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라이프] 실버 단상(斷想)ㅡ가을 숲을 걸으며

  • 사람들
  • 뉴스

[실버라이프] 실버 단상(斷想)ㅡ가을 숲을 걸으며

  • 승인 2021-10-07 16:47
  • 신문게재 2021-10-08 10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노수빈
노수빈 명예기자
하늘은 맑아서 높고 먹거리가 풍부하여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 (天高馬肥)의 계절이다.

들판의 곡간은 오곡백과로 넘치고 숲의 나무는 곱게 단장을 하며 새잎을 예비하기도 한다. 가을의 절정은 10월이 제일이다.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뒷산을 오르면서 심신을 수양하게 되니 이보다 더한 즐거움이 어디 있으랴?

인자요산 지자요수(仁者樂山 知者樂水) ㅡ어진 사람은 산을 즐기고 슬기로운 사람은 물을 즐긴다는 공자의 말이 새롭지 않다.



낮지도 않으면서 높지도 않고 얕지도 않으면서 깊지도 않은 평범한 산이건만 우람한 참나무와 푸르고 청량한 노송(老松)이 조화를 이루면서 철따라 변하는 산의 경관이 각박한 코로나19의 일상을 안정시키고 머리를 식히는 공간이 되고 있어 더할나위 없이 감사하고 자연이 주는 선물이라 여기며 산을 오르내린다. 편마비의 다리에 균형을 잡고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심하면서 한 발짝씩 딛고 산을 오른다. 정상인들이야 20분 거리를 기동불편한 몸으로는 한 시간 이상 걸리게 되니 극기훈련(克己訓練)이나 다름없다.

가을 숲길을 걸으면 망상이나 잡념이 사라진다. 아무런 욕심이나 꾸밈을 목적에 두지 않고 그저 발길 닿는대로 걷게 되는데 문득 이런 글이 떠오른다.

"축록자불견산 확금자불견인(逐鹿者不見山 攫金者不見人)ㅡ사슴을 쫓는 사람은 산을 못보고 돈을 움켜쥐는 사람은 사람을 보지 못한다"

눈앞의 명예나 이익에 어두워 도리를 저버리고 한 치앞의 위험을 보지 못함을 깨우쳐주는 말로 회남자(淮南子)의 설림훈편(說林訓篇)에 실린 말이다.

입산하여 수양할 때 쾌락과 욕망을 쫓아다니면 현실환경이 미래성찰을 묶어버려 졸속의 존재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숲에 들어가 사슴을 쫓아다니면 큰 산을 보지 못하고 어느 한 곳에 집착하게 되면 앞뒤를 분별하지 못하여 다른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무릇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무엇인가에 사로잡혀 벗어날 수 없게 되는데 이러한 집착은 참다운 본성을 보전할 수 없기에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돈을 움켜쥐는 사람은 사람을 못본다는 말도 물욕에 눈을 가리게 되면 체면과 염치를 가리지 않고 이성을 잃게되니 이 또한 똑같은 의미가 된다. 우리 속담에도 돈만 있으면 염라대왕도 저승의 명부에서 뺀다고 했으니 돈의 위력은 귀신도 부릴 수 있다는 발상은 인간을 속물로 전락시키고 결국엔 각종 비리나 부정부패를 초래하게 되고 생명을 담보로 하는 사건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세상은 부족하고 위험한 곳이라고 편향된 낡은 관념에 사로잡힌 집착을 끊을 수는 없는가?

말년의 노인이 이제껏 살아온 고정관념은 끊기 어려운 두려움을 갖게 된다. 그래서 자신의 편협과 왜곡된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 지금 자신이 갇혀 있는 우물안의 안정감을 깨뜨려야만 더 큰 인생을 맞을 수 있다. 어느 한 곳에 미쳐서 쫓아다니면 행복하지도 않고 누릴 수도 없다. 고정된 관념을 과감하게 버리고 변화하는 현실에 발을 들여 놓아야 한다. 꽃과 나무와 숲과 바람을 한꺼번에 모두 품고 있는 큰 산에 올라 가을빛에 무르익는 숲의 가을산 정상에서 남은 인생 자투리 여정을 직시하면서 감사와 기도를 드리자. 천고마비의 가을 하늘을 바라보자.

노수빈 명예기자









--- 노수빈 명예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서산 대산단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기존 전기료比 6~10%↓
  2. 충남대 올해 114억 원 발전기금 모금…전국 거점국립大에서 '최다'
  3. 셀트리온 산업단지계획 최종 승인… 충남도, 농생명·바이오산업 거점지로 도약
  4. 한남대 린튼글로벌스쿨, 교육부 ‘캠퍼스 아시아 3주기 사업’ 선정
  5. 심사평가원, 폐자원의 회수-재활용 실천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상'
  1. "천안·아산 K-POP 돔구장 건립 속도 낸다"… 충남도, 전문가 자문 회의 개최
  2. 충남도, 도정 빛낸 우수시책 12건 선정
  3.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24강 위기득관(爲氣得官)
  4. 대전 유치원 방과후과정 전담사 파업 장기화, 교사-전담사 갈등 골 깊어져
  5. 목원대 김병정 교수, 학생들과 보드게임 정식 출시

헤드라인 뉴스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에 충청 3선 조승래 의원 거론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에 충청 3선 조승래 의원 거론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30일 각종 비위 의혹으로 자진 사퇴한 가운데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 중 충청 출신이 거론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인공은 현재 당 사무총장인 3선 조승래 의원(대전유성갑)으로 그가 원내사령탑에 오르면 여당 당 대표와 원내대표 투톱이 모두 충청 출신으로 채워지게 된다. 민주당은 김 전 원내대표의 후임 선출을 위한 보궐선거를 다음 달 11일 실시한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 보선을 1월 11일 실시되는 최고위원 보궐선거 날짜와 맞추기로..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대전 고속버스터미널` 상권…주말 매출만 9000만원 웃돌아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대전 고속버스터미널' 상권…주말 매출만 9000만원 웃돌아

대전 자영업을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서 회식 상권은 '노다지'로 불린다. 직장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는 만큼 상권에 진입하기 전 대상 고객은 몇 명인지, 인근 업종은 어떨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 레드오션인 자영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빅데이터 플랫폼 '소상공인 365'를 통해 대전 주요 회식 상권을 분석했다. 30일 소상공인365에 따르면 해당 빅데이터가 선정한 대전 회식 상권 중 핫플레이스는 대전고속버스터미널 인근이다. 회식 핫플레이스 상권이란 30~50대 직장인의 구..

충북의 `오송 돔구장` 협업 제안… 세종시는 `글쎄`
충북의 '오송 돔구장' 협업 제안… 세종시는 '글쎄'

서울 고척 돔구장 유형의 인프라가 세종시에도 들어설지 주목된다. 돔구장은 사계절 야구와 공연 등으로 전천후 활용이 가능한 문화체육시설로 통하고, 고척 돔구장은 지난 2015년 첫 선을 보였다. 돔구장 필요성은 이미 지난 2020년 전·후 시민사회에서 제기됐으나, 행복청과 세종시, 지역 정치권은 이 카드를 수용하지 못했다. 과거형 종합운동장 콘셉트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충청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유치에 고무된 나머지 미래를 내다보지 않으면서다. 결국 기존 종합운동장 구상안은 사업자 유찰로 무산된 채 하세월을 보내고 있다. 행복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구불구불 다사다난했던 을사년…‘굿바이’ 구불구불 다사다난했던 을사년…‘굿바이’

  • 세밑 한파 기승 세밑 한파 기승

  • 대전 서북부의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준공’ 대전 서북부의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준공’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