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정미조의 '개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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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래] 정미조의 '개여울'

  • 승인 2021-01-13 12:08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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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제공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런 약속이 있었겠지요~'. 노랫말이 예스럽고 아름답다. 정미조의 '개여울'. 김소월의 시란 걸 최근에야 알았다. 어제 아침 출근 준비 하는 중에 이 노래를 들었다. 토크 프로그램에 정미조가 나와 불렀다. 오랜만에 들었는데 감정의 파고가 일었다. 한국인의 정서에 딱 맞는 노랫말과 멜로디. 정미조는 가수로 전성기를 누리던 중 프랑스로 유학가 팬들을 놀라게 했다. 화가로서의 꿈을 버릴 수 없었나보다. 오랜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어렸을 때 티비에서 본 정미조는 키가 무척 크고 시원한 이목구비였다. 그때 들은 노래는 '휘파람을 부세요'였다. '누군가가 그리울 땐 두 눈을 꼭 감고 나지막이 소리내어 휘파람을 부세요~'. 일세를 풍미하던 정미조는 어느새 노년의 나이가 됐다. 하지만 매력적인 목소리는 여전했다. 세월이 무색했다.

적막감이 감도는 사무실. 출력기에서 신문 대장 토해내는 소리만이 간간이 들린다. '개여울'을 나지막히 불러본다. 인간에게 사랑은 가장 큰 명제다. 사랑에 죽고 사랑에 울고. 너무 신파조인가. 세상사는 지극히 통속적이다. 노래를 가만히 부르다보니 불현듯 드라마 하나가 떠오른다. 고등학교 때 TV 문학관에서 '꽃신'을 봤는데 오래 기억에 남아 있다. 시대 배경은 50년대 초? 갓 데뷔한 강석우와 이경진이 주인공이었다. 자세한 건 생각나지 않지만 드문드문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푸줏간 집 아들 상도는 꽃신 만드는 집 딸 분이를 좋아한다. 그런데 가세가 기운 꽃신집은 딸을 돈 많은 영감에게 시집 보낸다. 분이도 상도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부모의 강권에 못 이겨 결혼한 분이는 행복할 리 없다. 푸줏간 아들은 꽃신집 딸을 잊지 못해 그녀가 사는 집 주위를 배회한다.

그러던 어느날 분이가 호수에 몸을 던진다. 호숫가에 꽃신을 가지런히 벗어놓은 채.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은 푸줏간 아들 상도(강석우)가 분이(이경진)가 몸을 던진 호수를 보며 분이를 목놓아 부르는 모습이었다. '분이------.' 강석우의 짙은 눈썹 아래 깊은 눈은 절망과 슬픔으로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사랑을 해보지 않은 나이였지만 이 장면은 내 가슴에 깊이 박혔다. 뭐라 할 수 없는 아픔이었다. 가슴을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았다. 알싸한 슬픔을 안겨줬다. 진정 사랑하면 죽을 수도 있는 걸까. 50이 훌쩍 넘은 지금도 이 문제는 벅차다.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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