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희룡의 세상읽기] 대전의 '화양연화'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오희룡의 세상읽기] 대전의 '화양연화'

오희룡 디지털룸 1팀장

  • 승인 2021-04-07 15:52
  • 수정 2021-04-30 14:47
  • 신문게재 2021-04-08 18면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IMG_3073
오희룡 디지털룸 1팀장
얼마전 왓챠에서 왕자웨이 감독 리마터링을 진행하면서 세기말 아련한 감성이 회자되고 있다.

1980년대와 90년대를 주름잡던 홍콩의 누아르가 위축되는 가운데 등장한 세련된 영상미의 영화들은 그의 영화 제목처럼 다시 한번 홍콩영화의 '화양연화'를 열게했다.

유적지를 찾아 자신의 마음을 봉인하는 주인공을 보며, 왕자웨이 세대의 관객들은 다시 한번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찬란했던 순간'을 떠올려 본다.

절대 실현되지 않을 것 같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의 영화가 작품상을 받고 피날레를 장식한 데 이어 올해는 한국인의 고단한 이민살이를 그린 영화 '미나리'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의 아이돌이 세계의 아이돌이 되고 한국식 화장과 패션이 유행한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고 믿고 영화를 만들었다"던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시상식처럼,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된 지금, 우리는 문화적으로 화양연화를 맞이하고 있는셈이다.

인생에서 화양연화가 있는 것처럼 도시에도 화양연화가 있다면 대전은 언제쯤이었을까.

시민들의 심리적 자부심이자 자산인 93 대전엑스포 을 전후해 대전은 줄곧 과학의 도시를 표방했지만, 사실 대전은 철도 부설과 함께 개발된 근대건축물의 도시다.

지난 1904년 경부선 철도의 부설과 함께 도시 기틀을 마련한 대전은 충남도청사, 중앙극장, 우남도서관, 민찬식가옥과 같은 수작들로 채워진 근대 건축물의 보고였다. 문화재청이 2003∼2005년 전국 근·현대 건축물·시설물에 대한 목록화 조사에서 대전에만 176개의 근대 건축물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안타까운 사실은 이 같은 근대건축물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면서 수많은 근대 건축물이 대사동별당과 시립연정국악원(옛 우남도서관), 중앙극장(옛 대전극장), 최병한 가옥(19세기 말) 등의 무수한 근대 건축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문화재청의 국가문화유산 포털에 게재된 대전의 등재 문화재는 22곳뿐이다.

이마저도 대전 중구 대흥동의 일양절충식 가옥(뾰족집)만 대전 중구에서 관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같은 22개의 등록문화재가 있는 부산이 이중 6개의 등록 문화재를 부산시 등 지자체가 소유하면서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것과는 대비된다.

근대 문화의 보고로 불리는 목포의 경우 30개의 등록 문화재 가운데 4곳이 지자체 소유이며,2018년 국내 최초로 점 단위가 아닌 면 단위 국가등록문화재(제718호)로 지정된 목포근대역사문화공간의 15개의 가옥 역시 목포시에서 매입을 통해 원형 복원을 하고 있다.

조례를 통해 근대문화재 관리에 체계적으로 나서는 지자체도 많다.

대전은 지난 2019년부터 올해까지 대전방문의 해를 통해 관광객 500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히며 대대적인 문화도시를 표방했었다.

단년도 운영으로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3년간 지속적인 운영으로 대전여행 발전의 기틀을 마련해 2022년부터는 대전 방문객 1000만 명 시대를 열겠다는 희망찬 포부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발이 묶이면서 이 같은 계획은 차질을 빚고 있지만, 과연 이 같은 계획 실패가 오롯이 코로나19 때문인지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우뚱거리게 된다.

흔히들 대전을 노잼의 도시, 갈 곳이 없는 도시라고 한다.

탈대전으로 몸살을 앓는 대전이 영화 '화양연화'의 주인공처럼 그 찬란한 순간을 봉인하고 끝내지 않기 위해서라도 근대건축물에 대한 대전의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오희룡 디지털룸 1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태안군, 가을 꽃게잡이 본격 시작
  2. [사진기사]태안 청산수목원·천리포수목원, 가을의 전령사 팜파스 그래스 개화
  3. 대전 서구, 골목형상점가 13곳 신규 지정…총 36곳으로 확대
  4. 대전 트램 공사현장서 60대 작업자 3명 감전
  5. [날씨] 충청권 오전 비·오후 소나기…낮 최고 33도
  1. 갤러리아타임월드, ‘사랑의 빵 나누기’ 후원금 전달
  2. 대전국세청 "국민공감, 공정세정 펼친다"
  3. 경찰 사칭해 오피스텔 침입·집단폭행… 수천만원 강탈 일당 6명 구속
  4. 사라지지 않는 불법 현수막
  5. 한국영상대, 29일 '게임·애니·VFX 계열' 입시 상담회 개최

헤드라인 뉴스


세종 행정수도 완성, `특별법 제정+α`가 필요하다

세종 행정수도 완성, '특별법 제정+α'가 필요하다

9월 정기국회가 목전에 다가오면서, 세종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지역사회에선 연내 행정수도특별법 제정을 통해 수도로서의 법적 지위를 확보하고, 20여 년간 이어진 희망고문을 끝내겠단 의지가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다만, 실질적인 국가 중추 기능 이전을 위해선 특별법 제정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2차 이전과 법원조직법 개정 등 '플러스알파'(+α)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세종시에 따르면 시는 정부의 공공기관 2차 이전에 대응해 40개 기관을 중점 대상으로 놓고 물밑 작업을 벌여왔다. 정부는 관계부처와..

추석, 수산물 가격 잡아라!… 역대 최대 비축량 대방출
추석, 수산물 가격 잡아라!… 역대 최대 비축량 대방출

정부가 다가오는 추석 명절을 대비해 수산물 가격 부담 완화에 나선다. 해양수산부(장관 황종우)는 8월 24일부터 9월 27일까지 역대 최대 규모의 정부 비축 수산물 2만 t을 시장에 공급한다고 23일 밝혔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추석을 앞두고 수요가 증가하는 주요 수산물의 공급을 늘려 시장 가격을 안정시키고, 국민 체감 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함이다. 품목별로는 명태 1만 5700 t, 고등어 1500 t, 오징어 1700 t, 갈치 800 t, 조기 200 t, 마른 멸치 100 t을 공급한다. 특히 고등어 필렛, 동태포, 통코다리..

[태안다문화] 일본 전통문화의 상징, 스모와 화려한 케쇼마와시
[태안다문화] 일본 전통문화의 상징, 스모와 화려한 케쇼마와시

일본을 대표하는 전통 스포츠인 스모(相撲)가 세계인의 관심을 받고 있다. 천 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스모는 단순한 운동경기를 넘어 일본의 역사와 종교, 예절이 어우러진 대표적인 전통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스모는 지름 약 4.5m의 원형 경기장인 도효(土俵)에서 두 선수가 힘과 기술을 겨루는 경기다. 상대를 경기장 밖으로 밀어내거나 발바닥 이외의 신체 부위가 먼저 땅에 닿게 하면 승리한다. 경기 시간은 짧지만, 경기 전 소금을 뿌려 도효를 정화하는 의식 등에는 일본의 전통 신앙인 신토(神道)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스모 선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족과 함께 해서 즐거운 한여름 밤 독서하기 가족과 함께 해서 즐거운 한여름 밤 독서하기

  • 사라지지 않는 불법 현수막 사라지지 않는 불법 현수막

  • ‘소방차 길 터주기는 의무입니다’ ‘소방차 길 터주기는 의무입니다’

  • ‘더위야 가라’…도심 속 숲길 걸으며 休 ‘더위야 가라’…도심 속 숲길 걸으며 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