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정치와 달리의 상상력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정치와 달리의 상상력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20-07-03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영역은 자신의 권력이 미치는 범주를 말한다. 대부분 생명체는 치열한 영역 다툼을 벌인다. 동종 간뿐만 아니다. 이종 간에도 한다. 생식, 먹고 사는 문제를 포함하여 제반 활동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애초 사람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게 동등한 권리가 주어지지 않았을까? 여타 생명체 나름 권리를 주장하지만, 우리는 무시하고 다툴 권한조차 주지 않는다. 사람 사이 권리만 약간 인정하는 약정이 되어있을 뿐이다. 역지사지해보면 인간 외의 생명체는 얼마나 억울할까? 사람도 다르지 않다. 선호도와 관계없이 저마다 가진 작은 영역이나마 침해받는 것을 싫어한다. 침해해서도 안 된다. 저마다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일생 정신분열자로 취급받으며 살다 간 화가가 있다. 바로 달리(Salvador Dali, 1904 ~ 1989, 스페인 출신 화가)이다. 때때로 광인으로 치부되었으나 그는 태연하게 말한다. "내가 미쳤다고? 그런데 미친 사람과 내가 유일하게 다른 점은 내가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지." 17세에 미술학교에 입학, 정식으로 미술공부를 한다. 기질 자체가 범상치 않았던 모양이다. 정물화 시간에 성모 마리아 조각을 그리라 했는데 저울을 그려냈다. 주위 사람 모두 황당해했지만, 그는 그 자신에게 성모 마리아가 저울로 보였다 주장한다. 남다르고 몽환적인 시각 또한 타고난 것일까? 그에게만 세상이 달라 보였을까?

20200702_172128
살바도르 달리 '기억의 지속'
견문이 일천한 필부가 그의 작품을 처음 만난 것은 학창시절 미술책에서다. 그를 초현실주의 대가 반열에 올렸다는 작품 <시간의 영속(永續)>이다. 삭막한 문명 세계 속 죽어가는 사물 여기저기에 흐느적거리는 시계가 걸려 있다. 만화영화에서나 보던 황량한 우주 별 모습 같은 풍경이 뒤편에 밝게 펼쳐진다. 삶의 압박 속에서 개인 세계가 붕괴될 것을 예언한 그림이라 보기도 한다. 아시는 것처럼 개인 욕망을 지나치게 억압할 때 유발되는 질병이 신경증이다. 지나치게 억누르면 폭발한다. 사회가 허용하는 규제로부터 배제된 욕망은 의식의 세계에서 추방되기도 한다. 따라서 이성적 인식이 불가하게 된다. 무의식 세계로 숨어버리는 것이다.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가득한 그의 작품은 필요한 부분의 세밀한 묘사로 가상이면서 현실처럼 느끼게 한다. 보는 이로 하여금 흥미진진하게 만들고 덩달아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초현실주의는 다다이즘에 뿌리를 둔다. 다다이즘은 기존의 질서와 전통 파괴를 통한 비합리성, 비윤리성을 강조한다. 초현실주의자는 이성 기반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을 부정한다. 무의식 세계를 드러내고자 한다. 무의식은 상상이 시작되는 곳이다. 까닭에 초현실주의자들은 일부러 최면상태나 수면 부족 상태를 만드는 등 의식을 없애려 수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달리 역시 무의식 심상을 끌어내기 위해 환각 상태를 만들기도 했다. 왜 무의식 세계를 드러내려는 것이었을까? 상상의 세계는 상상으로 끝나는 것인가? 그렇다면 불필요하고 의미 없는 일이지 않을까? 아니다, 그를 통해 더 깊고 폭넓은 이성을 유발 생성코자 한다. 초현실주의자는 잠재의식이 이성을 지배한다고 보았으며, 더 위대한 실체로 확립하고자 했다.

발 달린 짐승이 가지 못할 곳이 어디이며, 만나지 못할 것 또한 무엇이겠는가? 다만 마음이 서로를 등지게 할 뿐이다. 달리는 다양한 예술 분야의 거장들을 만나지만, 만남이 오래 지속 되지는 못한다. 개성과 지나친 아집으로 점철된 대가의 운명인지 모른다. 그들에게 작품이란 공간이 없다면 고독과 외로움은 영영 해소되지 못했을 것이다.

주위에 사람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작품 창작 외에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나 보다. 작품을 어떻게 세상에 보여야 하는지, 작가 의식을 어떻게 알려야 하는지 등 작가로서 마땅히 처리해야 할 일조차 몰랐나 보다.

이런 달리를 이해하는 것은 물론 세상에 돋보이게 한 사람이 아내 갈라이다. 출품이나 전시회도 주선하고, 에세이나 자서전도 출간하게 하며, 1974년 고국 스페인에 '달리 미술관'을 개관하기도 한다. 세상과 원활하게 소통하도록 도운 것이다. 달리가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유부녀였다. 첫눈에 반한 달리는 그의 상상력만큼이나 막무가내로 매달려 그녀를 남편과 이혼시키고 결혼하게 된다. 천재성을 알아본 갈라 만큼이나 달리도 그녀의 능력을 알아본 것 아닐까? 갈라 덕에 대대적 성공을 거둔 달리는 누구보다 풍요롭고 멋지게 생을 누린다. 생전에 명성을 얻어 호사를 누린 화가는 그리 많지 않다.

정치는 상상의 세계가 아니다. 절절하고 치열한 현실이다. 그렇다고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잘못된 것은 고쳐 나가면 될 일이다. 정당도 저마다 영역이 있다. 서로 존중되어야 마땅하다. 존중하며 서로 돋보이게 할 때 빛나게 된다. 자유민주주의 실행은 복잡하고 지난하다. 지루하기까지 한 것이다. 다소 문제점도 도출되나 현재까지론 최선의 제도 아니겠는가?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중수청 5급' 검사엔 낮고, 경찰엔 기회?… 직급 셈법에 대전·충청 수사현장 촉각
  2. [르포] "지하 파고, 흙더미 쌓인 트램 공사장"… 폭우 앞둔 대전 도심
  3. 대전 서구 다시 젊어진다… 도마·변동 정비사업 순항, 둔산·갈마도 시동
  4. 허태정 대전시장 "무너진 시정 회복 시급…민생 최우선"
  5. 반도체, 장관인사 이어 차관도 충청 홀대…19개부처 달랑 2명
  1. 대전시 재정난 후폭풍…자치구 현안사업 줄줄이 빨간불
  2. [사설] 지방중수청 ‘개문발차’ 상황 우려된다
  3. 올 여름엔 나도 ‘몸짱’
  4. [사설] '홈플러스 사태', 벼랑 끝에 선 근로자
  5. K-푸드, 첨단기술과 만나다… '푸드테크 대도약' 선언

헤드라인 뉴스


연간 150건 넘는 교권침해… `교권신장담당관`이 안전망 될까

연간 150건 넘는 교권침해… '교권신장담당관'이 안전망 될까

대전교육청이 교권 보호를 위한 새로운 전담조직인 '교권신장담당관' 신설을 추진하는 가운데, 새 조직이 교육현장의 실질적인 안전망으로 자리 잡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연간 150건이 넘는 교육활동 침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예방부터 초기 대응, 법률 지원, 심리 회복까지 아우르는 체계적인 교권 보호 시스템 구축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4년 교육활동 침해 심의는 총 175건으로, 이 가운데 162건이 교육활동 침해로 인정됐다. 9건은 침해가 아닌 것으로 결정됐고, 3건은 분쟁조정, 1건은 유보..

비싼 기름값, 더 빨리 오른 이유 있었네…검찰, 4대 정유사 26조원대 가격담합 파악
비싼 기름값, 더 빨리 오른 이유 있었네…검찰, 4대 정유사 26조원대 가격담합 파악

중동전쟁 직후 대전지역 기름값이 급등한 배경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가격 담합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6일 주유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타사와 유가 인상 시기와 규모를 교환하고, 중동전쟁 직후 유가를 대폭 인상한 혐의로 HD현대오일뱅크와 가격 결정 부서 직원 2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HD현대오일뱅크와 가격을 담합한 SK에너지 및 담당 직원은 자진신고자 감면제도, 이른바 리니언시에 따라 기소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파악됐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도 기소 대상에서는 빠졌다.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

한화, 전반기 마지막 NC와 운명의 3연전 `5위 탈환 노린다`
한화, 전반기 마지막 NC와 운명의 3연전 '5위 탈환 노린다'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이 한화 이글스의 전반기 성적표를 좌우할 전망이다. 시즌 내내 5할 승률 안팎에서 순위 싸움을 이어온 한화는 NC 다이노스와의 맞대결 결과에 따라 5위 탈환의 발판을 마련할 수도, 추격을 허용한 채 올스타 브레이크를 맞을 수도 있는 갈림길에 섰다. 한화이글스는 7일부터 NC 다이노스와 홈 3연전에 나선다. 한화는 올 시즌 꾸준히 반등의 계기를 만들었지만 흐름을 길게 이어가지 못했다. 연승으로 상승세를 탔던 흐름이 다시 꺾이는 일이 반복되면서 상위권 도약의 기회를 번번이 놓쳤다. 그럼에도 5위와의 승차가 크지 않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방학과 휴가철 앞두고 분주한 여권창구 방학과 휴가철 앞두고 분주한 여권창구

  • 올 여름엔 나도 ‘몸짱’ 올 여름엔 나도 ‘몸짱’

  • 장맛비 내리는 대전 장맛비 내리는 대전

  • 가족사랑 금요장터서 농산물 구입 가족사랑 금요장터서 농산물 구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