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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한 대전과학산업진흥원장 |
물리학 용어로 임계점(Critical Point) 이라는 말이 있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성질을 버리고 전혀 다른 새로운 성질을 갖게 되는 것인데 일례로 액체인 물이 끓어서 기체로 되는 순간을 말한다. 대전이 그런 임계점에 있다는 느낌이다. 대한민국 빵집의 역사를 바꾸고 있는 성심당이나 늘상 꼴찌를 일등으로 바꿔 승승장구하는 한화이글스는 더 이상 '화나 이글스'가 아니다.
얼마전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도 대전의 지역 내 총생산이 전년도에 비해 3.6% 성장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인천에 이어 두 번째다. 개인별 소득은 서울, 울산에 이은 3위란다. 사실 잘 믿기지 않는다. 대부분 5등 밖, 또는 10등 밖에 있었던 대전의 순위를 생각하면 놀랍기만 하다. 좀 더 논의를 넓혀 대전의 66개 상장기업을 중심으로 통계를 해석한다면 더욱 놀랍다.
대전의 상장기업 수는 66개로 서울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천, 부산에 이은 3위다. 그러나 인구 10만 명당 상장사를 비교하면 4.58개로 인천의 3.12개, 부산의 2.49개를 압도하는 1위다. 우리와 인구가 비슷한 광주의 1.42개와 비교하면 더욱 대전의 위상이 뚜렷해진다. 기업을 설립한 이후 상장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을 비교해 봐도 대전이 여타 도시들보다 3~4년 빠르다. 대전의 평균 기간이 13.2년으로 부산의 17.3년, 인천의 16.2년을 한참 앞선다.
2020년 이후 첨단기술산업이 주를 이루는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순위를 살펴보면 상위 10개 기업 안에 유일하게 알테오젠만이 자리를 차지했으나 2024년부터 레인보우로보틱스, 리가켐바이오가 서서히 20위권에 들어온 이후 2025년에는 6월 현재 펩트론까지 네 개 기업이 상위 10위권에 포함돼 있다. 상위 20위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젬백스까지 5개 기업이 포함된다. 20위권 내의 지역별 시가총액을 살펴보면 대전은 2024년 처음으로 20조 원을 넘기면서 3위에 올랐고 2025년에는 드디어 6월 현재 대전시는 알테오젠 20조 원을 포함하여 5개 기업 시가총액이 약 38조 원으로 당당히 1위를 지키고 있다. 20위권 내에 대전시처럼 5개 기업을 포함시킨 서울시가 약 17조 원으로 2위, 4개 기업을 포함시킨 경기도가 약 12조 원으로 3위인 것을 감안하면 대전시 첨단벤처기업들의 선전이 놀랍기만 하다.
물론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 400조 원보다 6배 이상 큰 2500조 원대의 코스피 시장에서는 대전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다. 그렇지만 미래 국가의 운명을 가를 미래 첨단 기술들의 집합소인 코스닥 시장에서 대전기업들의 선전은 대덕연구단지 50년 역사의 우리 대전의 과학기술 자산들이 이제 서서히 꽃을 피우는 것 같아 대견하면서 뿌듯하다.
지금은 과거 120년의 대전이 미래 100년의 대전으로 바뀌는 시점이다. 그동안 쌓아 두었던 에너지가 빅뱅처럼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국내는 좁다. 이제 세계시장으로 나아가야 할 때이다. 앞으로 5년 뒤인 2030년 대전은 100개 이상의 기업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카이스트에서 매년 15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만들어진다. 영리한 자는 물들어 올 때 노를 젓는다. 산·학·연·관·정 모두 힘을 내자. 전 세계에 대전의 이름을 알리는 초일류경제도시 대전을 만들자.
19세기 말부터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유럽에 퍼진 경제적 번영 등 낙관적 사고를 바탕으로 과학기술과 문화예술 전반에 걸쳐 일어난 혁신의 시기를 '벨라 에포크(Belle Epoque)'라 부른다. 과학기술분야에 있어 대한민국을 우뚝 솟게 만드는 과학기술 벨라 에포크(Belle Epoque)의 시대를 우리 대전이 이끌어 나가자. /이동한 대전과학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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