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스마트폰을 잃은 K-라떼의 슬픈 우화

  • 오피니언
  • 춘하추동

[춘하추동]스마트폰을 잃은 K-라떼의 슬픈 우화

김충일 북-칼럼니스트

  • 승인 2025-01-21 17:11
  • 신문게재 2025-01-22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김충일 북칼럼니스트
김충일 북-칼럼니스트
을씨년(乙巳年)스러운 1월 하순이다. 주변에선 언제부터 우리 사회가 이렇게 까지 허물어지고 싸가지 없는 세상이 됐느냐며 안타까운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만 간다. 그야말로 난세다. 그건 대부분이 시국(時局)을 휘몰고 있는 열기의 부채질 때문일 게다. 이런 때 나 자신을 먼저 들여다보고, 성찰적 거리를 유지하며 마음의 근육을 키워야한다면, '동굴 속에 갇힌 노예'의 태도라는 화살의 표적이 될까.

연초에 스마트폰에 저장된 지인들의 이름을 정리할 일이 있었다. 몇 년 동안 연락 한번 하지 않아 얼굴과 매칭이 되지 않는 이름, 의례적으로 축일이나 생일에만 문자로 주고받는 이름, 일과 필요에 따라 연락하는 현재진행형 이름 등. 그렇게 분류하다 보니 '가족'을 제외한 나머지는 그냥 '아는 관계'였다. 순간 내가 어떤 관계의 가지치기 속에 살고 있는 걸까, 온라인에서의 인간관계가 오프라인까지 얼마나 연결되는 것 일까라는 쓸쓸하고 씁쓸한 생각의 실타래가 뒤엉켰다.

이와 같은 일상의 모습을 통해 필자 역시 격리된 거울 속에 갇혀,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 문(門)을 열지 못한 채, 기껏 세상을 구경하는 창(窓)에 만족하는 스마트폰 인간(homo cell-phonicus)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접촉은 줄고 접속은 늘어가는, 접촉은 불편하고 접속은 편안한, 접촉은 낯설고 접속은 익숙한 그런 모습 말이다. 갈수록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이 점점 멀어지면서 낯설어지는... 하여 우리 사회의 풍경속에 고립되는 사람은 늘어가고, 폰을 옆에 두지 않으면 큰 불안과 우울증에 빠지는 노모포피아(non-mobile-phone phobia)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스마트폰이 엄청난 편리함을 주기도 하지만 우리의 삶을 망치는 부분도 분명하다. 손가락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이리저리 터치하고 넘기다 보면 나와는 관계없는 정보는 밀어내고 내가 좋아하는 내용은 확대된다. 또한 그렇게 터치하는 검지는 모든 것을 조정하고 통제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세상을 손안에 쥐고 있는 듯, 자신 자신을 향한 몰입도를 끌어올리며 세상을 나의 필요에 복종하게 한다.

그러다보니 가상현실(virtual reality)에 구현된 세상이 내 손안(자기 자신의 실현)에 있다는 인상을 주지만, 급기야 '타자(자기 배려의 동반자)의 결핍'이란 현상이 나타난다. '너'를 완전히 잃어가는 항해의 '가짜 선장'이 되어버린다. 터치의 결과는 '나'는 주인으로부터 착취당하고 채찍질당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채찍질하고 착취하는, '나는 주인인 동시에 노예'란 역설적 존재가 된다.

게다가 가장 아픈, 겪어서는 안 되는 비극적 현상은 이것이다. 스마트 폰이 생겨난 이래로 우리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일이 드물다보니 시선(始線)이 사라져간다는 점이다. 엄마가 스마트폰에 몰두하는 동안 어린아이는 엄마와의 눈 맞춤은 사라지면서 아이는 자신과의 관계, 타자와의 관계가 망가지고 공감과 공명은 무너진다. 스마트폰은 시선을 앗아간다. 혹 '눈 맞춤의 결핍'을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아픔의 원인(原因)으로 여긴다면 지나친 허언(虛言)일까.

이제 각기 다른 현실적 이유로 행실의 여과가 다르겠지만 과감하게 '매일 스마트 폰 잃어버리기 연습'을 해보자. 물론 이 작업은 이미 뇌와 눈과 입 그리고 발의 일부를 담당했던 심부름꾼으로 몸의 일부가 되어 있기에 없는 만큼 불편할 게다. 걱정하지 말자. 우린 '또 다른 적응(몸만들기)의 천재'가 아닌가. 이제까지 시야, 속도, 생각, 이 모든 것들은 스마트폰 안에서 이루어졌다. 스마트폰에서 벗어나게 되면, 더 넓은 세상을 나의 기준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그것은 나를 찾는 성찰의 순간이다.

'스마트폰과의 말 트기'인 손가락(접속:touch)을 멈추자. 말을 하지 않는 손(스마트폰 잃어버리기)은 어떤 무엇보다도 더 많은 것을 접촉한다. 작심삼일이 벌써 여러 번 무너진 구정 명절을 앞 둔 지금. 며칠 후 만날 가족·친지들에게 그래, 올해 '우리 접속은 줄이고 접촉은 늘이자'는 다짐과 침묵의 덕담을 건넨다면 그저 오래만 산 'k-라떼'의 슬픈 우화일까./김충일 북-칼럼니스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허태정표 ‘대전예술가의집 시민 환원’ 현실화되나…관건은 이전 대책
  2. 허태정號 온통대전 부활 예고... 관건은 예산 확보
  3. 포스트 지방선거 공공기관 2차 이전 부상…李대통령 8일 언급하나
  4. 올 첫 총경급 정기인사… 충청 4개 시·도에서 59명 자리 옮겨
  5. 대전교육 오석진號 출범 준비 본격화… 인수위 동부교육청에 마련
  1. [오늘과내일] 재건축은 자산가치와 공동이익을 균형있게 추구해야
  2. [월요논단] 고향사랑기부, 국민 참여로 지역을 살린다
  3. 8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정전…한전 원인 조사 중
  4. [대전에서 신화 읽기] 제16장-숭어리샘, 나르키소스를 넘어서
  5. 포스트 6ㆍ3 충청 與野 "이번엔 집안 싸움…" 다시 후끈

헤드라인 뉴스


66년 만에 이름 찾은 대전고 학생… 3·8민주의거 12번째 영웅으로

66년 만에 이름 찾은 대전고 학생… 3·8민주의거 12번째 영웅으로

66년 전 교실에서 몰래 구호문을 주고받으며 민주주의를 외쳤던 한 학생의 이름이 뒤늦게 역사 앞으로 불려졌다. 1960년 3·8민주의거에 참여하고 최근에서야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은 김태진 선생(84·대전고 40회)이다. 김태진 선생은 올해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은 뒤 8일 3·8민주의거기념사업회에 1000만 원을 기탁하며, 자신이 참여했던 3·8민주의거의 정신을 후대에 전하는 작은 보탬이 되겠다는 뜻을 전했다. 김 선생은 1960년 당시 대전고 2학년이었다. 점심시간 뒤 시위가 있다는 말이 반 대표들에게 전달됐고, 수업 중 몰래 구호문이..

74명 사상 대전 안전공업 화재 원인 규명 속도…발화 추정지점 확인
74명 사상 대전 안전공업 화재 원인 규명 속도…발화 추정지점 확인

사상자 74명이 발생한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사 화재사고에 대해 조사 중인 경찰과 소방이 화재 원인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8일 대전경찰청 과학수사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부터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본부, 안전보건공단 등 관련 기관 20여 명이 화재현장 발화 추정지에 대한 추가 합동 감식을 벌였다. 6월 4일 경찰은 관계 기관·유족과 합동 감식을 벌여 발화부로 추정되는 공장 1층과 기계 설비 등을 확인하고, 기계적·전기적 요인에 의한 것인지 들여다봤다. 발화 목격 지점에 잔해물이 있어 제거한 뒤 이날 추가 감식을 진행..

첫 정지궤도 `천리안위성 1호` 무덤궤도서 OFF…16년간 16억㎞ 우주비행
첫 정지궤도 '천리안위성 1호' 무덤궤도서 OFF…16년간 16억㎞ 우주비행

대한민국 첫 정지궤도 인공위성인 '천리안위성 1호(무게 2.5t)'가 16년간 16억㎞ 우주비행을 마치고 위성의 무덤으로 불리는 폐기궤도에 진입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원장 이상철)은 6월 8일 새벽 1시 32분에 천리안위성 1호기의 전원을 차단해 운영을 종료하는 비활성화 조치했다고 밝혔다. 2010년 6월 발사된 천리안위성 1호는 16년간 기상·해양 관측 및 통신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대한민국은 이때 세계 7번째 기상관측 위성 보유국 반열에 올랐으며, 해외 의존도를 벗어나 독자적인 기상정보를 확보했다. 태풍과 집중호우 등..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대동천 하상주차장 15일부터 폐쇄 대전 대동천 하상주차장 15일부터 폐쇄

  • ‘늑구 보러 왔어요’ ‘늑구 보러 왔어요’

  • 대전 지방선거 당선자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조문 대전 지방선거 당선자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조문

  • 지방선거 끝…선거벽보 철거 지방선거 끝…선거벽보 철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