사실까지 드러났지만 이석기는 아직도 수감 중이다.

기득권 세력들은 왜 약자를 이토록 미워할까. 인간에 대한 인간의 잔인함은 선사시대와 역사의 어느 시점에나 존재했다. 인간 내면에는 공격성을 지향하고 그것이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이기 때문에 간간이 방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여 도처에서 다양한 종류의 피해자들이 발생한다. 그리고 여성보다 남성이 훨씬 폭력적이다. 남성은 무기를 지니고, 폭력적 오락을 즐기고, 진짜로 살해하고, 전쟁을 일으킨다. 여성은 기껏해야 뒷담화나 따돌림처럼 유치한 행동을 일삼는다. 허나 이것도 때론 강력한 흉기로 돌변해 피해자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준다.

인류학자들은 인간의 진화 역사에서 늘 폭력이 존재했기 때문에 그 작동 방식을 이해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은 지금 미국, 중국, 일본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사면초가 신세다. 미·중의 동북아 패권 경쟁에서 약소국 한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미국은 한·미동맹이란 명분으로 말도 안되는 이유로 한국에 희생을 강요한다. "우리는 한국을 도왔는데 얻은 게 없다", "(한국이 미국을) 벗겨먹고 있다"며 방위비 분담금을 50억 달러(6조원)라는 터무니없는 액수를 요구한다. 뭐 이런 일이 어제오늘의 일일까. 미군 장갑차에 깔려 죽은 여중생 사건의 무죄 평결, 부시의 북한에 대한 '악의 축' 발언으로 한반도 전쟁 위기 고조, 이라크 침공 강행과 한국 참전 강요.

미국은 그런 나라다. 중국 견제용으로 한국에 사드를 설치해 대 중국 수출에서 우리가 얼마나 피해를 보았나.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미국은 한국도 여기에 동참하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사실 지소미아, 방위비 분담금의 진짜 쓰임새는 미국의 세계 패권 유지를 위한 것이다. 지소미아로 한·미·일을 연결해 중국을 압박하려는 속셈이다. 거기에 대한 비용을 한국에 떠넘기려는 의도다. 그러니 중국은 중국대로 한국이 곱게 보일 리가 없을 테다. 미국은 한국에게 무엇인가. IS(이슬람국가)에 대항해 함께 싸웠던 쿠르드족을 트럼프가 하루아침에 팽개치는 걸 보라. 트럼프에게 눈곱만큼이라도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가 존재할까. 통진당 강제해산의 주역 황교안은 미국의 요구를 따르라며 단식 투쟁을 했다. 약자에게 강한 인간, 강자에게 약한 인간. 누구도 믿으면 안 된다. <미디어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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