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구멍 난 원전과 안전한 목장의 동거, 불안한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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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구멍 난 원전과 안전한 목장의 동거, 불안한 국민

  • 승인 2020-01-15 22:54
  • 김재수 기자김재수 기자


아이들의 안전 이슈만큼은 부모의 시각과 요구 수준을 반영해야한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높아지고 있다.

최근 아동 길거리 안전을 위한 '민식이법'의 처벌이 과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들 보호에 경각심을 일깨우고, 아이의 미래가 곧 우리의 미래인 만큼 아무리 보호책이 강하다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각종 안전사고와 심지어 방사능 유출 방지를 위한 콘크리트 격벽에 구멍이 수백 개나 난 것으로 드러난 한빛 원전 주변의 유제품 사업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해당 지자체와 유제품 업체 등은 안전성을 주장하거나 철저한 관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엄마들의 시각에서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 많은 의견이다.



첫째, 직접 원전을 관리하고 있는 한수원측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 다른 어떤 곳보다도 화재관리가 철저해야할 원전 시설에서 화재가 한 곳에서만 1년에 6차례나 발생한 것도 그 중 하나이다. 자칫 큰 화재로 번졌다면 일반 소방관들이 평소 장비를 갖추어 진압할 수 없다는 사실은 최근 큰 인기를 얻었던 미드 '체르노빌'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둘째, 원전 인근 주민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말 가운데 하나인 '기준치'에 대한 의구심이다. 정부와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기준치는 흔히 하루 또는 1년간 인체에 허용되는 방사능 유출양을 말한다. 하지만 월성 사례처럼 그 기준치 양이 수십 년간 그리고 성인이 아닌 아이들 몸에도 일률적으로 적용해도 될지 의문이다.

이미 오랜 기간 거주한 지역민 뿐만 아니라 아동들의 몸에서도 방사성물질이 검출되고 이것이 각종 암과 백혈병 등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하고 있다고 피해 주민들은 믿고 있다. 나라마다도 허용 기준치가 다른 것도 정말 객관적인 수치인지 의심을 키운다. 쉽게 말해 1일 기준치에 못미친다해도 그 양을 30년 동안 지속적으로 거주하는 사람에게도 일률적으로 적용해도 되는지는 한세대가 지나기 전에는 누구도 안전하다고 확신하기 어렵다. 특히 면역기능이 취약한 유아들에게는 더 엄격하고 낮은 기준치를 적용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셋째, 이 같은 의심을 해소하는 기구에 정부, 한수원, 원전학자, 지역민 등이 포함된다지만 정작 깐깐한 조사를 요구하는 전문적인 시민단체와 엄마들이 포함되어 일일이 감시 결과를 내는 모습은 드물다. 사고 결과 발표는 늘 '기준치 이내'이거나 '잘처리됐다'고만 하지 실제 위험성을 솔직히 인정하고 누군가 책임 졌다거나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했다는 내용도 찾아보기 힘들다.

화재가 잦은 원전 주변의 유제품 목장이 문을 연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사람과 달리 수명은 짧은 소와 농작물에 기준치는 더 세분화되고 세계적으로 공인된 기준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처럼 성인과 함께 살고 있는 아동, 10년 이상 쌓일 경우 다른 차원의 정밀조사 여부, 농축산물과 토양에 차별화된 점검책이 보장되지 않고는 불안감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비록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처럼 갑작스런 유출 사고가 아니더라도 월성과 한빛의 사례처럼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유출되거나 안전관리 소홀로 구멍난 콘크리트 격벽으로 부지불식간에 조금씩 새고 있을 수 있다는 현실에 경각심이 커지지 않을 수 없다.

당장은 엄마들이 맘카페에서 호소하고 있는 불안감부터 정부 당국이 귀담아 듣고 해소해야 한다. 엄마들이 안심한다면 일반 국민들도 안심할 것이다. 또한 정부가 미래세대를 위해 원전을 축소하고, 안전관리도 더욱 강화하는 정책을 편다면 기존 원전 주변의 방사능 유출 안전기준치도 유아, 청소년, 성인 등으로 대상을 세분화하고, 정기적인 농축산물 검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원전 방사선비상계획 구역 안에는 주민 밀집 구역이나 목장 등 음식과 직결된 시설은 아예 철거하거나 들어서지 않도록 하여 불안을 근본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보령=김재수 기자 kjs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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