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한민국, 이제 정치 선진국으로 가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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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한민국, 이제 정치 선진국으로 가고있다

육동일 /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2-03-17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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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동일 /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지난 6개월여 동안 뜨겁고 혼탁했던 대통령 선거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선거 후, 네거티브와 포퓰리즘이 판쳤던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평가가 압도적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이 경제 선진국 뿐만 아니라 이제 정치 선진국으로 가고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그 이유는 단순히 정권이 교체되어서가 아니다. 더 본질적인 이유가 있다.

첫째, 유권자가 4천 4백만이 넘는 대통령 선거에서 0.73%(24만 7천표) 차이로 승부를 냈지만, 여야 후보와 정당은 물론 양 진영의 지지자들이 깨끗하게 대선결과에 승복했다는 사실이다. 당연한 일 같지만 흔치않고 쉽지 않은 일로써 정치 선진국 진입의 첫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정치 선진국에서도 선거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오히려 지지자들을 선동해서 폭력적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상황들이 낯설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대한민국과 국민들은 이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해서 모범이 되고 있다.

둘째,'투표는 탄환보다 강하다'는 민주주의의 모토가 다시금 입증되었다. 그것도 2022년 대한민국에서 보여준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고 고무적이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독재자의 부정 선거행위, 선거를 통해 합법을 가장한 장기 독재정권의 출현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국에서의 비민주적 선거양상과 극심한 정치분열과 혼란, 일본의 파벌중심의 장기집권으로 국민투표에 대한 신뢰감이 무너진 채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한국은 총칼없이 그리고 장기집권없이 선거를 통해 정권을 교체함으로써 민주혁명의 힘을 보여준 것이다.

셋째, 이번에 최악으로 치달은 네거티브와 포퓰리즘 선거는 당장 독이었지만 역설적으로 득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번 대선은 '87헌법 구조'에서 치른 8번째 선거다. 대통령을 직접 우리 손으로 뽑기만 하면 민주주의가 당연히 정착하는 줄 알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역대 대통령 대부분의 비극을 지켜보며 한국의 정치는 길을 잃었었다. 국가미래의 비전과 이슈는 실종된 가운데 후보자와 그 가족들 과거 뒤지기와 사생활 폭로 등 온갖 저질 네거티브가 선거판의 중심으로 자리잡았었다. 여기까지는 사회악이고 독이다.



그러나, 선거 후 정치권과 국민은 잘못을 반성하고 있으며 그 치유를 위한 개혁의 몸짓을 시작하고 있다. 승리한 국민의 힘도 승리에 도취하기 보다 겸손한 자세로 약속한 공약을 현실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반면에 석패한 민주당도 열패감에 젖어있기 보다 국민으로부터 받은 준엄한 심판을 정치개혁과 인적쇄신으로 보답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이제사 터널 끝의 빛을 향해 옳은 길을 찾아 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제 겨우 정치 선진국의 문턱을 넘었을 뿐 갈 길은 여전히 멀다. 이 험난한 길을 함께 손잡고 가기 위해 지금부터 다음과 같은 개혁과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괴물이 되어버린 제왕적 대통령제를 타파하는 것이다. 절대권한이 집중된 현 대통령제에서는 정치개혁도, 국정의 성공도, 그리고 성공하는 대통령도 만들기가 불가능하다. 새 정부는 대통령제를 비롯한 권력구조 개편과 합헌형 세종시 그리고 자치분권의 강화를 위한 개헌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둘째, 상생과 협치의 정치가 현실화되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이 여야 정치권에 주문한 시대정신은 통합과 화합이다. 자기 진영과 적극 지지층만 보고 정치하는 캠프와 팬덤정치는 이제 종언을 구해야 한다.

셋째, 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정상적으로 실시해서 지방자치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각 정당은 민주적이고 공정한 공천을 통해 유능하고 깨끗한 인물로 지방선거에 임해야 함과 동시에 지역이슈로 공약경쟁을 함으로써 지방선거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곧 집권할 여당은 국민에게 충성을 그리고 석패한 야당은 자기성찰로 국민의 성원을 다시 회복하길 바란다. 대한민국은 지금부터 정치 선진국으로 가고 있다.

육동일 /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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