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최적의 삶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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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 최적의 삶을 위하여

윤강준 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

  • 승인 2024-11-21 17:15
  • 신문게재 2024-11-22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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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강준 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
어느덧 제 나이도 이제 은퇴 이후를 고민해야 할 시기에 접어들었다. 33세에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후 20년 넘게 대학과 연구소에서 수학을 업으로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면 먼저 감사함이 든다. 그 흔한 학원 하나 없는 시골에서 초중고를 다니면서 주위의 많은 도움으로 수학에 대해 남다른 재능을 얻었으며, 그 이후 국가와 사회의 도움으로 대학에서 학비 걱정 없이 오직 공부에만 충실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학업의 최적지인 카이스트에서 역량이 뛰어난 교우들을 만나 선의의 경쟁 속에서도 서로를 격려해주며 대학원을 보냈다. 더욱이 대학원에서는 학문적으로 뛰어나신 교수님들의 학식과 견해를 접했던 경험은 사물을 바라보고 그 속에서 과학적 질문을 던지는 능력을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삶의 업으로 여기는 수학을 국내 유일의 정부출연 수학연구기관에서 직업으로 행하고 있으니 이 또한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은퇴를 준비할 시기가 왔다는 것은 살아오면서 종종 던지곤 했던 '우리가 삶을 지속하면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일까?'에 대한 물음에 이제 답을 찾아야 할 시기가 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부모님과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하여 살아왔는데, 은퇴 이후의 삶은 무엇을 이루기 위하여 살아야 하며 또한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왜냐면 의학의 발전으로 우리의 평균수명이 90에 가까워졌기에 앞으로도 근 30년이라는 우리 인생의 3분의 1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30년의 젊은 시절은 학문을 닦으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보냈으며 그 이후 30년은 직장생활로 보냈으며 이제 이 시기의 끝에서 놓여 있다.

50대에 접어들어 직장과 전문분야에서 무엇을 이루었는지를 돌이켜보면 아직도 못 이룬 것들은 많은데 몸과 마음과 머리는 이제 많이 늙어 예전같이 않음을 느낀다. 그러다 친구나 동문들이 장관이 됐다거나 잘나가는 회사의 CEO가 됐다는 성공과 출세에 관한 소식을 접할 때면 그들이 부럽기도 하며 이럴 때면 제 자신이 더욱이 초라하게 여겨졌다.

이럴 때면, 윌리엄 워즈워드의 시 '초원의 빛'은 저에게 위로를 주며 삶에 대한 근원적 물음에 대한 실마리를 주는 듯했다. 이 시에서는 '한때는 그렇게 찬란했던 광채가 이제 우리의 삶 속에서 영원히 사라지고 또한 그 시절을 다시 돌이킬 수 없다 해도 지금까지 있었고 또 앞으로도 있을 인간으로서의 본질적 공감에서, 인생의 고통으로부터 솟아나는 성숙된 위로와 죽음 그 너머를 바라보는 믿음, 그리고 삶 속에서 체득한 철학적 마음에서 우리는 살을 지탱하는 힘을 찾을 것'이라 했다. 하지만 이 시는 시간의 흐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견디거나 받아들이는 능력이나 자세를 제시할 뿐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하여 답하진 않는 것 같다.

우리 삶에는 두 종류의 가치가 있다. '행복과 기쁨'이라는 삶의 궁극적 가치와 이 가치를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루게 하는 '성실, 노력, 성공'과 같은 수단적 가치가 있다. 우리가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고 하고, 동료들에게 친절하고 직장 생활을 성실하고 근면에게 다니는 것은 성공의 길이 보다 가깝기 때문이며, 성공은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기쁨과 행복을 누리게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바른 몸가짐과 태도 그리고 바른 생각을 갖고자 노력했으며 주위로부터 좋은 평을 듣기 위해 신경 쓰며 살아왔다. 더욱이 더불어 살아가면서 공동체의 행복이 나의 행복에 앞서 판단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요즈음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남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만을 위하여 살아가는 MZ세대를 보면 시대의 변화를 실감하여 격세지감을 느낀다.

충효를 덕목으로 앞만 보고 살아온 60~70년대 사람들에겐 예전에 없던 처음 마주하는 현실이지만 습관처럼 노후의 하루하루를 보내기보단 비록 육체적으로 왕성한 생산 활동은 어렵겠지만 완숙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3의 인생을 준비해 아무도 걷지 않은 눈밭 위를 걸어갔으면 한다. 윤강준 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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