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당진항 분쟁] 헌재, 불문법상 해상경계선 인정... 타 지역 분쟁과는 달라

  • 정치/행정
  • 충남/내포

[평택·당진항 분쟁] 헌재, 불문법상 해상경계선 인정... 타 지역 분쟁과는 달라

[타 지역 판례를 통한 공통점과 차이점]
헌재, 홍성-태안 등 공유수면 분쟁 적법 판정
피청구인 처분→청구인 권한 침해 가능성 인정
충남, 평택-당진항 권한쟁의심판청구 인정받은 셈
평택-당진항만 불문법상 해상경계 인정 판결 '주목'

  • 승인 2020-06-02 10:42
  • 신문게재 2020-06-03 9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헌법 제111조에는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및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의 권한쟁의에 관한 심판을 헌법재판소가 관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헌재는 지방자치단체간 매립지 관할권 분쟁이 발생할 경우, 권한쟁의심판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왔다. 하지만, 지난 2009년 4월 1일 개정된 지방자치법으로 매립지 등에 관한 분쟁의 결정 방식이 달라졌다. 행정안전부 장관이 중앙분쟁조정위원회의 심의·의결에 따라 공유수면 매립지 관할을 결정하며, 이 결정에 이의가 있으면 대법원에 소송하라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행안부 장관의 납득할 수 없는 결정으로 인해 충남도와 경기도 간 도계 분쟁이 발생해 11년째 소송이 진행 중이고, 그 피해는 매립지 입주기업과 인근 주민들이 받고 있다. 중도일보는 헌법재판소의 지방자치단체간 매립지 분쟁 판례를 통해 평택·당진항 사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1. 홍성-태안 분쟁(2010헌라2)은 천수만 내 공유수면에 대한 관할권 다툼이었다. 헌재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법 체계상 공유수면 행정구역 경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으므로, 행정구역 경계가 불문법상으로 존재한다면 이에 따라야 하며, 만약 불문법상으로도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지리상 조건, 연혁적 상황, 행정 권한행사 내용 등을 종합해 형평의 원칙에 따라 합리적이고 공평하게 획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같은 결정은 국가기본도상 해상경계선은 작성 시기별로 경계선이 다르고, 특정 시점의 임의적 표기가 다른 시기에 비해 우월한 효력을 갖는다는 점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2회차(사천-고성)
고성-사천 분쟁지역. 헌재는 불문법상 행정구역경계가 존재하면 이에 따르고, 존재하지 않는다면 형평의 원칙에 따라 획정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충남도 제공
#2. 고성-사천 분쟁(2015헌라2)은 삼천포화력발전소 부지조성 및 진입도로 축조사업의 일환으로 매립된 지역에 대한 관할권 다툼이었다. 헌재는 이 사건 역시 앞의 판례처럼 불문법상 행정구역경계가 존재하면 이에 따르고, 존재하지 않는다면 형평의 원칙에 따라 획정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또한 이미 소멸된 공유수면의 해상경계선을 매립지 관할 경계선으로 인정해 온 기존 결정을 변경, 매립사업 목적의 효과적 달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3. 고창-부안 분쟁(2016헌라8)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서남해 해상풍력 단지 건설사업 추진에 따라 해상풍력발전기 위치를 포함하는 해역의 공유수면 매립지에 대한 관할권 다툼이었다. 이 사건의 결정 요지 또한 위 두 사건과 마찬가지로 불문법상 해상경계의 성립을 부인하며, 쟁송해역의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평의 원칙에 따라 해상경계를 획정한 사례다.





2회차(당진-평택)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간 공유수면에 대한 분쟁이 발생할 경우, 헌법재판소가 권한쟁의심판을 통해 해당 문제를 해결해 왔지만, 지방자치법이 개정되며 행정자치부 장관(현 행안부 장관)이 결정하도록 바뀌었다. 충남도 제공
앞서 언급한 사례들은 모두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을 둘러싼 권한쟁의심판청구 사건으로, 헌재가 각 청구의 적법성을 인정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헌재의 결정 요지는 심판의 당사자가 적격하고, 피청구인의 처분에 의해 청구인의 권한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평택-당진항 관할구역 다툼 역시 해당 요건을 충족하므로, 충남도와 행안부장관 사이의 권한쟁의심판 청구도 적법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차이점도 있다. 앞 사건들의 분쟁지역은 헌재가 해상경계선의 불문법상 해상경계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지만, 평택·당진항 관할구역 분쟁지역에 대해선 지난 2004년 9월 국가지리원이 간행한 지형도상 해상경계선을 불문법상 해상경계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헌재의 이 같은 결정은 단순히 국가기본도상 해상경계선만 적용해 판단한 것이 아니라, 실제 행정 관행이 존재하는지를 살펴 관할 지역으로 인정한 판례로 도의 입장에선 중요한 판결이었다.

헌재는 당시 아산만 해역 경계를 나눠 경계선 왼쪽(남쪽) 매립지를 당진시 관할로 인정했다. 이 지역은 헌재의 2004년 판결 이후 약 11간 충남도와 경기도 간 도계와 관할구역, 해상경계선 등이 변하지 않은 채 유지돼 왔다. 실제 충남에서는 어업면허 등 관할권 행사는 물론 어업 행위가 지금까지도 이뤄지고 있고, 이에 따라 도민들은 해상경계선이 존재한다는 법적 확신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이 곳 주민들은 헌재의 판결을 믿고, 긴 세월을 보내온 것이다.

지방자치법 개정 이후 현재 매립지에 대한 관할권 분쟁을 겪고 있는 곳은 평택·당진항 이외에 새만금 방조제, 인천 송도 매립지 등 2곳이 더 있다. 매립지 분쟁이 발생한 이들 3곳 모두 행정안전부 장관의 매립지 관할 결정에 불복해 헌재와 대법원에 각각 소를 제기한 상태다.

하지만, 신속한 해결에 중점을 둔 개정 지방자치법 취지와는 다르게 모두 4년 이상 소송이 지속됐고, 이로 인해 지자체는 물론 주민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어 재판부의 결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처럼 관할 결정의 절차만을 규정한 지방자치법으로 인해 관할구역의 분쟁은 지금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관할구역을 명확하게 획정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있었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의 상반된 견해로 모두가 만족할 만한 방안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는 재판부의 결정에 이목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에 관할구역의 자치권은 도민들의 터전이자 세수의 기초가 되는 만큼, 재판부에서 조속히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도 관계자는 "지역간 갈등을 막고 해당지역 주민들의 혼선을 해소하기 위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조속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내포=김흥수 기자 soooo082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공사장 관리부실 대전 도마동 골목 물바다…공사장 물막이둑 터져
  2. 논란의 금속보호대 대전교도소 1년간 122회 사용… 기록누락 등 부실도
  3. 이철수 폴리텍 이사장, 대전캠퍼스서 ‘청춘 특강’… 학생 요청으로 성사
  4. 고교학점제 취지 역행…충청권 고교 사교육업체 상담 받기 위해 고액 지불
  5.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1. 서울대 10개 만들기·탑티어 교수 정년 예외…교육부 새 국정과제 본격 추진
  2.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전충청본부, 치매안심센터 찾아 봉사활동
  3. 세종 BRT예정지 미리알고 땅 매입한 행복청 공무원 "사회적 신뢰 훼손"
  4. "치매, 조기진단과 적극적 치료를" 충남대병원 건강강좌
  5. [사이언스칼럼] 새로운 빛공해 기준이 필요한 이유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학교 5곳중 1곳, 40년 이상된 ‘노후 학교’

충청권 학교 5곳중 1곳, 40년 이상된 ‘노후 학교’

충청 지역 학교 9000여 곳 가운데, 지어진 지 40년이 지난 노후 학교는 약 1900곳으로 전체 중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물 안전 진단에서 고위험 수준인 D등급을 받은 학교는 41곳, 화재에 취약한 교육시설도 356곳에 달했으나, 안전 점검이 부실한 곳은 200여 곳이 넘었다. 18일 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이 전국 시·도 교육청에 전달받은 '경과년수 별 학교건축물 현황' 등 교육시설 안전 진단 자료에 따르면, 올해 기준 건립된 지 40년 이상 지난 충청권 학교는 9287곳 중 1967곳으로 조..

불꽃야구, 한밭야구장에서 직관 경기 열린다
불꽃야구, 한밭야구장에서 직관 경기 열린다

리얼 야구 예능 '불꽃야구'가 대전 한밭야구장(대전 FIGHTERS PARK)에서 21일 오후 5시 직관 경기를 갖는다. 18일 대전시에 따르면 이번 경기는 한밭야구장을 불꽃야구 촬영·경기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한 협약 이후 시민에게 개방되는 첫 무대다. '불꽃야구'는 레전드 선수들이 꾸린 '불꽃 파이터즈'와 전국 최강 고교야구팀의 맞대결이라는 예능·스포츠 융합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21일 경기는 수원 유신고와 경기를 갖는다. 유신고는 2025년 황금사자기 준우승, 봉황대기 4강에 오른 강호로, 현역 못지않은 전직 프로선수들과의..

추석 앞두고 대전 전통시장 찾은 충청권 경제단체장들 "지역경제 숨통 틔운다"
추석 앞두고 대전 전통시장 찾은 충청권 경제단체장들 "지역경제 숨통 틔운다"

충청권 경제 단체들이 추석을 앞두고 대전지역 전통시장을 찾았다. 내수 침체로 활력을 잃은 지역경제에 숨통을 틔우기 위한 캠페인을 위해서다. 특히 이번 캠페인에는 이상천 대전세종중소벤처기업청장이 취임 직후 첫 공식일정으로 민생현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대전세종충남경제단체협의회(회장 정태희)는 지난 17일 오전 대전 서구 한민시장에서 '지역경제 활성화 캠페인'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이상천 중기청장을 비롯해 정태희 회장(대전상의 회장), 김석규 대전충남경영자총협회장, 송현옥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전지회장, 김왕환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 지급 준비 만전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 지급 준비 만전

  • 2025 적십자 희망나눔 바자회 2025 적십자 희망나눔 바자회

  • 방사능 유출 가정 화랑훈련 방사능 유출 가정 화랑훈련

  •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