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톡] 세상에 이런 기부도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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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톡] 세상에 이런 기부도 있나

남상선 / 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조정위원

  • 승인 2020-10-30 18:28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지인 한 분이 요양병원에 입원하여 문병을 간 일이 있었다. 환자마다 얼굴이 다르고 병세는 달랐지만 마음만은 하나였다. 환자마다 기다리는 것이 가족이고 그리움의 대상이 고향이었던 것이다.

환자들 마음은 기다리고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모두가 그늘져 있음을 한 눈으로 읽을 수 있었다.

병상마다 얼씬거리는 사람 숫자만 봐도 어떤 병상은 개미새끼 한 마리 없었고 어떤 병상은 운이 좋았던지 가족들이 북적대고 있었다. 아마도 가족들이 날을 잡아 온 것이 틀림없는 것 같았다.

병상 몇 군데는 겨우 한 사람의 보호자가 있는 것으로 체면 유지가 된 듯했고 대부분 병상은 환자의 가쁜 숨소리만 들리는 것이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간병하는 사람을 보아도 배우자가 대부분이었고, 아니면 유료 간병인이 가뭄에 콩 나듯 하고 있었다.

환자 할아버지 곁에는 할머니, 할머니 환자 옆에는 할아버지가 간병인으로 앉아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어쩌다 자식들의 얼굴이 보이는 병상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병상이 대부분이었다. 허나 요양호자, 할머니 할아버지 곁에는 가족이나 친척 아무도 없는, 사고무친(四顧無親)의 극노인도 있어서 안타까움을 더해 주고 있었다.

환자의 상태가 좀 양호한 사람은 휠체어를 타고 자리 이동까지 해가며 공용 TV를 시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휠체어를 타고 링거 바늘을 팔뚝에 꽂은 채 고향 하늘 쪽인지 가족이 있는 방향인지 열린 창문으로 하늘만 우두커니 쳐다보며 눈물만 글썽거리는 환자도 있어 마음을 애잔하게 하고 있었다.

이런 걸 본다면 늙어서 아프면 누구나 서러운 신세를 면할 수 없으니 아프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든 건강관리를 잘해 요양병원 신세를 지는 일만은 없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늙고 병들어 요양병원 신세를 진다면 제아무리 돈이 많고 천하를 호령할 만한 권세가 있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유행어가 되다시피 한 구구팔팔 이삼사( 구십구 세까지 팔팔하게 건강하게 살다가 2∼3일만 앓다가 4일만에 죽는다)가 떠올랐다.

또 사고무친(四顧無親)의 환자를 목격하고 보니 어느 병원에서 있었던 할아버지의 외로운 죽음이 떠올랐다. 군에 가 있는 외동아들을 기다리다 끝내 못보고 눈을 감으신 할아버지가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타까운 얘기지만 가슴 따뜻한 병사의 배려가 돋보이는 사연이었기에 같이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아무쪼록 삭막한 사회를 훈훈하게 만드는 촉진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소개해 보고자 한다.

천사 같은 화제의 주인공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제2, 제3의 병사가 돼 우후죽순처럼 나오길 기대해 본다.

인터넷을 검색하다 감동 사연의 실화 하나를 읽었다.

서울 종로 뒷골목에 살던 노인이 있었다. 일가친척 없이 외아들을 키워서 군대에 보냈던 노인은 심장병으로 119 구급차에 실려 갔다. 임종이 가까운 노인은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입원해 있으면서 죽을 시간만 기다리고 있는 노인이었다. 바로 몇 시간 전에 있었던 심장 마비와 강한 진통제 때문에 정신이 몽롱한 상태였다. 노인은 점점 가까워지는 임종의 시간을 맞고 있었다. 사망에 대비해서 간호사가 작성해야 할 서류도 준비돼 있었다. 노인의 정신은 누가 누군지도 알아보지 못할 만큼 혼미해졌다.

그 순간 간호사가 문을 열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할아버지! 아드님이 왔습니다."

이때, 할아버지는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힘없이 고개를 돌렸다. 간호사가 다시 한 번 소리쳤다.

" 할아버지! 그렇게 기다리시던 아드님이 왔습니다."

그 소리와 함께 해병대 복장을 한 건강한 청년이 병실에 들어섰다.

할아버지는 이미 희미해진 의식 때문에 도무지 누구인지 알아 볼 수 없었고 말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러나 아들이라 생각하니 마지막 힘을 다해 떨리는 손을 내밀었고, 그 청년은 할아버지의 손을 힘있게 잡았다. 두 사람의 체온과 말없는 교감은 그렇게 두 손을 통해 녹아들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손을 잡고 서로 아무 말도 없이 온 밤을 지새웠다.

간간히 체크하러 들어온 간호사들이 조금만이라도 눈을 붙이라고 했지만 청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손을 꼭 잡고 그대로 있었다.

드디어 동녘이 트일 무렵이 되었을 때 노인은 세상을 떠났다.

담당 간호사는 꽂아 놓았던 산소 호흡기며 주사 바늘을 다 뽑고 흰 천으로 노인의 얼굴을 덮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청년이 간호사에게 물었다.

"그런데 저 노인은 누굽니까?"

"예? "

간호사가 도리어 놀랐다.

간호사는 아주 당황스러웠다.

"당신은 이 노인의 아들이 아닙니까? "

"아닙니다."

청년의 대답에 간호사는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이 병실의 문을 여는 순간 저는 아차 했습니다. 무슨 착오가 생겼다는 것을 바로 직감했습니다. '이 노인의 아들과 내가 이름이 같은 동명이인인가 보다. 그래서 내가 여기 오게 됐구나.' 그러나 노인의 눈빛을 보는 순간 나는 도저히 '나는 당신의 아들이 아닙니다'라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임종을 맞게 한 것입니다. 아무도 없는 병실에 죽어가는 노인을 그냥 남겨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는 끝이 났다.

여러 분이 해병대 청년이라면 어떻게 했겠는가?

짧은 휴가를 애인 만나 달콤한 사랑 나누고, 가족과 친구를 만났을지 모른다.

허나 청년은 연고 없는 노인의 행복한 안도의 임종을 위해 사랑의 시간을 기부했다.

조건 없는 사랑의 기부!

세상에 이런 기부도 있나!

청년은 조건 없는 사랑의 기부로 외로운 영혼을 마음 편케 보낸 지상의 천사가 되었다.

기부는 반드시 물질로 할 필요는 없다.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길과 손길, 따뜻한 가슴이면 족한 것이다.

우리도 이런 천사로 살아 볼 수는 없는 것일까!

남상선 / 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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