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Y-zone 프로젝트: 3대 하천 재발견] 보고 느끼고 걷는 오감만족의 갑천이네

[대전 Y-zone 프로젝트: 3대 하천 재발견] 보고 느끼고 걷는 오감만족의 갑천이네

갑천③ [함께 걸어요, 갑천러버들과]

  • 승인 2021-09-07 08:14
  • 수정 2021-09-07 09:57
  • 신문게재 2021-09-07 8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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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천③ [함께 걸어요, 갑천러버들과]
세 번째 걷기를 위해서 또 한 번 이른 시간 출발했다. 한 주 동안 비가 계속 내리면서 묘하게 축쳐진 몸이 편안함을 원하기 전에 서둘러야만 했다. 출발부터 안개가 짙었고, 비가 올 것만 같아서 어쩐지 쉽지 않은 여정이 예상됐다. 그러나 모든 것은 기우였다. 해가 뜨고 안개가 사라지자 서서히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 걸으며 가득 채워지는 성취감이 갑천 물길처럼 불어나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는 세 번째 이야기. 오전 8시, 갑천 어은교에서 출발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일단 갈 데까지 가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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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서 한껏 불어난 갑천. 힘차게도 흘러간다. 사진=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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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전 아침부터 운동을 나온 갑천러버들. 나도 이 시리즈가 끝났을 때는 갑천러버가 되어 있을까. 사진=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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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낀 아침은 조금 신비한 느낌이다. 걸어갈수록 햇빛이 천천히 드러날수록 선명해진다. 사진=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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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렬로 달려가는 자전거. 그들의 목적지는 어디일까. 사진=이해미 기자

*촉촉한 아침 풍경
백신 접종이 예약돼 있어서 갑천을 걸어야 했던 기존 일정보다 한 주 빠르게 갑천을 찾았다. 한 주 내내 비가 내렸고 갑천이 가득 불어났다. 비를 가득 머금은 갑천 풍경을 기대하며 어은교로 향했다. 토요일 아침, 갑천은 여전히 오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주말 아침에도 부지런한 '갑천러버들'이 오갔다. 그런데 출발 5분도 지나지 않아 잔뜩 흐렸던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산도 없는데 어쩌나 일단 모자를 눌러쓰고 아무렇지 않은 척 발길을 서둘렀다. 갑작스러운 비에 당황한 사람은 나뿐이었다. 사람들은 비가 와도 태연하게 갈 길을 갔다. 계속될 비가 아니라는 걸 알았나 보다. 비는 그쳤고, 그 짧은 순간 안개와 빗방울에 아침은 더욱 촉촉함을 머금었다.

자꾸만 발길을 멈추게 되는 것도 오랜만에 보는 싱그러움 때문이었다. 또 하나 이어폰을 꽂고 걷는데도 물소리가 귓속으로 파고들어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오랜만이다. 물 흘러가는 소리에 정신을 팔리는 일은, 아니 처음인가. 가을장마에 갑천은 그야말로 물이 넘쳤다. 뿌옇게 안개 낀 도심, 초록의 자연, 콸콸콸 흘러가는 물소리, 참 좋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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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아파트 인생샷 찍어드렸어요!라고 말하고 싶은 컷. 사진=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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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갈수록 더 크게 느껴지는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 오픈 전부터 대전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사진=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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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지는 7월 여름날에 바라본 갑천 풍경.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가 랜드마크처럼 우뚝 서 있다. 사진=이해미 기자

*깨어나는 '대전시대'
갑천의 초입에서 중심부로 들어서긴 했나 보다. 갑천 좌우로 높은 빌딩, 예사롭지 않은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어은교를 조금 지나면서 KAIST가 지나갔고, 코로나19 검체 검사로 애쓰고 있는 대전보건환경연구원, 금강환경유역청이 스쳐 갔다. 그러나 갑천의 하이라이트는 역시나 '신세계 아트 앤 사이언스'가 아닐까. 지난달 오픈한 43층의 타워동은 사실 유성구청 인근에 도착했던 두 번째 걷기에서부터 그 위용을 드러냈었다. 갑천에서 왼편으로 높은 아파트 단지가 있지만, 신세계 아트 앤 사이언스의 높이는 따라올 수 없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한눈에 담기지 않는 그 모습은 대전의 랜드마크가 되기에 충분해 보였다. 첫 번째 갑천 걷기에 실패하고 나서 돌아오는 길, 뉘엿뉘엿 지는 도로를 달리다가 갑천으로 내려간 적이 있다. 노을이 예쁘게 질 것 같아서 하늘을 보고 있었는데, 그때도 아트 앤 사이언스가 갑천 마천루 풍경을 가득 채워줬던 기억이 있다.

신세계를 지나자 제2엑스포교가 등장했고, 왼편으로는 한빛탑도 살짝 모습을 드러냈다. 그다음은 엑스포교, 그다음은 외벽에 유리를 시공하는 국제컨벤션센터도 모습을 드러냈다. 갑천을 중심으로 왼편은 한마디로 대전의 중심부 그 자체였다. 한동안 엑스포 부지의 활용법을 찾지 못하면서 이 일대는 특별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허허벌판에 불과했었다. 엑스포재창조 사업이 완수되면서 드디어 노른자 땅의 값어치를 찾은 듯하다. 갑천과 함께 번듯하게 솟은 미래의 대전을 보여주는 상징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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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타이머로 걷는 모습을 찍어봤습니다. 저 멀리 정부대전청사가 보이네요. 사진=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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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천이 비춰져 원형으로 보이는 엑스포교. 사진=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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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천 가동보. 가동보는 수위 및 유량을 조절하기 위한 구조물이다. 사실 이곳에 가동보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거다. 사진=이해미 기자

*여기가 바로 3대 하천의 중심 Y존
큰 도심으로 오자 갑천의 폭도 눈에 띄게 넓어졌다. 그 전까지는 돌다리를 건너 몇 발자국이면 갑천을 가로지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제는 교각이 아니면 갑천을 건널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것 같다. 갑천 폭이 넓어지면서 물은 더 많아졌고, 수심은 그에 비해서 낮아지는 일대가 많았다. 높은 건물에 눈이 팔려 걷다 보니 어느새 갑천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에 다다랐다.

대전천이 유등천과 만나 드디어 갑천과 Y존으로 합쳐지는 구간이었다. 사실 산책로에서 Y존의 모습을 한눈에 보기는 어려웠다. 사진으로도 Y존 형태로 담기지 못해서 꽤 애를 먹었다. 물길이 너무 자연스럽게 합쳐져서 사진에는 그저 원래 하나의 물줄기였던 것처럼 보였다. 물은 어떤 이유로든 인위적인 길을 만들지 않는다. 다른 곳에서 흘러왔어도 같은 성질에 끌리듯 하나가 되어 금강으로 그리고 서해로 나가려는 하나의 목적만을 품은 듯 그저 직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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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편은 갑천, 왼편은 대전천과 합쳐져 흘러온 유등천. Y존이 만나는 구간이다. 이곳에서 합쳐진 하천은 금강으로 흘러간다. 사진=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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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천과 유등천이 만나는 구간은 물줄기가 묘하게 다르다. 그러나 곧 하나로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사진=이해미 기자

Y존을 담지 못한 아쉬운 마음에 며칠 후 다시 갑천을 찾아서 Y존을 촬영했다. 산책길을 걷으면서 보지 못했는데, 대전천과 합쳐진 유등천이 갑천과 만나는 지점의 물색이 조금 달랐다. 아마도 각도나 물의 방향에 따라 다른 거겠지만 내 눈에는 씨실과 날실처럼 교차하듯 스며들어 하나가 되는 물줄기를 보았다. Y존은 통합의 상징이다. 대전 도심을 가로지르는 3대 하천이 하나가 되는 순간, 더 큰 물줄기를 찾아 떠나는 그 여정의 시작에서 인간은 그저 잘 흘러갈 수 있게 바라봐주는 일밖에 할 수 없다. 그래서 나약한 존재이고, 그래서 사유하고 고민하는 존재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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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교에서 나와 전민동으로 향하는 산책길. 이제야 숨통이 트인다. 자연, 그리고 또 자연 속에 묻힌 듯 걷게 된다. 사진=이해미 기자
*아는 길이라 더 무섭다
세 번째 갑천 걷기는 한마디로 시골에서 올라온 쥐처럼 두리번거리다 끝나는 것일까. 사실 어은교에서 가동보가 있는 지점까지 하도 변화무쌍해서 처음 이 길을 걷는다면 걷기보다 보이는 것에 마음을 빼앗길 수 없다. 그러나 세상에는 양면이 있는 법, 가동보를 지나자 그제야 조금 조용한 산책길이 나왔다. 그제야 숨이 트인다. 앗! 그런데 원천교를 나오려고 할 때 KF94 마스크를 뚫고 악취가 올라왔다. 하수처리장이 있는 곳이라서 꽤 오래전부터 악취가 있는 구간으로 유명했으나 직접 맡는 건 또 달랐다. 악취의 원인을 찾지 못했지만 답은 분명해 보였다. 원천교 아래는 물이 잘 흐르지 못해서 고여 있는 구간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부패한 냄새가 올라왔다. 아주 짧은 구간이지만 악취가 계속되지 않도록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그 뒤로 나의 걷기는 평화로웠다. 갑천 오른쪽은 아침마다 출근하는 갑천고속화도로였는데 매일 차로 지나던 곳을 반대로 걸어서 가야 한다는 건 꽤 두려운 일이었다. 많이 왔겠지 하고 보면 3분의 1도 벗어나지 못했고, 다 왔겠지 하면 반절도 도달하지 못했다. 차로는 불과 몇 분이면 달릴 거리를 수십 분에 걸쳐서 걸어야 하는 심정. 아는 길이 무섭다는 걸 느꼈다. 세 번째 걷기 구간은 할 이야기도 많고 봐야 할 것도 많았다. 걷는 것 하나에 목적을 둘 수 없어서 아쉽기는 했지만 대전의 중심에서 토요일 오전 하루를 보내며 변화의 시대를 체감할 수 있어 얻은 것이 더 많은 세 번째 이야기였다.

다만, 2시간 가까이 걷다 보니 더이상 음악도 외로움을 채워주지는 못했다는 슬픈 이야기다. 변화무쌍한 날씨, 눈 감을 새 없이 변화된 도심까지 구경하다 보니 목적지로 잡았던 전민동 엑스포 아파트 206동 앞에 도착했다. 세 번째 걷기의 총 거리는 8.15㎞, 시간은 두 2시간, 걸음은 1만 보다. 걷기가 끝나면서 다음 걷기를 고민하고 있다. 그늘 하나 없는 갑천 순례의 길이 될 것 같다.
갑천=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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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에 반사되는 갑천이 눈부시다. 하얗게 부서지는 맑은 갑천, 토요일 아침은 마냥 좋다. 뒷편으로 보이는 다리는 KTX와 SRT가 다니는 고속철도 선로다. 운좋게 두 세번 KTX가 지나갔다. 사진=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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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걷기는 2시간, 8.15km를 걸었다. 전민동 일대에는 볼록거울이 없어서 인증샷은 그림자로 대신한다. 사진=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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