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김혜수의 소년심판과 양희은의 작은 연못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 김혜수의 소년심판과 양희은의 작은 연못

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대전자치경찰위원

  • 승인 2022-05-10 10:12
  • 신문게재 2022-05-11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사진_이상훈_타이_jpg
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대전자치경찰위원
소년범에 관한 한 편의 드라마로 우리 사회는 격론을 벌인 적이 있다. 형벌규정 앞에 만인이 평등해야 함에도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형사책임 대신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 등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를 고민했다.

OTT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주인공 심은석 판사(김혜수 분)는 소년범을 혐오한다고 말한다. 날로 흉포화하고 대담해지는 소년범에 대해 소년법을 폐지하고 촉법소년 연령도 낮추어서 적극 대응하자는 견해와 맥이 닿아 있다. 하지만 청소년 인구의 감소에 따라 소년사건 수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년범의 재범률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처벌만능주의는 직업범죄자의 양산과 범죄 악순환의 단초가 된다.

소년법이 제정된 1958년에 비해 작금의 상황이 많이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소년의 신체조건과 지적 수준, 그리고 인터넷 등을 통한 비행행동이 성인 범죄자의 그것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범죄원인의 상당 부분이 개인적 소질의 문제라기보다는 그를 둘러싼 범죄 친화적 사회문화 환경이라는 점과 국가의 개입은 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돕는 것이어야 한다는 취지까지 바꾸기는 어렵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제20대대통령직인수위원회 110대 정책과제에도 일부 반영되어 있다. 특히 학교 밖 청소년 등 학업중단 청소년에 대하여 위기유형에 따른 새로운 문제해결 의지를 밝힌 것은 엄벌주의에 비해 핵심을 제대로 짚고 있다고 본다.

경찰청이 발행하는 「통계연보」도 소년범 실태를 잘 보여준다. 2020년 총 범죄자 168만여 명 가운데 소년범은 6만4000여 명 정도다. 2005년 8만3000여 명에서 5년 단위 추이에서 전체 범죄자수와 더불어 소년범 역시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특히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의 경우에는 2008년 5547명을 정점으로 2010년 621명, 2015년 102명, 그리고 2020년에는 62명으로 크게 감소하고 있다.

유심히 살펴볼 부분은 이들 소년들이 이러한 범죄를 저지르게 된 원인이다. 가장 많은 1만4천여 명의 범죄원인은 '우연'이었다. 생활비나 유흥비 충당 등을 위한 이욕적 범죄자가 8천여 명인 것과 비교해도 월등히 많다. 청소년 시기의 호기심과 충동적 성향이 우연이라는 환경과 맞물려 벌어진 범죄가 많다는 의미다.

스물한 살 때 가수 양희은이 '작은 연못'에서 들려준 두 마리 붕어 이야기는 결코 혼자서만 살아갈 수 없는 우리 인간의 굴레를 깨닫게 한다. 서로 싸워 물위에 떠오른 한 마리 붕어의 여린 살이 썩어 들어가, 결국 물까지 썩은 연못 속에선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된다는. 살면서 실수는 누구나 한다. 소년시절의 무지나 객기를 국가가 엄정한 법의 잣대로만 평가하고 엄단하는 것은 무모하기까지 하다. 국가가 낙인찍은 이들은 직업범죄자로 다시 돌아온다. 드라마 속 백도현보다 더 차가운 피를 가지고 우리에게 더 큰 희생을 강요할 것이다.

아이는 어른이 키우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자란다. 소질과 환경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크는 하나의 인생이 우리에게 오는 것이다. 아직은 경험과 판단이 미숙한 소년의 행동에 대해 우리사회가 온전히 매를 들 정도로 그들의 성장환경을 제대로 가꾸고 보듬었는지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예의 드라마 대사처럼 소년범죄는 저지르는 게 아니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물드는 것이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만나면서 교육이란 묵묵히 씨를 뿌리는 일이라고 새삼 배운다. 새싹과 어린 묘목에게 바람을 막아주고 따뜻한 햇살과 거름을 주듯, 소년들이 어엿한 구성원이 되기까지 기다림과 희생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소년은 결코 혼자 자라는 게 아니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자각을 시작으로 사회공동체가 함께 나서고 국가가 성장환경을 적극 조성해야 한다.

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대전자치경찰위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늑구'가 비춘 그림자…대륙사슴·하늘다람쥐 우리곁 멸종위기는 '진행중'
  2. [속보] 與 대덕구청장 후보 '김찬술'…서구 전문학·신혜영, 동구 황인호·윤기식 결선행
  3. '공기·물·태양광으로 비료 만든다' 대전기업 그린팜, 아프라카 농업에 희망 선사
  4. 이재명 정부 과학기술 정책 일단은 '긍정'… 앞으로 더 많은 변화 필요
  5. 與 충남지사 경선 박수현 승리…국힘 김태흠과 빅뱅
  1. 세종시 집현동 '공동캠퍼스' 안정적 운영 기반 확보
  2. 세종예술의전당, 국비 6.9억 확보… 공연예술 경쟁력 입증
  3. 김선광 "중구를 대전교육의 중심지로"… '중구 8학군 프로젝트'
  4. [기고] 지역 산업 생존, 성장엔진 인재 양성에 달렸다
  5. 대전·세종·충남 수출기업들 중동전쟁 리스크 숨통 트이나

헤드라인 뉴스


행정통합 충청 지선 뇌관 현실화…野 "정치 사기" vs 與 "추후 지원"

행정통합 충청 지선 뇌관 현실화…野 "정치 사기" vs 與 "추후 지원"

좌초된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6·3 지방선거 여야 최대격전지 금강벨트 뇌관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현실화 되고 있다. 정부 추경 예산안에 광주전남통합특별시 출범을 위한 예산이 누락 된 것이 트리거가 됐는 데 이를 두고 여야는 격렬하게 충돌했다. 이재명 정부가 매년 5조 원씩 총 20조 원 지원이라는 파격적 재정 특례를 내세워 통합을 밀어붙였지만, 정작 출범을 앞두고 기본 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하면서 충청권에서도 파장이 커지는 모습이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는 7월 1일 출범을 앞둔 광주전남통합특별시에 필요한 예산 177억 원이..

[세월호 참사 12주기] 정부·여야 추모… 생명안전기본법 제정되나
[세월호 참사 12주기] 정부·여야 추모… 생명안전기본법 제정되나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 12주기인 16일 이재명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생존자에게 위로를 전했다. 특히 사회적 재난과 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에도 힘을 실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김혜경 여사와 이날 오후 경기도 안산화랑유원지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에 참석해 세월호 침몰로 인한 희생자 304명을 추모하고,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를 전했다.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기억식에 직접 참석한 건 역대 처음으로, 사회적..

김태흠vs박수현, 충남도 수성·입성 관심 고조… 관건은 천안·아산
김태흠vs박수현, 충남도 수성·입성 관심 고조… 관건은 천안·아산

6.3전국동시지방선거 충남지사 선거 대진표가 확정되면서 김태흠 충남지사가 수성에 성공할지, 박수현이라는 새로운 도백이 탄생할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김 지사는 보령·서천 3선 국회의원을 지내다 민선8기 충남도에 입성,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도를 원활하게 이끌어왔다는 강점이 있다. 박 후보는 공주·부여청양 국회의원으로 청와대 대변인과 민주당 수석대변인을 거치는 등 정부 여당과 원활한 관계 및 소통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 강점이다. 각자의 장점이 뚜렷해 상당한 접전이 예상된다는 게 지역정치권의 판단이다. 다만 양측 모두 천안·아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세월호 순직교사 故 김초원 씨의 부모가 전하는 생일 축하인사 세월호 순직교사 故 김초원 씨의 부모가 전하는 생일 축하인사

  • 씨 없는 포도 ‘델라웨어’…전국 첫 출하 씨 없는 포도 ‘델라웨어’…전국 첫 출하

  • ‘자원순환 실천 함께해요’ ‘자원순환 실천 함께해요’

  • 세월호 참사 12주기,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12주기,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