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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대전자치경찰위원 |
OTT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주인공 심은석 판사(김혜수 분)는 소년범을 혐오한다고 말한다. 날로 흉포화하고 대담해지는 소년범에 대해 소년법을 폐지하고 촉법소년 연령도 낮추어서 적극 대응하자는 견해와 맥이 닿아 있다. 하지만 청소년 인구의 감소에 따라 소년사건 수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년범의 재범률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처벌만능주의는 직업범죄자의 양산과 범죄 악순환의 단초가 된다.
소년법이 제정된 1958년에 비해 작금의 상황이 많이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소년의 신체조건과 지적 수준, 그리고 인터넷 등을 통한 비행행동이 성인 범죄자의 그것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범죄원인의 상당 부분이 개인적 소질의 문제라기보다는 그를 둘러싼 범죄 친화적 사회문화 환경이라는 점과 국가의 개입은 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돕는 것이어야 한다는 취지까지 바꾸기는 어렵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제20대대통령직인수위원회 110대 정책과제에도 일부 반영되어 있다. 특히 학교 밖 청소년 등 학업중단 청소년에 대하여 위기유형에 따른 새로운 문제해결 의지를 밝힌 것은 엄벌주의에 비해 핵심을 제대로 짚고 있다고 본다.
경찰청이 발행하는 「통계연보」도 소년범 실태를 잘 보여준다. 2020년 총 범죄자 168만여 명 가운데 소년범은 6만4000여 명 정도다. 2005년 8만3000여 명에서 5년 단위 추이에서 전체 범죄자수와 더불어 소년범 역시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특히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의 경우에는 2008년 5547명을 정점으로 2010년 621명, 2015년 102명, 그리고 2020년에는 62명으로 크게 감소하고 있다.
유심히 살펴볼 부분은 이들 소년들이 이러한 범죄를 저지르게 된 원인이다. 가장 많은 1만4천여 명의 범죄원인은 '우연'이었다. 생활비나 유흥비 충당 등을 위한 이욕적 범죄자가 8천여 명인 것과 비교해도 월등히 많다. 청소년 시기의 호기심과 충동적 성향이 우연이라는 환경과 맞물려 벌어진 범죄가 많다는 의미다.
스물한 살 때 가수 양희은이 '작은 연못'에서 들려준 두 마리 붕어 이야기는 결코 혼자서만 살아갈 수 없는 우리 인간의 굴레를 깨닫게 한다. 서로 싸워 물위에 떠오른 한 마리 붕어의 여린 살이 썩어 들어가, 결국 물까지 썩은 연못 속에선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된다는. 살면서 실수는 누구나 한다. 소년시절의 무지나 객기를 국가가 엄정한 법의 잣대로만 평가하고 엄단하는 것은 무모하기까지 하다. 국가가 낙인찍은 이들은 직업범죄자로 다시 돌아온다. 드라마 속 백도현보다 더 차가운 피를 가지고 우리에게 더 큰 희생을 강요할 것이다.
아이는 어른이 키우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자란다. 소질과 환경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크는 하나의 인생이 우리에게 오는 것이다. 아직은 경험과 판단이 미숙한 소년의 행동에 대해 우리사회가 온전히 매를 들 정도로 그들의 성장환경을 제대로 가꾸고 보듬었는지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예의 드라마 대사처럼 소년범죄는 저지르는 게 아니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물드는 것이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만나면서 교육이란 묵묵히 씨를 뿌리는 일이라고 새삼 배운다. 새싹과 어린 묘목에게 바람을 막아주고 따뜻한 햇살과 거름을 주듯, 소년들이 어엿한 구성원이 되기까지 기다림과 희생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소년은 결코 혼자 자라는 게 아니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자각을 시작으로 사회공동체가 함께 나서고 국가가 성장환경을 적극 조성해야 한다.
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대전자치경찰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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