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정미조의 '개여울'

  • 문화
  • 문화 일반

[나의 노래] 정미조의 '개여울'

  • 승인 2021-01-13 12:08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1226251655
게티이미지 제공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런 약속이 있었겠지요~'. 노랫말이 예스럽고 아름답다. 정미조의 '개여울'. 김소월의 시란 걸 최근에야 알았다. 어제 아침 출근 준비 하는 중에 이 노래를 들었다. 토크 프로그램에 정미조가 나와 불렀다. 오랜만에 들었는데 감정의 파고가 일었다. 한국인의 정서에 딱 맞는 노랫말과 멜로디. 정미조는 가수로 전성기를 누리던 중 프랑스로 유학가 팬들을 놀라게 했다. 화가로서의 꿈을 버릴 수 없었나보다. 오랜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어렸을 때 티비에서 본 정미조는 키가 무척 크고 시원한 이목구비였다. 그때 들은 노래는 '휘파람을 부세요'였다. '누군가가 그리울 땐 두 눈을 꼭 감고 나지막이 소리내어 휘파람을 부세요~'. 일세를 풍미하던 정미조는 어느새 노년의 나이가 됐다. 하지만 매력적인 목소리는 여전했다. 세월이 무색했다.

적막감이 감도는 사무실. 출력기에서 신문 대장 토해내는 소리만이 간간이 들린다. '개여울'을 나지막히 불러본다. 인간에게 사랑은 가장 큰 명제다. 사랑에 죽고 사랑에 울고. 너무 신파조인가. 세상사는 지극히 통속적이다. 노래를 가만히 부르다보니 불현듯 드라마 하나가 떠오른다. 고등학교 때 TV 문학관에서 '꽃신'을 봤는데 오래 기억에 남아 있다. 시대 배경은 50년대 초? 갓 데뷔한 강석우와 이경진이 주인공이었다. 자세한 건 생각나지 않지만 드문드문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푸줏간 집 아들 상도는 꽃신 만드는 집 딸 분이를 좋아한다. 그런데 가세가 기운 꽃신집은 딸을 돈 많은 영감에게 시집 보낸다. 분이도 상도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부모의 강권에 못 이겨 결혼한 분이는 행복할 리 없다. 푸줏간 아들은 꽃신집 딸을 잊지 못해 그녀가 사는 집 주위를 배회한다.

그러던 어느날 분이가 호수에 몸을 던진다. 호숫가에 꽃신을 가지런히 벗어놓은 채.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은 푸줏간 아들 상도(강석우)가 분이(이경진)가 몸을 던진 호수를 보며 분이를 목놓아 부르는 모습이었다. '분이------.' 강석우의 짙은 눈썹 아래 깊은 눈은 절망과 슬픔으로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사랑을 해보지 않은 나이였지만 이 장면은 내 가슴에 깊이 박혔다. 뭐라 할 수 없는 아픔이었다. 가슴을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았다. 알싸한 슬픔을 안겨줬다. 진정 사랑하면 죽을 수도 있는 걸까. 50이 훌쩍 넘은 지금도 이 문제는 벅차다.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우난순 기자 rain4181@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조상호 세종시장 당선자 공약 돋보기] 22년 희망고문 '행정수도특별법', 악순환 끊는다
  2. 30조원대 '발전 공기업 5사' 통합 속도… 세종시 유치 가능성은
  3. 신고 30초 만에 경찰 등장… 대전서 8천만 원 보이스피싱범 현행범 체포
  4. 경찰, 이장우 시장 한화생명볼파크 스카이박스 사유화 의혹 수사
  5. [강미애 세종교육감 당선자 공약 돋보기] “입시가 강한 교육” 12년 체제 확 바꾼다
  1. 세종시 공공형 '스크린 파크골프장', 종촌종합사회복지관서 첫 선
  2. [현장취재]2026년 저출생 대응 대전지역연대 정기회의
  3. 대한공업교육학회, '2026년 상반기 학술대회'
  4. 8월 16일, 내 결혼식을 미리 본다
  5. 위기 임산부 가정 위해 두번째 백일 파티

헤드라인 뉴스


30조원대 `발전 공기업 5사` 통합 속도… 세종시 유치 가능성은

30조원대 '발전 공기업 5사' 통합 속도… 세종시 유치 가능성은

발전 공기업 5개사의 '통합 본사' 체제 전환과 입지 유치전이 전국 주요 지자체 경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과 2040 탈석탄 로드맵이 중장기 통합 수순으로 이어지면서다. 분산 구조가 경쟁에 따른 비효율과 사업장 안전 저해 등의 부작용을 가져오고 있다는 판단도 담겨 있다. 26일 기후에너지환경부 및 충청권 지자체 등에 따르면 서부발전(태안)과 중부발전(보령) 본사를 품고 있는 충남과 남동발전이 자리잡고 있는 경남 진주, 남부발전을 안고 있는 부산, 동서발전이 위치한 울산이 당장 경쟁 후보 지역으로 분류된다...

차주 없다고 압수한 블랙박스 `위법`… 반복되는 경찰 수사 절차 논란
차주 없다고 압수한 블랙박스 '위법'… 반복되는 경찰 수사 절차 논란

교통사고 현장에 남겨진 차량에서 경찰이 블랙박스 SD카드를 영장 없이 압수한 것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고 차량이 현장에 남아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유류물 취급한 경찰의 절차 판단이 재판에서 부적절하다고 확인된 것이다. 과거 분실 휴대전화 마약 수사 사례처럼 경찰이 현장에서 확보한 증거가 위법수집증거로 배척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현장 경찰의 증거 확보 역량과 적법절차 이해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대전지법에 따르면 제3-1형사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주치상), 도로교통법 위반(..

KAIST "세계 최초 양방향 `브레인 로봇` 기술 개발 나서"
KAIST "세계 최초 양방향 '브레인 로봇' 기술 개발 나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이 사람의 뇌 신호로 외골격 로봇을 실시간 제어하고, 로봇이 감지한 촉각·힘 정보를 다시 뇌에 전달하는 차세대 뇌-로봇 인터페이스 플랫폼 개발을 시작했다. 기계공학과 공경철·김정 교수 연구팀은 ㈜엔젤로보틱스와 함께 범부처 첨단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 플래그십 과제로 세계 최초 양방향 'Brain-to-Robot'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과제는 4월부터 2032년 12월까지다. 뇌 신호로 커서를 움직이거나 스마트폰을 제어하는 뇌 인터페이스 기술은 이미 인체 임상 단계에 진입해 있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갈고닦은 기술의 향연 갈고닦은 기술의 향연

  • 대한민국 패배에 실망하는 축구팬…32강 진출 불투명 대한민국 패배에 실망하는 축구팬…32강 진출 불투명

  • 개원 준비로 분주한 대전시의회 개원 준비로 분주한 대전시의회

  • 여름 반기는 주황빛 능소화 여름 반기는 주황빛 능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