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어쩌다 어른의 나이 먹는 마음가짐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어쩌다 어른의 나이 먹는 마음가짐

양성광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 승인 2024-12-23 10:39
  • 신문게재 2024-12-24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양성광 원장
양성광 원장
최근 우리나라 취업자의 연령대별 분포는 60대 취업자가 가장 많고, 이어 50대, 40대, 30대 순으로 나이가 젊을수록 줄어드는 역피라미드형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저출산·고령화가 장기화된 가운데 노후 자금은커녕 아직 자식과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많은 베이비부머 은퇴자가 귀천을 가리지 않고 일자리를 찾아 나선 결과일 것이다.

그런데, 돈이 부족하지 않더라도 은퇴 후 삶을 여유 있게 즐기지 못하고 서툴고 낯선 일에 도전하는 이들도 많다. 이들은 한결같이 나이에 비해 아직 몸도 머리도 다 건강한데 그냥 놀면 퇴물이 된 듯해서 견디기 어렵다고 말한다.

나도 60줄에 들어서는 이번이 마지막 도전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서툴러도 자꾸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다. 이제는 할까 말까 망설일 때면 그냥 해야지 하는 결정에 나를 던져 넣는 습관도 생겼다. 도전은 힘들고 실패가 두려워 피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나, 호기롭게 흐름 속에 나를 던져 놓고 용쓰다 보면 어느새 일을 마치고 작은 성취감도 얻게 된다.

젊었을 때는 조급해서 무모하게 돌진했었는데, 지금은 늙는 게 두려워 자꾸 걸음을 재촉하는지도 모른다. 그럴수록 삶의 끝자락에 빨리 다가갈 텐데…



젊으니까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도전할 때 젊은 것이라는 마음으로 떠나가는 젊음을 붙잡으려 애쓰는 것 같아 민망하기도 하다. 그러나 노년의 삶도 젊은이의 삶이 그러하듯이 앞이 안 보여 두렵지만 그래도 가야만 하는 길이다. 그리고 다음 생은 있기나 한 건지 알 수도 없으니 남은 동안이라도 치열하게 사는 게 나을 게다.

나이가 드니 가끔 생각하게 된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는데, 그 끝은 어떨까? 보이는 이승의 삶도 이처럼 어려운데, 알지 못하는 저 너머를 마주한 마음은 어떨까? 그러나 지금 노년의 삶도 젊은 시절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살아보니 평범하고 소소한 행복이 있는 그저 그런 날의 연속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 저 끝에 맞닿은 그 날의 마지막 아침도 오늘처럼 평온한 날이었으면 좋겠다.

지금에야 젊은 날의 심장 벌렁 하게 하던 도전도 '생각해 보니 별거 아닌데 좀 더 느긋했었더라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처럼 인생의 끝자락에 서서는 지금의 나에게 "노년의 삶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오늘이 제일 젊은 날이니 걱정 말고 즐겨라." 할지 모른다.

The best is yet to come. 즉, 내 인생의 최고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 열심히 도전하다 보면 혹시 인생 후반기에 그날이 올지 모른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주변 사람이 걱정하지 않게 잘 늙는 것이다. 요즘 국내외 할 것 없이 예기치 않게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람이 많아 남의 일 같지 않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는데, 범부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것 같다. 평범한 사람은 꽃을 피웠다가 시들면 이름이 아닌 기억으로 남는다. 사람과의 인연도 헤어지면 유리창에 낀 성에처럼 기억 속에 뿌옇게 남는다. 내 어릴 적 또는 젊은 날, 만났던 사람들은 그들과 겪었던 기쁘거나 슬펐던, 때로는 화가 났던, 잊고 지냈던 순간들은 내 기억의 강 속에서 지금도 헤엄치고 있다. 이름도 잊힌 인연들과의 흔적이 내 기억의 심연 속을 떠다닌다. 내 흔적도 그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부유하고 있겠지. 누군가에게든 좋은 기억과 추억으로 남아야 할 텐데. 스친 인연이라도 남의 기억 속에서는 잊지 못할 악몽으로 남을 수 있으므로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겠다.

살다 보면 삶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다. 버리는 법을 알아야 할 텐데, 끌어안고 살다 보니 어제에 갇혀 내일로 한 발짝 뛰기에 버겁다. 얼마 전 마음먹고 모아둔 명함을 정리했다. 어떤 명함의 주인장은 벌써 내 기억에서 사라졌지만, 어떤 명함은 버리려니 마치 인연을 끊는 것 같아서 차마 버리지 못했다. 요즘 대세와 달리 SNS를 통해 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데 관심이 없는 나는 남보다는 나에게 집중하기 쉽다. 중꺾마,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한다. 많지 않은 시간, 꺾이더라도 더 많이 도전해야겠다.

/양성광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청 메가시티 잇는 BRT… 세계적 롤모델 향해 달린다
  2. 32사단 과학화예비군훈련장 세종에 개장… '견고한 통합방위작전 수행'
  3. 유성선병원 변승원 전문의, 산부인과내시경학회 학술대회 우수상
  4. 대전시의사회, 성분명 처방 의무화 반대 성명…"의약분업의 기본 원칙 침해"
  5. 자치경찰제 논의의 시작은..."분권에 의한 민주적 통제 강화"
  1. 함께 노래하는 대전 의사들 20년 맞이 정기공연…디하모니 19일 무대
  2. 아산시 소재 고등학교에 나흘 사이에 2번 폭발물 설치 허위 신고
  3. 나에게 맞는 진로는?
  4.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5. 대전대덕우체국 노사 재배 고구마 지역에 기부

헤드라인 뉴스


충청 메가시티 잇는 BRT… 세계적 롤모델 향해 달린다

충청 메가시티 잇는 BRT… 세계적 롤모델 향해 달린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간선급행버스체계인 BRT '바로타' 이용자 수가 지난해 1200만 명을 돌파, 하루 평균 이용객 3만 명에 달하며 대중교통의 핵심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행복청은 '더 나은 바로타'를 위한 5대 개선 과제를 추진해 행정수도 세종을 넘어 충청권 메가시티의 대동맥으로, 더 나아가 세계적 BRT 롤모델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청장 강주엽·이하 행복청)은 행복도시의 대중교통 핵심축으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한 BRT '바로타'를 세계적 수준의 BRT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17일 밝혔다. 행복청에 따르면..

32사단 과학화예비군훈련장 세종에 개장… `견고한 통합방위작전 수행`
32사단 과학화예비군훈련장 세종에 개장… '견고한 통합방위작전 수행'

육군 제32보병사단은 10월 16일 세종시 위치한 예비군훈련장을 첨단 ICT(정보통신기술)를 융합한 훈련시설로 재개장했다. 제32보병사단(사단장 김지면 소장)은 이날 최민호 세종특별자치시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세종 과학화예비군훈련장 개장식을 갖고 시설을 점검했다. 과학화예비군훈련장은 국방개혁 4.0의 추진과제 중 하나인 군 구조개편과 연계해, 그동안 예비군 훈련 간 제기되었던 긴 대기시간과 노후시설 및 장비에 대한 불편함, 비효율적인 단순 반복형 훈련 등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추진됐다. 제32보병사단은 지난 23년부터..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가치 재확인… 개방 확대는 숙제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가치 재확인… 개방 확대는 숙제

조선시대 순성놀이 콘셉트로 대국민 개방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3.6km)'. 2016년 세계에서 가장 큰 옥상정원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주·야간 개방 확대로 올라가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의 주·야간 개방 확대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주간 개방은 '국가 1급 보안 시설 vs 시민 중심의 적극 행정' 가치 충돌을 거쳐 2019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확대되는 양상이다. 그럼에도 제한적 개방의 한계는 분명하다. 평일과 주말 기준 6동~2동까지 매일 오전 10시, 오후 1시 30분, 오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 나에게 맞는 진로는? 나에게 맞는 진로는?

  • 유성국화축제 개막 준비 한창 유성국화축제 개막 준비 한창

  • 이상민 전 의원 별세에 정치계 ‘애도’ 이상민 전 의원 별세에 정치계 ‘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