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다 가는 것도 실력이다. 끝까지 존엄하게 살다 가려면 과연 무엇이 필요한가?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건강할 때 준비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해야 자식들에게 연명치료 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아픔을 주지 않을 수가 있다.
존엄성을 지키면서 인생을 마무리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우리는 주로 뭔가를 '시작'할 때 준비라는 단어를 붙인다. 출산 준비, 결혼 준비, 취업 준비 그러나 마무리에는 준비라는 단어를 붙이지 않는다. 은퇴 준비가 그토록 허술하고, 임종 준비라는 단어는 금기시돼버렸다.
많은 이들이 바쁘게 살면서 자식들 공부 시키고 먹고살기 바쁜 현실을 버티다 보면 어느새 거짓말처럼 노후가 눈앞에 다가와 있다.
정말 '잘 죽을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자식들 형편에 따라서 자식들 돈에 맞춰서 병원에 끌려다녀야 한다. 그때부터 부모의 존엄성이 사라지는 데다 자식들에게 너무나 미안한 상황이 벌어진다.
그러기에 적으나마 있는 재산 자식들에게 다 주지 말고, 내 자존감을 지키고, 마지막을 잘 정리할 수 있는 비용을 반드시 남겨둬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자녀에게 후회와 원망 대신 아름다운 추억과 스승다운 모습을 남길 수 있도록, 돌아가신 부모를 생각하면 미소 지을 수 있도록 마지막 실력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어디 보통 실력인가? 나이가 들수록 부지런히 공부하지 않으면 그런 내공은 갑자기 안 생긴다. 늙으면 고집이 세져서 남의 말은 안 들으니 스스로라도 배우고 깨달아야 한다. 누구든지 엽신여기는 늙은이가 안 되도록 행실과 사랑과 믿음과 정절에 대하여 본이 되도록 모든 일에 전심전력하여 사람들에게 실력을 나타나게 하여야 한다.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이 담긴 책을 읽고, 배우고 공부를 하여야 한다.
그렇게 애써야 마지막에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죽을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
잘 죽는 것이야말로 한 사람의 인생이 담긴 진짜 실력이다.
잘 살다 잘 죽었나 그 실력의 답을 찾은 곳은 다름 아닌 장례식장이다.
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인간이라면 누구나 삶의 마지막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좋은 곳에서 태어나는 사람도, 나쁜 곳에서 태어나는 사람도 삶의 끝은 죽음으로 귀결된다.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 좋은 죽음엔 어떤 것이 있을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이다. 인생의 시작이 탄생이라면, 끝은 죽음일 것이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 죽음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죽음을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죽음이 우리 인생의 중요한 부분임을 진지하게 생각지 않고, 죽음을 잘 준비하는 지혜가 없다면, 그냥 죽기 위해 사는 식으로 무지 속에 살 수밖에 없다. 존재에 관한 진실을 모른 채 그냥 흘러가고 밀려서 살고, 되는대로 살고, 내치는 대로 사는 한 어쩔 수 없이 무지 속에서 살 수밖에 없다. 죽음을 직시할 때 우리는 비로소 삶에 있어서 무엇이 가장 의미 있고, 또 무엇이 무의미한지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당연히 값없는 것을 버리게 되고 값진 것을, 더 의미 있는 것을 찾아가게 된다. 이렇게 하여 죽음은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고, 죽음을 통해서 비로소 인간은 성실하고 진지한 삶을 살아갈 수가 있게 된다. 이것이 진짜 실력 있는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이갑선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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