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출연연, 장비 원천기술 개발 주도해야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출연연, 장비 원천기술 개발 주도해야

조인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러혁신센터 선임연구원

  • 승인 2023-08-17 16:44
  • 신문게재 2023-08-18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조인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조인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러혁신센터 선임연구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미-중 경제 디커플링이 전 세계 공급망을 빠른 속도로 재편하며 산업에 자극을 주고 있다. 일례로 희소금속 등 핵심 산업 분야의 천연자원(소재), 초격차 분야 핵심자원의 고 부가제품(부품) 등은 자원이 풍부하지 못한 국내 기업들에게는 세계 자원망 발굴 및 국산화라는 새로운 도전과제를 던지고 있기도 하다.

최근 우리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산업 돌파전략 등을 발표하며 관련 중소·중견기업의 공급망 지원책을 마련하는 한편, 단기적, 중장기적 육성방안을 모색 중이다. 세계 공급망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는 한국은 매번 리스크 해소를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고부가가치 제품을 수출하는 산업구조의 취약점은 선진국의 외교 정책에 좌지우지되는 경향을 벗지 못하고 있다.

특히 원재료를 가공하고 수많은 공정기술을 통해 제품을 만드는 핵심 장비들이 국내에서 제조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첨단장비의 경우 해외 기업만 바라보는 상황은 중소·중견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이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국가적으로 크나큰 손실이다. 장비제조 분야의 원천기술이 부족한 탓에 첨단소재·핵심부품을 제조하는 초 첨단장비의 해외의존성이 클 수밖에 없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2020년 발표한 '국가연구기술장비 투자현황 및 활용현황에 따르면, 정부예산으로 편성한 연구·산업용 인프라의 내자·외자 비율은 30:70이다. 국가 R&D를 위한 연구장비의 70%가 해외로부터 들어 왔다는 뜻이다. 이는 미국·독일·일본 등 세계 제조강국의 장비산업에 예속돼 있다는 말과도 다르지 않다. 국내 총생산 대비 R&D 투자 비중이 세계 2위(2021)라는 사실이 무색할 따름이다.



그나마 첨단장비 산업 육성 등 국가단위 프로젝트가 나오고는 있지만, 타깃형 장비 혹은 특정 산업 육성이라는 명목 하의 단기 프로젝트에 그쳐 중·장기적인 전략은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로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R&D 예산 대비 장비 신설(혹은 개선)을 위한 비용집계는 전무한 현실이기 때문에 이들의 후방을 지원할 만한 전략 수립에도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그나마 이러한 상황에서도 국내 학계·연구계에서는 기 구축된 인프라를 기반으로 끈질긴 노력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동원해 우수한 연구 성과를 내놓고 있어 다행이다. 대학의 경우 각 연구실에 비치된 기초공정·분석 장비를 활용해 수많은 공정에 대한 교육 성과를, 연구소에서는 중장비 혹은 플랜트 시설을 통해 실증공정·분석에 대한 실전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 국내 R&D 인력들이 보유 장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문제점을 제시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예산만 주어진다면 세계시장을 주도할 만한 새로운 첨단장비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통해 선진국 반열로의 도약을 경험한 바 있다. 수출 중심의 고부가가치화 제품 생산이 가능했던 것은 국민의 근면·성실 DNA와 첨단 장비의 결합이 만들어낸 성과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제는 국가 R&D 개발 목표를 최첨단 장비산업으로 전환하고, 핵심기업을 발굴·육성할 수 있도록 산·학·연·관이 시너지를 내야 할 시점이다. 특히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연구소마다 주어진 고유 임무와 전문성에 맞는 공정·분석 장비를 개발해 산업현장에 전파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화학연구원은 화학분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생명분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제조분야 원천장비를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지정학(地政學)이 아닌 기정학(技政學) 시대이다. 산업·기술선진국의 자격 조건은 이제 첨단 장비기술 보유 유무가 될 것이라고 본다. 출연연에게는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할 역량과 임무가 있다. 출연연이 장비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산업계에 이전해 한국 브랜드가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에 전하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국민의힘 대전시당 "이재명 정부, 충청권 철저히 배제"… 이 대통령 방문 전 기자회견
  2. 충남도의회 오인철 의원, 후계농업인 미래 위한 헌신 공로 인정받아
  3. AI헬스케어부터 전통음식까지… 중소기업들 제품 홍보 '구슬땀'
  4. 대전시한의사회, 한국조폐공사와 우즈베키스탄 의료봉사 협약
  5. 이재명 대통령, ‘충청의 마음을 듣다’
  1. 2025 대한민국 중기박람회 부산서 개막 '전국 중소기업 총출동'
  2. 건양대병원, 전 교직원 대상 헌혈 참여 캠페인 전개
  3. 중도일보·대전MBC, 2025년 2분기 '목요언론인클럽 이달의 기자상' 수상
  4. 월드비전, 아산시에 1,000만원 냉방용품비 지원
  5. 동구아름다운복지관, 폭염대비 시원한 여름나기 사업 진행

헤드라인 뉴스


대전 온 李대통령 "대전, 前정부 R&D 예산 삭감에 폭격"

대전 온 李대통령 "대전, 前정부 R&D 예산 삭감에 폭격"

이재명 대통령은 4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국민소통 행보, 충청의 마음을 듣다'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타운홀미팅에서 "우리가 기억하는 박정희 시대에는 성장을 위해 결국 한 쪽으로 (자원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며 "고도성장기에는 성장을 위한 자원 배분이 한 쪽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거의 특권 계급화된 사람들이 생겼다. 이제 이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균형발전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식민지에서 해방된 나라 중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룬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며 "재벌이라고 하는 대기업 군단으로 부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41. 대전 서구 가장동 돼지고기 구이·찜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41. 대전 서구 가장동 돼지고기 구이·찜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트로트 신동 김태웅, 대전의 자랑으로 떠오르다
트로트 신동 김태웅, 대전의 자랑으로 떠오르다

요즘 대전에서, 아니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초등생이 있다. 청아하고 구성진 트로트 메들리로 대중의 귀를 사로잡고 있는 대전의 트로트 신동 김태웅(10·대전 석교초 4) 군이다. 김 군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건 2년 전 'KBS 전국노래자랑 대전 동구 편'에 출연하면서부터다. 당시 김 군은 '님이어'라는 노래로 인기상을 받으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공중파 TV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김 군은 이후 케이블 예능 프로 '신동 가요제'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김 군은 이 무대에서 '엄마꽃'이라는 노래를 애절하게 불러 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이재명 대통령, ‘충청의 마음을 듣다’ 이재명 대통령, ‘충청의 마음을 듣다’

  • 취약계층을 위한 정성 가득 삼계탕 취약계층을 위한 정성 가득 삼계탕

  • 대통령 기자회견 시청하는 상인들 대통령 기자회견 시청하는 상인들

  • 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