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초대석] 전우영 교수 "위드 코로나 시대, 더불어 사는 가치 교육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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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초대석] 전우영 교수 "위드 코로나 시대, 더불어 사는 가치 교육해야"

온라인 교육 장점 충분.. 앞으로도 대학가 상당수 채택할 것
대학 패러다임 바뀔 수 있어.. 소외계층 보살펴야

  • 승인 2020-08-17 11:50
  • 수정 2021-05-05 14:35
  • 신문게재 2020-08-18 9면
  • 전유진 기자전유진 기자
20200817-전우영 교수
전우영 충남대 교수가 지난해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인 K-MOOC에서 강의 만족도 1위를 차지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코로나 19는 우리 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중 교육현장에서의 온라인을 활용한 원격수업은 '위드 코로나' 시대 가장 획기적이고 가장 빠른 변화의 현장이었다. 준비되지 못했던 교육현장의 혼란처럼 앞으로 우리사회는 교육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많은 변화와 혼란을 체험하고 있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같은 사회일수록 교육을 통해 더불어 사는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우영 교수는 지난해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인 케이 무크(K-MOOC, Korea Massive Open Online Course. 대학·기관의 우수 온라인 강좌를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무료로 수강할 수 있는 서비스)에서 강의 만족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K-MOOC는 우리나라가 코로나 이전부터 온라인으로 대학 교육을 일반에 제공하던 온라인 공개강좌로 지난 2015년에 서비스를 시작해 지난해까지 문학에서 자연과학에 이르는 745개의 강좌가 개설, 누적 회원수 50만명을 넘어섰다.



교육부는 올해 초 2단계 무크선도대학을 신규 선정해 강좌수를 900개 이상으로 확대키로 발표했다.

위드 코로나 시대, 일찌감치 온라인 교육을 통해 미래형 교육 방식을 제시하고 있는 전우영 교수를 만나 변화하는 교육환경의 숙제와 해법을 들어봤다.

이번 인터뷰는 비대면, 비접촉에 맞춰 1시간가량 화상프로그램인 '줌(zoom)'을 통해 진행됐다. <편집자 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원격 수업)이 교육현장에도 빠르게 도입됐다. 준비 과정이 짧았는데 강의를 준비해야 하는 교수 입장에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예상보단 괜찮았고 오히려 생각지도 못했던 좋은 점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나 같은 경우 '카카오톡'조차 사용하지 않았던 터라 처음에는 온라인 수업 준비가 익숙하지 않아 힘들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익숙한 걸 하는 게 좋지 않나. 잘한다고 스스로 느끼면서 어떤 일을 하게 되면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는데 오프라인으로 계속 강의를 하던 사람이 갑자기 온라인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건 말 그대로 익숙한 것과 결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처음 외국을 여행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낯선 새로운 세상을 접하는 일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던 학기였다. 영상을 찍고 편집하고 완성한 자료를 올리는 과정에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일종의 성취감도 느꼈다.



-지난해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인 K-MOOC에서 개설한 '심리학 스타트(START)'강의 만족도 1등을 했다. 올해 개설된 강의에서도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독일, 호주, 캐나다, 가봉 등에서 약 2000명이 수강한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강의의 차별성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심리학을 공부하면 그전에는 볼 수 없었던 내 모습이 보이고 주변 사람들 모습도 보이고 우리 사회가 이렇게 돌아가는가를 이해할 수 있지만, 심리학을 제대로 공부하려면 여전히 심리학과에 진학하는 길뿐이다.

'심리학 START' 심리학을 처음 접하는 일반인은 물론 중고등학생도 쉽고 체계적으로 심리학 공부를 시작할 수 있도록 만든 강좌다.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심리학에 기초를 처음부터 끝까지 원하면 무료로 접속해서 배울 수 있는 그런 콘텐츠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했는데 마침 K-MOOC가 그 역할을 하고 있어 즐겁게 동참했다.

수업을 하면서 가능하면 나와 우리 그리고 우리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 연구나 이론을 많이 언급하려고 노력했다.

K-MOOC가 생겨나면서 대학별 대표 교수들이 학교라는 공간을 넘어 각 분야에 대해 긴 호흡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됐다. K-MOOC는 그동안 폐쇄돼 있던 학문에 대한 접근 가능성을 높이고 일종의 민주화를 이끌어냈다고 본다.



-당분간 코로나19 사태가 종식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면서, 이제는 '위드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할 것인가가 사회 전반의 화두가 되고 있다. 앞으로 교육환경을 예측해 본다면.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장점들을 살릴 수 있는 수업은 앞으로도 온라인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비대면 온라인 교육의 여러 장점이 있는데 무엇보다 거리나 시간 등 물리적 제약이 없다는 점이 크다. 충남대에서 강의하더라도 외국에 있는 학생들도 제 강의를 들을 수 있는 데다 한 명의 교수가 무한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가능해진다.

개인적으로 연구자들을 대전으로 초청할 때 크게 체감했다. 만약 서울에 계신 분을 초청할 경우 그분은 하루를 전부 이 강연에 할애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정말 바쁘신 분들은 오고 싶어도 바빠서 못 온다.

그런데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활용하니 연구자께서 어디서든 딱 강연 시간만 할애할 수 있어 과거보다 모시기 힘든 분들을 많이 모시게 됐다. 물론 인간은 기본적으로 서로 만나서 눈과 신체가 밀접한 상태에서 의사소통하도록 진화한 만큼 온라인 교육이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 교육이 가진 장점도 충분하니까 사람들이 온라인 교육에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온라인 교육을 오히려 선호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지난 2012년, 온라인 대학 무크(MOOC)가 등장한 후 세계 각국의 유명 대학들이 앞다퉈 강의를 공개하고 있다. 무료 강의가 아니더라도 온라인 강의가 활성화되면 지역간 경계가 무너지고, 학교 서열도 의미가 없어질 것 같다.

▲상당 부분 동의한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과거에는 접촉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던 사람들만 접근할 수 있었던 정보에 누구나 찾아 들어갈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반면 교육은 여전히 폐쇄적이었는데 이제는 제일 좋은 수업을 찾아서 들을 수 있게 된 셈이다.

물론, 대학 교육은 아직도 온라인 수업을 해도 소속 학생들만 들을 수 있도록 해 아직도 접근성이 제한적이고 배타적이다. 만약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세상이 온다면 대학의 서열보다는 각 분야별로 좋은 수업의 서열이 정해질지도 모른다. 현재는 대학의 이름이나 순위에 따라 그 대학의 강의가 최고라고 여기는 경향이 없지 않은데 실제로 강의가 아예 노출이 되면 대학보다는 수업 자체가 중요해질 것이다.



-온라인 교육, 비대면 비접촉이 일상화 되면서 집단 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공동체의 가치를 잃어버릴 수도 있지 않다는 우려도 있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사회적 거리두기'가 모든 생활하는 데 있어 하나의 질서처럼 자리 잡았다. 그런데 이 질서에 맞춰 살면 사람들은 2m 근처 사람이 뭔가 질병을 옮길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이 강해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타인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게 된다. 그래서 더더욱 교육이 중요한 시대가 왔다. 사실 마스크를 쓰는 것은 나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기도 하지만 주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기도 하다. 요즘 해외 뉴스들을 보면 외국 사람들은 절대로 마스크 못 쓴다고 하던데 이러한 현상은 바로 공동체보다 개인의 자유가 훨씬 중요하다고 교육받으면서 살아왔던 결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본다. 단순히 오프라인 교육을 한다고 해서 공동체 가치를 잃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대일수록 온라인 교육을 통해서라도 더불어 사는 가치들을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온라인 사회가 될수록, 온라인에 접근과 편입이 어려운 계층 문제도 대두된다. 저소득층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소외감을 느끼거나 배제됐을 것 같은데 어떤 해법이 있을까.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는 코로나 시대 전부터 있어왔다. 싱가포르 같은 경우 코로나가 급속도로 확산하게 된 이유가 외국인 노동자들이 코로나에 노출될 가능성에 대해 크게 신경을 못 쓴 탓이라고 알고 있다. 우리가 사는 공동체에 힘들고 약한 존재들을 보살피지 않으면 결국 그 위험은 나게 돌아온다는 단적인 예다. 그런 만큼 함께 살기 위한 방법들을 모색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선택의 문제라고 본다. 높은 담을 쌓고 나만 안전하게 지내는 걸 선택하거나 모두가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거기서 자유롭게 사는 걸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합리적으로만 생각해도 공동체가 다 같이 함께 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중요한 만큼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해 학교나 정부 차원에서도 계속 지원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담=오희룡 교육과학부장, 정리=전유진 기자. 사진=이성희 기자



*전우영 교수는.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졸(박사). LG 연암 국제공동연구교수 역임. 한국심리학회 학술상·한국광고학회 제일기획 학술상, Best Competitive Paper Award, Association for Consumer Research, Asian Pacific Conference. 메릴랜드 대학 전임연구원(Research Associate, University of Maryland, College Park)역임.BK21플러스 중독과 자기조절사업팀장. 2019 KMOOC 만족도 1위 강좌(심리학 START) 선정.



저서 '내 마음도 몰라주는 당신, 이유는 내 행동에 있다: 사회심리학자의 상담실(21세기북스)', '심리학의 힘P: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11가지 비밀(북하우스)', '심리학의 이해(공저)(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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