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피카소를 좋아하세요?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피카소를 좋아하세요?

김가연 다정중 미술교사

  • 승인 2020-11-28 20:59
  • 수정 2021-06-24 13:54
  • 신문게재 2020-11-27 18면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다정중 김가연 선생님 (1)
김가연 다정중 미술교사
처음 교직에 대한 꿈을 키웠을 무렵, "나는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단순히 직업으로서의 교사가 아닌 아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나만의 '다짐'을 가지고 싶었다. 그 시절 우연히 책에서 보게 된 '만천명월'이라는 글귀는 3년 차 새내기 교사인 나에게 아직도 지침서와 같은 글귀가 되어 주고 있다.

'만천명월' 이라는 글귀는 조선시대 정조가 창덕궁 존덕정에 직접 쓴 현판으로, '달빛이 모든 냇물을 가리지 않고 비추듯, 과인도 모든 백성에게 마음을 고루고루 베풀리라'라는 뜻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달빛은 산속의 작은 냇물과 마을을 감싸는 큰 냇물을 구분하지 않고 공평하게 비춘다는 이 뜻처럼, 나도 학생들 개개인의 역량 차이와는 관계없이 모두 다 즐겁게 미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수업을 구성하는 교사가 되고자 했다.



이러한 나의 다짐을 지키기 위해 신규교사인 나는 짧은 교직 생활 동안 아이들에게 유익한 미술 수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었다.

미술 수업은 교과서 중심의 수업이 아닌 교사의 수업 구성에 따라 다양한 내용이 전개되는 교과이다. 이에 교사의 학습 주제 선택에 따라 아이들이 학습하는 내용이 천차만별이다. 이러한 미술 수업에 대한 특징 때문에 수업에 대한 고민이 항상 있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시하는 많은 영역과 성취기준들을 전부다 다룰 수 없기에 아이들이 "미술"이라는 교과에서 꼭 배워서 나갔으면 하는 내용을 나만의 기준으로 추려냈다.



학창 시절 미술 수업은 나에게 인상 깊은 활동이 적은 교과였다. 내가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이었지만, 나에게 미술 수업은 주로 만들기나 그리기 활동을 하는 교과였다. 그래서 난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미술 수업을 단순히 그림 그리러 가는 수업이 아닌 문화적 소양을 쌓고 미술을 향유하는 방법을 터득하러 가는 수업이 되길 바랐다.

아이들과 미술 수업을 하면서 아쉬웠던 부분은 음악에 대해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악 취향이 있어서 쉽게 자신들이 선호하는 음악을 이야기하지만, 좋아하는 미술 장르, 사조, 작가를 물어보았을 때는 선뜻 말하지 못하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지난 연도 수업에서 한 학기 동안 수업으로 진행한 학습 주제가 '작가의 방'이었다. 한 학기 동안 미술의 학습 영역인 체험, 표현, 감상 활동을 모두 이 '작가의 방'이라는 주제 안에 넣어 활동했다. 수업의 흐름은 작가 연구 보고서 작성, 작가 소개 소책자 제작, 작가의 방 제작의 순으로 진행했다.

작가 연구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서 아이들이 먼저 작품을 감상하는 활동부터 진행했다. 다양한 미술 사조의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자기 나름의 기준으로 그림을 분류하고 그 중 자신이 선호하는 그림의 조형적 특징을 살폈다. 그러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를 선정하여 작품의 맥락적 요소와 조형적 특징을 알아보는 작가연구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이렇게 조사한 내용을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발표를 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에 대해 더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진행된 작가 소개 광고지 제작과 작가의 방을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이전에 작성한 연구보고서와 연결하여, 작가가 선호하는 색상과 주제, 작가의 삶 속의 모습들을 드러내도록 제작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르누아르를 조사한 학생의 경우, 르누아르가 말년에 극심한 관절염을 앓아서 관절들을 잘 사용하지 못해 휠체어를 타게 된 내용을 작가의 방 안에 간접적으로 넣기 위해 휠체어를 찰흙과 철사로 제작하여 작품 안에 넣어 완성했다.

이렇게 한 학기 동안 길게 진행한 자신의 미술 취향 찾기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만의 최애(최고로 애정) 작가'를 확실히 알아가는 모습 속에서, 미술을 친숙하게 생각하고 즐겁게 향유하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그 태도가 좋았다.

앞으로도 나의 아이들이 미술이라는 분야를 '자신만의 기준으로 향유할 수 있는 문화인'이 되기 위한 밑거름을 기를 수 있는 수업을 늘 고민하고자 한다.

/김가연 다정중 미술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불당중 폭탄 설치 신고에 '화들짝'
  2. 대전방산기업 7개사, '2025 방산혁신기업 100'선정
  3. 대전충남통합 추진 동력 확보... 남은 과제도 산적
  4. 의정부시 특별교통수단 기본요금, 2026년부터 1700원으로 조정
  5. "신규 직원 적응 돕는다" 대덕구, MBTI 활용 소통·민원 교육
  1. 중도일보, 목요언론인상 대상 특별상 2년연속 수상
  2. 대전시, 통합건강증진사업 성과공유회 개최
  3. [오늘과내일] 대전의 RISE, 우리 지역의 브랜드를 어떻게 바꿀까?
  4. 대전 대덕구, 와동25통경로당 신축 개소
  5. [월요논단] 대전.세종.충남, 문체부 지원사업 수주율 조사해야

헤드라인 뉴스


`벌써 50% 돌파`…대전 둔산지구 통합 재건축 추진준비위, 동의율 확보 작업 분주

'벌써 50% 돌파'…대전 둔산지구 통합 재건축 추진준비위, 동의율 확보 작업 분주

대전시의 노후계획도시정비 기본계획안이 최근 공개되면서, 사업대상지 내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들이 선도지구 선정을 위한 동의율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8일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전 둔산지구 통합14구역 공작한양·한가람아파트 단지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최근 다른 아파트 단지 대비 이례적인 속도로 소유자 동의율 50%를 넘겼다. 한가람은 1380세대, 공작한양은 1074세대에 이른다. 두 단지 모두 준공 30년을 넘긴 단지로, 통합 시 총 2454세대 규모에 달한다. 공작한양·한가람아파트 단지 추진준비위는 올해..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위기의 소상공인 다시 일어서다… 경영·디지털·저탄소 전환까지 `맞춤형 종합지원`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위기의 소상공인 다시 일어서다… 경영·디지털·저탄소 전환까지 '맞춤형 종합지원'

충남경제진흥원이 올해 추진한 소상공인 지원사업은 경영개선부터 저탄소 전환, 디지털 판로 확대, 폐업 지원까지 영역을 넓히며 위기 대응체계를 강화했다. 매출 감소와 경기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도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경영지원금을 지급하고 친환경 설비 교체와 온라인 마케팅 지원 등 시장 변화에 맞춘 프로그램을 병행해 현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진흥원의 다양한 지원사업의 내용과 성과를 점검하며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우수사례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충남경제진흥원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구제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시스템..

유성복합터미널 1월부터 운영한다
유성복합터미널 1월부터 운영한다

15여년 간 표류하던 대전 유성복합터미널이 1월부터 운영 개시에 들어간다. 8일 대전시에 따르면 유성복합터미널의 준공식을 29일 개최한다. 유성광역복합환승센터 내에 조성되는 유성복합터미널은 총사업비 449억 원을 투입해, 대지면적 1만5000㎡, 연면적 3858㎡로 하루 최대 6500명이 이용할 수 있는 규모로 건립된다. 내년 1월부터 서울, 청주, 공주 등 32개 노선의 시외 직행·고속버스가 운행되며, 이와 동시에 현재 사용 중인 유성시외버스정류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4월까지 정비를 완료할 예정이다. 터미널은 도시철도 1호선과 BR..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